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AI 경영참여” 선언…한국판 스페이스X 꿈 커졌다

재계 5위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을 추가 취득해 보유 지분 5%를 넘기며 ‘경영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위성 개발·생산·발사·관제 등 우주 산업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을 구축해 ‘한국판 스페이스X’에 도전한다는 구상이다. 재계에서는 항공·우주 산업을 미래 핵심동력으로 키우려는 한화가 본격적으로 KAI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새해 첫 현장 경영 행보로 한화 제주우주센터를 찾아 “우주로 가는 것이 한화의 사명”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 주식 10만 주(0.1%)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은 연간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KAI 지분 4.99%를 확보한 사실을 밝혔는데, 이번 추가 매입으로 한화 측의 KAI 지분이 5.09%로 늘어나게 됐다. 한화는 이날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상장 회사가 다른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금융감독원에 보유 사실·목적 등을 밝혀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영 참여 계획은 검토 중”이라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경우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회사 및 주주, 이해 관계자들의 사정과 이익을 충분히 고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화 측은 이에 더해 연말까지 총 5000억원을 들여 KAI 주식을 추가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정규 장 종가(18만원) 기준으로 KAI 지분의 3%가량이 된다. 이렇게 되면 한화의 총지분율은 8% 내외가 되는데,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현 국민연금(8.12%)과 ‘2대 주주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한화가 KAI 지분 추가 확대에 이어, 중장기적으론 수출입은행 보유 지분 인수를 통해 그룹 편입까지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AI는 전투기·헬기 등 항공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지난해 매출은 3조6964억원이었다. K방산의 수요 확대에 힘입어 최근 1년 새 자산이 8조1280억→10조3870억원으로 늘어나며 재계 순위가 53위로 뛰었다.
한화 관계자는 “KAI 지분 확대는 방산·우주항공 분야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사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래 사업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지상방산·항공엔진·항공전자·레이더·우주발사체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이자 위성 개발 및 공중전투체계 등의 기술력을 갖고 있어 두 회사에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우주항공 기업들이 ‘규모의 경쟁’에 돌입한 점도 강조했다. 한화 관계자는 “유럽에선 에어버스·탈레스·레오나르도 등 3사가 통합했고, 영국 BAE시스템이 미국 볼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하는 등 대형화·복합화 추세”라며 “한국도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결합을 통한 ‘내셔널 챔피언(국가 대표기업)’ 설립이 필연적 과제로 부상했다. 개별 방산기업이 각자도생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다름없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등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2024년 3000억 달러(약 440조원)에서 2040년 1조1000억 달러(약 161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한화 관계자는 “국내 우주기업의 매출 규모는 3조5000억원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두 회사의 파트너십이 강화되면 글로벌 방산·우주항공 시장에서 원팀 전략을 통한 수주 확대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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