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심혈관질환의 절반 ‘5가지 위험인자’가 가른다

성인 624만명 13년 추적·연구 결과
혈압과 흡연, 비HDL 콜레스테롤,
당뇨병, 체질량지수와 깊은 연관성
50세 미만 男 혈압·흡연 특히 주의
한국인 심혈관질환의 절반 가까이는 ‘5가지 위험 인자’에 좌우된다는 사실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수축기 혈압과 흡연, 비(非)고밀도지단백(비HDL) 콜레스테롤, 당뇨병,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등 다섯 인자의 적절한 관리를 통해 심혈관질환 발생의 상당수를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50세 미만 남성에선 수축기 혈압과 흡연의 기여도가 매우 컸으며 두 인자의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쓸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최수연·이희선 교수팀은 2009~2010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624만9852명을 약 13년간 추적 관찰해 얻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The Lancet Regional Health-Western Pacific)에 발표했다.
연구 기간 총 27만9093건의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발생했다. 흔히 ‘동맥경화’로 알려진 죽상경화는 혈관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이 쌓여 죽처럼 뭉쳐서 딱딱하게 변했다는 의미로, 그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 등이 일어난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심장 관련 사망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분석 결과, 앞서 언급된 5대 조절 가능한 위험 인자가 심혈관질환 발생의 46.2%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위험 인자 중에선 수축기 혈압의 영향이 가장 컸으며 흡연, 비HDL콜레스테롤, 당뇨병, BMI 순이었다.
수축기 혈압은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다. 이희선 교수는 “수축기 혈압의 기여도가 가장 큰 이유는 혈압 상승이 심혈관질환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 아니라 인구 전체에서 유병률 자체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혈압은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까지 증상이 전혀 없으므로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스크리닝(혈압 측정)을 확대하고 가정 내 혈압 측정을 권장하는 것이 조기 발견과 관리에 최선이다. 가정 내 혈압 측정에서 지속적으로 135/85㎜Hg 이상이 나오면 반드시 의사와 약물치료가 필요할지 상담해야 한다. 짠 음식·과음·가공식품 줄이기,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은 기본이다.
흡연은 혈전을 잘 생기게 하고 혈관벽에 염증을 유발해 죽상경화를 촉진한다. 특히 젊은 연령층에선 다른 위험 인자가 많지 않더라도 흡연 자체가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 교수는 “사실상 심혈관질환 예방 측면에선 금연만이 답”이라며 “흡연을 줄이는 것도 일부 도움 될 수 있지만 의학적 목표는 ‘줄이는 것’이 아닌 ‘완전 금연’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흔히 ‘지질’로도 표현되는 콜레스테롤은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과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정도가 알려져 있지만, 죽상경화를 일으키는 지질에는 LDL 외에 VLDL, IDL, 잔여 콜레스테롤, 지질단백질 등이 있다. 미국심장학회는 이런 비HDL콜레스테롤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더 잘 예측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지질 관리를 위해선 가공육·튀김·정제 탄수화물·당분 섭취를 줄여야 한다. 대신 생선, 견과류, 통곡물, 채소, 불포화지방을 포함한 식사가 권장된다. 이미 심혈관질환 위험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경우, 그 외 다른 위험인자가 많은 경우에는 생활습관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스타틴 등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 밖에 당뇨와 BMI(비만) 역시 심혈관질환의 중요한 위험 인자이나 앞서 세 가지 조절 가능 인자에 비하면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위험 인자가 영향을 미치는 정도의 차이는 뚜렷했다. 남성에서 5대 위험 인자의 총 기여도는 52.8%로 여성(30.4%)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50세 미만 남성에선 71.5%로 월등히 높았다. 이 연령대에선 수축기 혈압과 흡연의 영향이 각각 48.6%, 29.4%로 분석돼 생활습관 관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이 교수는 “젊은 남성에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절대 발생률 자체는 높지 않지만 높은 혈압과 흡연에 노출되면 혈관내피 손상, 염증, 산화 스트레스, 혈전 형성 등이 촉진돼 죽상경화가 조기에 발생·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연령대는 ‘아직 젊다’ ‘무증상이다’는 핑계로 건강에 무신경하기보다 자신의 혈압을 조기에 확인하고 반복 측정에서 높게 나왔다면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필요시 약물치료까지 포함해 적극 관리해야 한다”며 “흡연자는 흡연량을 줄이는 것보다 완전 금연 유지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반면 여성은 연령과 상관없이 수축기 혈압이 지속적으로 중요한 위험 인자로 지목됐다. 또 연령이 증가할수록 당뇨병과 비HDL콜레스테롤의 기여도가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수연 교수는 “심혈관질환 예방은 더 이상 획일적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충분치 않다”며 “연령·성별에 따른 위험 인자의 우선순위를 반영한 맞춤형 예방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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