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동해 (17) 의료선교 끝나도 희망 이어지도록… 수술하는 법 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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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오토바이로 누비며 수많은 백내장 환자에게 빛을 찾아줬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풀리지 않는 무거운 숙제가 있었다.
우리가 캠프를 열면 일주일 동안 수백 명의 환자가 빛을 찾고 환호하지만, 우리가 짐을 싸서 떠나고 나면 그 땅은 다시 절망적인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인구 2400만명의 모잠비크에 안과의사는 25명뿐인데, 그중 8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 의사라는 충격적인 현실 속에서 그들은 자립을 위한 기술 전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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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의료 가능하도록
말라위 선교병원에 장비 기증
현지 의료진에 사용법 알려줘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오토바이로 누비며 수많은 백내장 환자에게 빛을 찾아줬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풀리지 않는 무거운 숙제가 있었다. 우리가 캠프를 열면 일주일 동안 수백 명의 환자가 빛을 찾고 환호하지만, 우리가 짐을 싸서 떠나고 나면 그 땅은 다시 절망적인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처음 의료 선교를 시작했을 때는 오직 내 앞의 환자만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잠시 방문해서 환자를 수술해 주는 것만으로는 절대적인 한계가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우리 힘만으로는 수없이 많은 아프리카의 실명 환자를 다 고쳐 줄 수 없었다.
현장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았다. 모잠비크 마푸토에서 만난 보건국 총책임자 닥터 마리야모의 간곡한 부탁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는 “수술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안과 의사들이 백내장 수술을 직접 할 수 있도록 교육해 달라”고 호소했다.
인구 2400만명의 모잠비크에 안과의사는 25명뿐인데, 그중 8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 의사라는 충격적인 현실 속에서 그들은 자립을 위한 기술 전수를 요청했다. 이 일을 계기로 환자 치료(70%), 현지 의료진 교육(20%), 보건국 관계자들과의 정책 개발(10%)로 사역의 비중을 나눠 장기적인 자립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런 사역의 패러다임을 확립하는 데는 15년 전 내게 글로벌 헬스의 개념을 처음 가르쳐 주셨던 스승, 일본의 곤야마 교수의 영향이 컸다. “단순히 수술만 해주는 아이캠프에 머물지 말고 저개발국 의사들을 교육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라”는 그의 충고는 지금도 귓가에 선하다. 태국 북동부 농촌 지역에 중간 수준의 안과 진료 요원을 교육하는 코랏 코스(Korat Course)를 정착시켰던 그의 가르침은 비전케어가 나아갈 명확한 나침반이 됐다.
의료 교육과 자립의 희망을 내 두 눈으로 생생하게 확인한 곳은 말라위의 은코마 선교병원이었다. 100여년 전 네덜란드 선교사들이 세운 이 병원은 헌신적인 영국인 선교사이자 의사인 닉이 이끌고 있었는데, 4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에서 닉은 안타깝게도 말라리아로 인한 뇌 손상으로 병석에 누워 있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지만, 기적은 뜻밖의 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떠나거나 병든 그 빈자리를 말라위 현지인 여성 안과의사인 타마라가 훌륭하게 이어받아 병원을 총괄하고 있었다.
외국인 의사가 없어도 하나님의 역사는 말라위 사람들의 땀방울에 의해 계속 진행 중이었다. 나는 4년 전 약속했던 고가의 후발성 백내장 치료 장비를 병원에 기증하고, 닥터 타마라와 현지 의료진에게 직접 사용법을 꼼꼼히 안내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을 넘어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 우리가 짐을 싸서 떠난 후에도 그 땅의 현지 의사들이 스스로 동족의 눈을 밝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사역’이었다. 말라위의 뜨거운 흙바람 속에서 나는 이 진리를 가슴 깊이 새겼다.
정리=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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