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군함 미사일 맞고 퇴각”…美 “피격 없어, 상선 2척 통과”

한지혜 2026. 5. 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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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군과의 충돌 가능성을 한층 끌어올리며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4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남동부 자스크 인근 해역에서 미 해군 호위함 1척이 항행 및 선박 통행 규정을 위반하고 해협 통과를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자스크는 호르무즈 해협 동쪽 오만만에 접한 항구 도시다. 통신은 “미 군함이 이란 해군의 경고를 무시하고 기동을 강행한 직후 미사일 공격의 표적이 됐다”며 “해당 군함은 미사일 2발을 맞고 항행을 지속하지 못한 채 기수를 돌려 퇴각했다”고 전했다. 이란군도 타스님통신을 통해 “단호하고 신속한 경고로 미 해군 함정의 해협 진입을 저지했다”고 밝히며 추가 발표를 예고했다.

이와 별도로 이란군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 구역에서 적대적 기동을 하는 미 해군 구축함들을 확인한 뒤 경고 무전과 경고 사격을 실시했다”고도 밝혔다. 이란 측은 미 구축함들이 레이더를 끈 채 오만해에서 해협에 접근하려 했으며, 경고를 무시하자 순항미사일과 로켓포, 전투 드론 등을 동원해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 아라비아해에서 미 해병대 제31원정대가 이란 항만 봉쇄 위반 의심을 받은 상선 ‘블루 스타 III’를 승선 검색한 뒤 항로를 확인하고 출항을 허용하는 모습. 미 중부사령부


다만 미 중부사령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미 해군 함정이 타격을 입은 사실은 없다”며 “미군은 ‘프로젝트 프리덤’을 지원하고 이란 항만에 대한 해상 봉쇄를 수행 중”이라는 반박글을 즉시 X(옛 트위터)에 올렸다. 또다른 글에선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들은 해협을 통과한 후 현재 아라비아만에서 작전 중”이라고 밝히며 자국 상선 2척의 통과 소식도 알렸다. 하지만 이후 이란군은 ”최근 몇 시간 동안 이란의 허가 없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없었다”며 “미국 측의 허황된 주장”이라고 반격했다고 이란 국영 IRIB가 전했다.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소속 유조선 1척도 이란 측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UAE 외무부는 ADNOC 소속 유조선 1척이 이란 드론 2대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히며, 항행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같은 날 UAE에선 이란에서 발사된 순항미사일 3발을 격추하고 1발은 영해에 낙하했다고도 밝혔다. 푸자이라에서는 드론 공격으로 석유시설 화재가 발생했으며, 당국은 한때 주민들에게 대피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지난달 8일 미국과 이란이 휴전한 뒤 UAE가 이란의 공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4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 인근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과 소형 보트들이 항해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프로젝트 프리덤’을 통해 해협에 묶인 선박을 보호·유도하겠다고 밝힌 직후 발생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해당 작전을 위해 병력 1만5000명과 항공기 100여 대, 군함 및 드론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란은 해협 통제 범위를 대폭 확대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IRGC 해군은 이날 호르무즈해협 일대의 새로운 통제선을 설정한 지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서쪽으로는 이란 게슘섬 서단과 UAE 움알쿠와인을 잇는 선, 동남쪽으로는 이란 모바라크산과 UAE 푸자이라 남부를 연결한 선까지를 포함해 기존보다 훨씬 넓은 구역을 통제 범위로 설정했다.

그동안 IRGC는 게슘섬과 라라크섬 인근을 안전 항로로 지정하고, 오만 무산담 곶 주변 해역을 ‘위험 구역’으로 분류해 제한적으로 통제해왔다. 그러나 새 통제선이 적용되면 오만은 물론 UAE 일부 영해까지 포함되며, 걸프 해역에 대기 중이던 선박들조차 해협 접근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봉쇄를 우회할 수 있는 통로로 여겨졌던 UAE 푸자이라 항구까지 통제 범위에 포함됐다.

이란군이 4일 공개한 호르무즈해협 지도. 해협 입구와 출구에 각각 붉은 색 통제선이 그어져있다. 사진 국영 IRIB방송 캡처


IRGC 대변인 알리 모헤비 준장은 “모든 민간 상선은 혁명수비대 해군의 통항 규정을 따라야 한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나포 등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해운사와 보험사 역시 관련 공지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해협 통항 지원 계획에 맞서 사실상 ‘확장된 해상 통제권’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군이 선박을 호위해 통과시키기도 전에 이를 통제구역 침입으로 간주하고 무력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동시에 미국의 해상 봉쇄에 대한 맞대응 성격의 군사적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강경 노선의 배경에는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지시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달 30일 ‘페르시아만의 날’ 메시지에서 “페르시아만은 이란과 무슬림 세계의 정체성”이라며 새로운 해협 관리 체계 수립을 주문했고, IRGC가 이에 따라 통제 체계를 전면 재정비했다는 것이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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