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 해도 됩니까?”…한은 부총재 ‘금리 인상’ 발언 논란
시장금리·환율·대출금리까지 흔드는 중앙은행의 ‘말 한마디’
유상대 “부총재로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한 것”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김광두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이래도 되느냐”며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오는 28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은 고위 인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직접 거론한 것은 시장에 불필요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부의장은 5일 페이스북에 “한은 부총재가 해외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런 말을 이렇게 쉽게 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적었다. 그는 “금리는 복합적 고려에 의해 결정되고, 그 파급 효과도 다각적이기 때문에 한은 관계자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왔다”고 지적했다.
김 전 부의장은 그동안 한은의 금리 관련 발언이 극도로 신중하게 이뤄져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 총재도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 결정의 배경 설명에 덧붙여 보충적으로 해설하는 정도였다”며 “금통위원들도 금리에 관한 발언은 금기로 여겼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한은 부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전후 맥락 없이 내놓았다”며 “이래도 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전 부의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나도 금통위원을 했었지만 금리에 대해선 최대한 신중히 접근하는 게 맞다.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만약 유 부총재가 신현송 총재와 사전에 교감한 뒤 내놓은 발언이라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유 부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또 “외부적 충격과 여러 경제 여건에 따라 이제 금리인하 사이클보다는 인상 사이클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유 부총재는 중동 전쟁 이후 국내 경제 상황을 근거로 들었다. 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반면, 물가상승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그는 정부의 물가 대응에도 “상당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앙은행 고위 인사의 금리 발언이 단순한 개인 의견으로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는 가계대출 금리, 기업 자금조달 비용, 채권금리, 환율, 주식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말만으로 시장은 먼저 반응할 수 있다.
실제 유 부총재의 발언 이후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올랐다.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통화당국의 긴축 기조 전환이 부각되자 시장이 즉각 반응한 것이다.
특히 금통위를 앞둔 시점에 나온 발언은 시장에서 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참가자들이 한은 내부에서 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고 받아들일 경우 채권금리가 먼저 오르고, 이는 은행권 대출금리와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메시지는 실제 정책 결정뿐 아니라 시장의 기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시장이 강한 긴축 신호로 해석한 뒤 실제 금통위 결정이 달라질 경우 중앙은행의 소통 신뢰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유 부총재가 개인적인 견해라며 선을 그었더라도 금통위원인 한은 부총재의 발언은 시장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인사가 공개적으로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 시장은 이를 단순한 사견이 아니라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로 해석하기 쉽기 때문이다.

김 전 부의장의 문제 제기도 이 지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결정 전 공개 발언이 시장에 미칠 파장을 충분히 고려했느냐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말 한마디가 시장금리와 환율, 자산가격을 흔들 수 있는 만큼 금리 관련 메시지는 더욱 정교하고 절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은행 인사의 발언은 개인 의견이라고 해도 시장에서는 정책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금통위를 앞둔 시점에는 발언의 수위와 시점을 더 신중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재는 5일 국민일보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김 부의장의 비판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은 없다”며 “금통위원인 부총재로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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