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법사금융 때려잡기 총력전… “성실히 빚 갚는 사람만 바보다” 반발도

이재명 대통령이 불법사금융 관련 강경 발언을 잇달아 내놓는 등 정부는 불법사금융 근절 전면전에 나섰다.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빚이 불어나 경제적 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성실한 사람만 바보 만든다”는 반발 여론도 거세다.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퍼주기식’ 정책을 펼치면 신용도를 관리해온 이들이 오히려 차별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 관련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소셜미디어에 “법정 허용치를 초과하는 불법대부는 무효다. 즉 갚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도 “어떻게 (15%대 금리를) 서민금융이라 할 수 있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근 금융체계 관련 글을 연재하면서 자신을 ‘잔인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정당화해온 사람’으로 정의하고 “성안에는 낮은 금리를 누리는 고신용자들이 안온하게 머물고, 성벽 바깥 ‘성저십리’에는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두텁게 산재해 있다. 이 견고한 이중 구조가 우리 금융의 서글픈 민낯”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7월 개정된 대부업법에 따라 연 60%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대부 계약을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화하도록 한 제도를 재차 상기시킨 것이다. 정부는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취약계층은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된 뒤 불법시장으로 유입되면 초고금리와 불법 추심에 노출돼 경제적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실제 불법사금융 피해는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2022년 1만여건에서 지난해 1만7000여건을 넘어섰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상담 사례 분석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자 233명의 1인당 평균 연 환산 금리는 1417%에 달했다. 일용직·자영업자 등 소득이 불안정한 계층이 주요 타깃으로 나타났다. 불법사금융은 초고금리 대출을 넘어 폭력·협박·성추행 등 범죄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피해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불법추심과 광고에 활용된 전화번호를 차단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단속을 넘어 대출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쟁점은 불법사금융 이용자의 대출 동기를 면밀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기관 합동 불법사금융 근절 태스크포스(TF)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진행된 설문조사서 불법사금융 이용 목적은 생활자금(61.6%), 사업자금(28.7%), 대출 상환(21.7%) 순으로 나타났다. 이용 사유는 ‘급전 필요’(40.5%), ‘소득·신용 악화’(23.4%) 등이었다. 그러나 불법사금융은 말 그대로 불법이기 때문에 실제 대출 경위나 자금 사용처를 정부가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로 인한 제도 악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령 생활이 어려운 차주가 불법사채를 통해 빌린 자금을 유흥에 탕진하더라도 채무 무효화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또 반복 대출 여부를 검증할 정확한 데이터를 찾기도 어렵다. 정책 효과를 평가할 지표도 제한적이다. 신고 건수나 전화번호 차단 건수는 어느 정도 집계할 수 있지만, 실제 시장 규모가 축소됐는지 여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은 쉽지 않다.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성실하게 빚을 갚는 사람만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빌린 돈을 갚아 간신히 신용도를 높이면 이자가 오르고, 불법사금융 이용자의 채무는 탕감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위험 요소가 적어 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고신용자를 억압하는 일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채무를 없애주는 일시적인 조치보다 불법사금융 이용자의 상환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법사금융 근절 정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용자들의 과다 채무와 그로 인한 연체, 신용도의 하락 및 제도권 금융 이용의 어려움은 이들의 소득이 개선돼 상환능력이 제고되지 않는 이상 근본적 해결이 어려운 문제로 판단된다”며 “대출중개사이트 이용자 및 그와 유사한 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은 고용지원과 연계해 소득 창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대출중개사이트 혹은 불법사금융에 대한 수요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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