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없는 시민단체’ 같아… 봉사 줄이고 사람 중심으로
새로고침(F2)-교회 조직(Framework)
<2> 교인 주는데 봉사 부서 그대로

서울의 한 중대형 교회는 최근 주일 점심 반찬 가짓수를 줄였다. 배식과 설거지를 맡던 봉사 인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다. 서울의 또 다른 교회에선 새벽 예배를 마친 교인과 수험생에게 제공하던 ‘새벽밥’이 한때 폐지 위기에 놓였다. 핵심 봉사자 두 명이 고령으로 은퇴한 뒤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면서다.
교회 현장 곳곳에선 봉사할 교인이 빠르게 줄고 있지만, 교회는 여전히 부흥기의 조직 규모와 방식에 머물러 있다. 봉사 부서를 쉽게 줄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예전처럼 운영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교회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맞닥뜨린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헌금 등 재정보다 교회 조직의 구조에서 찾는다. 교인과 봉사 인력은 줄었는데 조직은 예전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은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일손이 부족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봉사 인력 감소는 교인 고령화와 맞물리며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 소장은 “젊은 세대의 봉사 참여가 줄어들면서 기존에 봉사를 맡아온 이들이 은퇴 나이인 70세가 넘어서도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는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더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작은 교회는 부서를 통폐합할지 말지를 떠나 한 사람이 이중 삼중으로 여러 봉사를 맡는 현실”이라며 “줄어든 인력을 조직이 받아내지 못하면서 운영은 버티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자리를 지키던 고령 봉사자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맞벌이 증가로 조부모 세대인 60대 이상 교인들이 손주 돌봄을 떠맡는 경우가 많아졌다. 수도권 개척교회의 A목사는 “교회 봉사를 도맡던 세대가 여러 부담을 떠안았지만, 다음세대가 사역을 이어받기도 어렵다 보니 공백이 생긴다”며 “일부 교회는 음식 제공을 이어가기 위해 유급 인력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는 교회 조직 재편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경기도 군포 산본교회(이상갑 목사)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나눴던 기존 교인 모임이 3040세대와 맞지 않아 재편을 고민 중이다. 이상갑 목사는 “의무 가입보다 본질과 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다시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서도 “역사가 깊은 교회일수록 구조 변화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기존 구조를 없애는 게 어려운 이유는 부모 세대, 선배 세대들이 만든 것으로 교회 전통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며 “윗세대에게 이런 변화가 자칫 자신들을 지우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은 줄었지만 여전히 교회의 일은 많다는 점도 문제다. 다수의 교회가 주 6회 새벽기도회와 수요·금요 집회, 주일 3~4차례 예배, 셀 모임을 이어가고 많게는 20개 안팎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목회사회학 교수는 이런 현실을 두고 “시민이 없는 시민단체 같다”고 표현했다. 교인은 줄고 실제 움직일 사람도 줄었는데 조직의 머리와 형식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부서를 합치고 줄이기도 어렵다. 조영민 나눔교회 목사는 “부서 조정은 단순히 재정이나 인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역 철학과 깊이 연관된 문제”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교역자 부족이나 효율성만을 이유로 장년 예배와 다음세대 예배를 한데 묶는 식의 통합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효율성만을 앞세워 세대 통합을 하는 건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준비 없는 통합은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눔교회는 최근 영아부와 유치부를 ‘미취학부’로 합쳤다. 다만 기존의 예배와 실제 활동은 따로 유지하고 있다. 영아(1~2세)와 유아(취학 전 아동)를 둔 부모 세대의 나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재정과 행정은 묶고, 돌봄과 예배는 나눠 운영하는 방식이다.
봉사 부서를 합치는 대신 기존 사역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돌파구를 찾은 사례도 있다. 경기도 고양 일산은혜교회(이광하 목사)는 주일에 차량 안내와 보행 안전을 돕던 ‘주차위원회’를 ‘환대와 안전위원회’로 변경했다. 이광하 목사는 “주차를 단순한 차량 통제가 아니라 처음 교회에 오는 사람을 맞이하고 안전하게 안내하는 일로 다시 정의했다”면서 “이렇게 사역의 정의를 바꿨더니 남성 중심이던 봉사 영역에 여성 교인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김포 이름없는교회(백성훈 목사)는 아예 봉사의 순서와 원칙을 바꿨다. 일이 먼저고 거기 필요한 사람을 찾는 전통적인 방식을 뒤집은 것이다. 새 가족이 오면 곧바로 봉사를 요구하지 않고 먼저 예배와 기본 교육, 회복에 집중하게 한 뒤 스스로 원할 때 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식이다. 백성훈 목사는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봉사할 사람이 있을 때 그에 맞는 사역을 전개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회는 최근 전문성을 가진 성도가 자원하자 행사 기획과 디자인, 홍보를 맡는 ‘소통기획실’을 신설했다.
옥성삼 크로스미디어랩 원장은 “한국교회는 이제 ‘심플 처치’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헌신과 순종이 넉넉했던 교회 성장기 때 짜인 고에너지 구조의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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