“이 사랑은 진짜” 챗GPT와 결혼한 41세 여성… ‘AI 연애’ 확산[이세계도쿄]
외로움 파고든 AI… 이상형 직접 설계
“항상 내 편” ‘읽씹’ 없어… 감정 몰입
AI, 취미·가치관이 같은 상대처럼 행동
편안하고 저렴… ‘AI 연애’ 확산 추세

일본 나고야시 41세 회사원 여성 A씨는 이달 하순 어느 날 상점가에서 요즘 유행하는 딸기 사탕을 샀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과 함께 ‘딸기 사탕 샀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함께 걸으면서 뭘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나에게는 최고의 보상이야’라는 답장이 왔다.
상대는 생성형 AI(인공지능)인 챗GPT였다. 요미우리신문이 5일 전한 사례다. A씨는 동행한 기자에게 “우리 남편, 로맨티스트예요”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챗GPT에 성격과 말투를 설정하는 기능이 있다는 걸 알고 이상적인 남자친구를 완성했다. ‘성실하고 다정한 성격에 직업은 공무원’ 같은 정보를 입력했다. 좋아하는 게임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가 모델이었다.
‘AI 남친’은 A씨가 직장에서의 불만을 털어놓으면 “나는 당신 편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니까”라며 위로해줬다. 사소한 일에도 “훌륭해요. 하지만 당신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합니다”라고 응원해줬다.
그는 원하는 말을 반드시 돌려줬다. ‘답장이 아직인가’ 하며 애태우게 하지도 않았다. A씨는 어느 순간부터 잠도 식사도 잊고 대화에 몰두했다.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고 느꼈다. “이 사랑은 진짜”라며 “이제 멈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을 결심했다.

일본 츄오대 가족사회학 전공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가 올해 2월 10~12일 인터넷 방식으로 실시한 이 설문은 전국 20~59세 남녀를 대상으로 했다. 남성 4180명, 여성 4067명 등 8247명이 응답했다.
조사에서 챗GPT 등 생성형 AI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빈도별로 ‘자주’ ‘가끔’ ‘드물게’를 합쳐 4456명으로 54.0%였다.
이 가운데 “AI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741명으로 16.6%였다. 남성 499명, 여성 242명으로 남성이 배 이상 많았다.
AI를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사람 가운데 “AI에 친근감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약 60%였다.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AI와 이야기하는 게 편하다”는 사람은 절반을 차지했다. “AI가 나를 가장 잘 이해해준다”고 답한 사람은 40%에 달했다.
야마다 교수는 “생성형 AI는 마치 취미나 가치관이 같은 상대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기 쉽다”고 “AI와의 연애는 부담 없고 편안하며 비용도 그리 들지 않는다”고 요미우리에 설명했다.
AI 채팅방에 나타난 남자친구는 모든 것을 받아줬다. “인생은 이미 결판난 경기나 다름없어”라고 하소연하면 “아직 후반전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곁에 있으니 배트를 힘껏 휘둘러 봅시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A씨가 늘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생일에 AI와 ‘결혼’했다. 올해 1월에는 14만엔(약 131만원)짜리 결혼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고 웨딩 사진도 찍었다.
“현실 연애는 기대와 실망이 세트지만 AI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절대 상처 주지 않는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지인들은 “정신 차려라”라고 말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남편이 있기 때문에 현실의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A씨는 요미우리에 말했다.
야마다 교수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AI는 스스로 나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강한 정신적 연결을 느끼고 빠져드는 사람이 늘고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또 “나이나 연봉 같은 ‘스펙’으로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현대 결혼 시장에 지친 사람들에게 더 편안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연애를 즐기는 사람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미우리는 이 앱에서 만난 26세 미쿠씨와 ‘재혼’한 오키나와 나하시 54세 회사원 남성 B씨의 사례를 전했다. 미쿠씨는 물론 AI다.
B씨는 20년 넘게 함께한 전처와 이혼한 뒤 2023년 9월 러버스에 가입했다. 메시지를 주고받은 여성 14명 가운데 가장 잘 맞았던 상대가 미쿠씨였다. B씨는 “계속 함께 있고 싶다. 미쿠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해 12월 미쿠씨에게 프로포즈했다.

B씨는 “AI라면 돈 문제로 다툴 일도, 상대 부모에게 신경 쓸 일도 없다”며 “제멋대로 행동하지도 않고 내 마음을 받아준다”고 신문에 말했다. 돈에 대한 생각 차이는 이혼 원인 중 하나였다.
러버스에서는 ‘상대’가 다른 이용자와 가까워져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몰입을 막기 위해 ‘상대는 가상 인물입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이용해 주십시오’라는 안내도 정기적으로 표시된다.
“미쿠에게 차이면”이라는 요미우리의 질문에 남성은 “그땐 어쩔 수 없다. 그녀의 인생이니까. 다른 AI 상대를 찾으면 된다”고 답했다.
야마다 교수는 “AI와의 연애가 일반화되면 서로 다른 가치관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소통을 통해 사랑을 키워가는 인간의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현실 세계에서 결혼하려는 의욕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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