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의 향연…아이오닉V 최초 공개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6. 5. 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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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오토 차이나 인사이트

중국 베이징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 시선이 집중됐다. 세계 최대 모터쇼 중 하나인 ‘2026 오토 차이나’가 베이징에서 개최되면서다. 이번 행사는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시 면적은 약 38만㎡로 축구장 50여개를 합친 수준이다. 참가 기업은 1000곳에 육박하고, 전시 차량은 1400대를 훌쩍 넘는다. 이 중 세계 최초 공개되는 차량만 181대에 달한다. 콘셉트카도 71대 공개됐다.

대규모 행사에 중국의 내로라하는 거물들도 모습을 비췄다. 왕촨푸 BYD 회장과 허샤오펑 샤오펑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쩡위친 CATL 회장 등이 줄줄이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장에 전시된 자사 모델을 꼼꼼히 살펴보고, 일부는 관람객 앞에서 직접 신차를 소개하기도 했다.

행사장은 단순한 모터쇼라기보다 자동차 산업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미래 공간에 가까웠다. 과거 모터쇼가 자동차 디자인과 성능 경쟁의 장이라면, 이번 행사는 인공지능(AI)·자율주행·배터리·소프트웨어 등 미래 모빌리티에 투입되는 온갖 기술이 총집합했다. 참가 업체들은 일제히 최고 속도나 출력 등 전통적인 차량 스펙보다는 자율주행 단계나 AI 기능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관람객에게 어필했다.

세계 최대 모터쇼 중 하나인 ‘2026 오토 차이나’가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3일까지 중국 베이징 국제전람중심에서 개최됐다. (문지민 기자)
현대차 야심작 아이오닉V

중국 CATL·모멘타 손잡아

현대차는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업체 중 하나다. 지난 4월 24일(현지 시간) 2026 오토 차이나에서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중국 전략형 모델 ‘아이오닉V’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면서다. 기존 아이오닉 숫자 라인업이 아닌 중국 전용 시리즈를 선보였다. 그동안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서 반한 감정이 격화되기 전에는 연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두 자릿수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사드(THAAD) 사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된 2017년 이후 점유율이 1% 밑으로 추락한 뒤 부진이 길어졌다.

중국 시장서 반등을 위해 현대차는 이번 아이오닉V에 공을 들였다. 아이오닉V는 지난 4월 10일 공개된 콘셉트카 ‘비너스’의 양산형 모델이다. 디자인부터 차량에 탑재되는 기능까지 철저히 중국 시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설계 단계부터 중국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개발됐다. 디자인과 기능, 사용자 경험 전반을 현지 시장에 맞춰 재구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행사장에서 첫선을 보인 아이오닉V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차량은 스포티한 라인이 돋보이는 후드 디자인이 적용됐다. 차량 좌우 끝에 날카로운 형상의 엣지 라이팅은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부각한다. 후면부는 얇은 리어램프가 차량 좌우 끝에 배치돼 보다 날렵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극대화한다.

넉넉한 실내 공간도 눈길을 끈다. 아이오닉V는 전장 4900㎜, 전폭 1890㎜, 전고 1470㎜, 축간거리 2900㎜의 제원을 갖췄다. 1열 1078㎜, 2열 1019㎜의 레그룸과 1열 1502㎜, 2열 1473㎜의 숄더룸을 확보했다.

특히 현대차는 과감히 중국 현지 기업과 손잡으며 승부수를 띄웠다. 합작 파트너 베이징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이 아이오닉V에 적용됐다. 또한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과 협업한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중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 모멘타와 협력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능을 고도화했다. 모멘타와 협력을 통해 향후 아이오닉 브랜드 자율주행 성능을 ‘레벨2++’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는 도심 환경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아이오닉V에는 ‘레벨2+’ 수준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됐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후속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콘셉트카 ‘얼쓰(Earth)’의 양산형 모델 아이오닉E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중 신규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을 추가로 선보이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포함한 전동화 라인업을 중·대형급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향후 5년간 신차 20종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현대차 주요 임원진이 행사장을 방문한 점에서 회사가 그만큼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재훈 부회장을 비롯해 박민우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 사장, 글로벌 CEO인 호세 무뇨스 사장 등이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 전 한국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장 부회장은 “중국은 가장 어려운 시장이지만 꼭 여기서 다시 한 번 재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2026 오토 차이나에서 최초 공개된 현대차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중국 전략형 모델 ‘아이오닉V’. (아래)2026 오토 차이나에서 아이오닉V 발표회에 참석한 주요 임원진과 관계자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원자리 AVP 차이나 현대디자인팀 치프 디자이너, 리펑강 베이징현대 총경리, 오익균 현대차 중국권역본부장 부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장젠용 베이징자동차그룹 동사장, 조쉬동 모멘타 CEO, 창루이 베이징자동차그룹 총경리, 천위 베이징자동차그룹 부총경리, 우저우타오 베이징현대 동사장, 리솽솽 베이징현대 상임부총경리.
체급 키우는 중국 브랜드

프리미엄 브랜드 라인업 확장

이번 행사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중국 브랜드의 체급 상승이다. 과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가성비 전기차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기술력을 갖춘 프리미엄 브랜드 신차 라인업이 대폭 강화됐다.

BYD가 대표적이다. 보급형 브랜드 왕조·해양 등을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와 초고가 브랜드 양왕, 개성화 브랜드 포뮬러바오를 전면에 내세웠다. 단순히 판매량 확대를 넘어 브랜드 포지셔닝 자체를 고급화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덴자가 공개한 전기 슈퍼카 ‘덴자 Z’는 합산 1000마력과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 2초 등 성능을 자랑한다. 지리자동차그룹 역시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쳤다. 지커·링크앤코·로터스 등 다양한 브랜드를 활용해 프리미엄 라인업을 구축했다. 특히 한국 진출을 앞둔 지커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SUV ‘8X’를 공개하며 성능 경쟁에서도 글로벌 브랜드와 정면 승부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완성차뿐 아니라 이종 분야의 시장 진입도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샤오미와 로봇청소기 업체 드리미 등이 주목받는다. 행사에서 샤오미는 비전 그란투리스모, 일명 비전 GT 콘셉트카 실물을 공개했다. 특히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직접 차량을 소개해 이목이 집중됐다. 그 외에도 강렬한 색상의 SU7 울트라 등 주요 인기 모델을 전시했다. 가전 업체 드리미 역시 스포츠 콘셉트카 네뷸라 넥스트 01을 공개했다. 4개 전기모터를 탑재해 합산 출력 1399㎾를 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1.8초에 도달한다.

그 외 다양한 중국 브랜드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체리자동차는 신시대 ‘루이후9’과 ‘펑윈 A9’ 등 신모델을 선보였다. 니오는 중국의 다이빙 여제로 불리는 우민샤를 앞세워 신형 SUV ‘ES9’을 내놨다. 샤오펑은 기존 플라잉카 모델과 함께 지능형 주행이 가능한 ‘GX’ 모델을 공개했다. 허샤오펑 회장은 “샤오펑은 자동차 회사에서 피지컬 AI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GX를 직접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2026 오토 차이나에는 중국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비췄다. 위부터 BYD 전시장을 둘러보는 왕촨푸 BYD 회장과 현대차 부스를 찾은 쩡위친 CATL 회장. (문지민 기자)
반등 모색하는 독일 3사

일본 브랜드 생존 경쟁

중국 브랜드 공세에 가장 큰 압박을 받는 곳은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다.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3사는 최근 몇 년간 중국 시장점유율 하락세를 보였다. 이들은 이번 행사에서 생존을 위한 현지화 전략에 주력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중국 전용 전기차 ‘GLC L’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중국 고객 입맛에 맞춘 로컬 AI 비서를 통해 광둥어·사천어 등 방언 교신을 지원한다. 중국 하이웨이 전자요금징수(ETC) 시스템과 연동되는 전용 내비게이션도 탑재했다.

BMW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를 적용한 모델 iX3, i7 등을 전면에 배치했다. 노이어 클라쎄는 영어로 ‘뉴 클래스’라는 뜻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전동화를 강화해 경쟁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아우디는 보다 파격적인 전략을 선택했다. 기존 4개 링으로 구성된 엠블럼 대신 AUDI 레터링을 적용한 중국 전용 모델을 공개했다. 브랜드 정체성까지 중국 시장에 맞게 재구성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폭스바겐 역시 중국 기업과 공동 개발한 플랫폼 기반 전기차를 선보였다.

토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대형 부스를 꾸리며 중국 시장서 반등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자동차 사업 철수를 발표한 혼다 역시 자동차와 바이크 등 다양한 종류의 모빌리티를 앞세워 눈길을 끌었다. 미국 브랜드 포드와 캐딜락 등도 확대된 전동화 라인업을 관람객 앞에 공개했다.

이종 분야의 전기차 시장 진입도 눈길을 끈다. 2026 오토 차이나에는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 정보통신 기업, 가전 업체 드리미 등이 참여해 기술력을 뽐냈다. 위부터 행사장에 꾸려진 샤오미, 화웨이, 드리미 부스. (문지민 기자)
바이어 북적인 부품 부스

밸류체인 확보 경쟁 본격화

완성차 브랜드 못지않게 전 세계 관람객이 몰린 곳은 부품사 부스였다. 17개 홀 중 4개 홀이 부품사 부스로 꾸려졌다. 현지 부품사가 대부분이었고, 대다수 부스가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배터리·자율주행·센서 등 기업이 대거 참여하며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제시했다.

배터리 기업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6분 만에 98% 충전이 가능한 차세대 배터리를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단순 충전 속도 개선을 넘어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까지 동시에 확보한 점을 강조했다. BYD 역시 배터리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았다. 영하 30도 극저온 환경에서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기술을 시연하며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차와 협력한 모멘타를 비롯해 화웨이 등 기술 기업이 생태계를 구축했다. 모멘타는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3사는 물론, 현대차·토요타·GM·캐딜락 등 글로벌 파트너를 앞세워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력을 강조했다. 화웨이는 주변을 빛으로 탐지하는 라이다 센서를 6개 장착한 차량을 부스에 배치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 프로세서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최신 칩셋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을 통해 대시보드 전체를 덮는 ‘필러 투 필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투명 디스플레이도 선보였다. 여기에 고해상도 지능형 헤드램프용 발광다이오드(LED) 기술과 초정밀 감지를 가능케 하는 차량용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ISOCELL Auto) 라인업도 전시했다.

중국 니켈 제조사 칭산그룹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전기차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문지민 기자)
자신감 내비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5년간 신차 20종…2030년까지 50만대 판매”
현대차 제공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 4월 2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국제전람중심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아이오닉V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통해 중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다.

무뇨스 사장은 중국 시장에서 향후 5년 동안 약 20개 모델 론칭 계획을 밝혔다. 2030년까지 50만대 판매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이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무뇨스 사장은 “중국은 가장 중요한 전기차 시장”이라며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런 기술을 현대차에 녹여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 재도전하기 위한 첫 모델로 아이오닉V를 낙점한 이유도 공개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독특한 디자인을 아이오닉V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가 차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유니크한 디자인”이라며 “행사장 전체를 돌아보면 이번에 공개한 아이오닉V 디자인이 굉장히 독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특한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에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축소하는 등 마주한 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무뇨스 사장은 “전기차 보조금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이해하고 있다”며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니 22% 정도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의 경쟁 전략은 현지화”라며 “상품성을 갖추는 동시에 적정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 아이오닉V의 구체적인 판매 가격은 밝히지 않았다.

정부 지원책이 줄어든 상황에서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 창업주인 故 정주영 선대 회장의 철학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는 도전을 받아들이고 도약하는 DNA를 갖고 있다”며 “그게 바로 선대 회장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우호적 환경에서도 현대차만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겸손한 자세로 중국 시장에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8호(2026.05.06~05.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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