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석유 최고가격제도, 이쯤에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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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정유사 판매가격의 4차 최고액이 다시 동결됐다.
최고가격제는 초기 위기 국면에서 가격을 묶어 불안 확산을 늦추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액 지정 등의 규정'에서는 '석유 수급 안정'(제1조), 최고액 '산정의 유연성'(제4조 ③), 정유사들의 '손실 보전의 가능성'(제7조 ①)을 천명했다.
호르무즈 충격에는 단기 소비 조정도 필수적인데 "최고가격제가 수요와 무관하다"는 잘못된 전제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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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정유사 판매가격의 4차 최고액이 다시 동결됐다. 최고가격제는 초기 위기 국면에서 가격을 묶어 불안 확산을 늦추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4차 고시를 보면서 ‘이제 헤어지자’는 생각이 더 또렷해졌다.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액 지정 등의 규정’에서는 ‘석유 수급 안정’(제1조), 최고액 ‘산정의 유연성’(제4조 ③), 정유사들의 ‘손실 보전의 가능성’(제7조 ①)을 천명했다. 가격 통제와 보완 장치를 결합한 정책 설계였다. 그렇지만 안정은 벌써 심각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며, 산정은 경직됐고 손실 보전은 불투명해 보인다.
성과가 보이는 듯했다. ℓ당 1927원까지 치솟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차 고시로 1819원까지 내려갔다. 극심하던 주유소의 대기 줄이 사라진 점은 신선했다. 301년 로마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최고가격 칙령’, 1940년대 서독의 ‘명령경제’,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의 ‘가격동결’ 등 통제 아래 늘 횡행하던 줄서기가 잦아들었다. 옹호자들은 이를 자찬하지만 실상은 폐해의 누적이다.
이 정책 설계가 성공하려면 까다로운 전제조건들이 절실하다. 우선 정유사의 물량 확보가 가능해야 한다. 현물 매입, 카고 스와프, 텐더 같은 생소한 용어가 자주 들린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일 테다. 특히 손실 보전, 재정 여력, 합리적 정책 운용에 대한 참여자 신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모두 만만치 않으며 실패 조짐이 역력하다. 우선 손실 보전과 재정 문제다. 정부의 손실 보전 실적은 아직이다. 별 언급도 없다. 하지만 몇 언론 보도뿐 아니라 혼자 얼추 추정해도 그 규모는 막대하다. 주유소에서만 매일 1억ℓ가량의 기름이 팔리니 통제가 이어지면 손실은 가속된다.
손실의 사후 정산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다. 그럼에도 정유사들이 공급을 유지했던 건 ‘석유제품 매점매석 금지 고시’(제4조) 때문이다. 전년 판매량의 90% 이상을 공급해야 처벌을 면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물량을 대야 한다. 대기 줄들이 사라진 주요 이유다. 그런데 이 강제 판매 조항 때문에 손실의 ‘정당 보상’은 더욱 필수적이다. 보상 부재 시 헌법 제23조 제3항이 금지하는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 정부에 이를 감당할 의지가 있는가. 정보 비효율성이 심하다. 억지 동결이라는 비판을 받은 3차에 이어 직전 2주간 기준 유가가 반대로 하락했지만 4차 최고액도 동결했다. 국제가격 연동이 아니라 정부 재량형 통제로 변질했다.
반면 일본의 3월 ‘긴급적 격변완화 조치’는 같은 보조금 제도지만 실시간으로 시장가격을 관찰하며 목표가격과 보전액을 결정한다. 정확도와 효율성이 높다. 우리는 모든 정책의 핵심 신호인 시장가격을 아예 대체해 버렸다.
수요 관리 실패 또한 취약한 고리다. 호르무즈 충격에는 단기 소비 조정도 필수적인데 “최고가격제가 수요와 무관하다”는 잘못된 전제로 대응했다. 석유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다 해도 가격을 누르면 소비는 늘기 마련이다. 실제로 1차 고시 기간 주간 판매량은 24.7% 급증했고, 이후에도 감소세는 보이지 않았다. 에너지 절약 정책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 소비를 세금으로 계속 지원해야 하는가.
“가격 안정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1차 고시 후 그랬지만 2차 이후 곧 제도 직전의 수준을 회복했고 3차 1주일 만에 2000원을 돌파했다. 4차 발표 직전의 2006원과 이후 가격들은 이미 최후 임계점에 왔다. 이를 굳이 ‘안정’이라 부른다면 어쩔 수 없으나 통제의 폐해는 급증세다. 고유가는 전 국민에게 부담이지만 제도가 더 지속되면 악성 포퓰리즘의 덫에 빠진다. 서둘러 다른 안정책으로 전환하자. 특히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에 역량을 집중하자.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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