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어디 둬야 해" 비키니 입고 우르르…명화 앞에 몰린 사람들 정체
수영복 관람객 입장료 면제 행사
스위스의 한 미술관이 수영복 차림으로 입장한 관람객의 입장료를 면제해주는 이색 이벤트를 열었다.
최근 AFP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바젤 외곽의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은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Bathers)' 연작 전시를 맞아 지난 1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관람객이 수영복 차림으로 입장하면 25스위스프랑(약 4만7000원)의 입장료를 면제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미술관 내부에서는 검은 수영복을 입고 수건을 어깨에 두른 젊은 여성이 작품을 감상하고, 상의를 벗고 주황색 수영복만 입은 남성이 붓 터치를 살펴보는 등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스위스 출신의 34세 그래픽 디자이너 줄리앙 롱데즈는 AFP에 "다소 황당하면서도 대담한 발상이지만 마음에 든다"며 "이미 전시를 봤지만 이번 콘셉트에 맞춰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영복을 입은 관람객들이 "미술관 안에서 하나의 작품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술관 정원에서는 관람객들이 잔디밭과 연못 주변에서 일광욕을 즐기기도 했다. 형형색색의 비키니를 입은 인사 담당자 리오넬(53)은 "색다른 경험"이라며 "다른 관람객들도 수영복을 입었는지 자꾸 주변을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나누는 것이 즐겁다"면서도 "작품에 집중하기에는 다소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기획한 이번 프로젝트는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 연작에서 영감을 얻었다.
바젤에서 일하는 포르투갈 출신 건축가 아나 로페스(34)는 "세잔의 작품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느낄 수 있다"며 "수영복을 입는 행위 역시 거의 벌거벗은 상태로 자연에 가까워지는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관 측은 "이번 시도는 인간의 몸과 자연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며 "관람객과 작품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새로운 인식을 유도하는 동시에 유머와 자유를 더한다"고 밝혔다.
세잔은 1870년경부터 사망 전까지 약 200여점의 '목욕하는 사람들' 연작을 남겼다. 이 연작은 그의 예술 세계를 집약한 대표 주제로 꼽힌다. 이들 작품은 특정한 서사 없이 인물과 풍경을 결합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하고, 색채와 구도를 통해 인체를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한 것이 특징이다.
또 세잔은 인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단순화된 형태와 구조로 재구성해 전체 화면의 균형과 리듬을 강조했다. 이 같은 시도는 이후 입체주의 등 현대 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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