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변호사 자격자 줄이탈… 법률 전문 인력 부족 특수수사 한계

임송수,조민아 2026. 5. 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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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커진 경찰, 뒤처진 수사] <2> 특별수사 골든타임 지나간다


서울의 한 지방검찰청에 근무하는 A검사는 몇 년 전만 해도 경찰 제복을 입고 있었다. 경감(공무원 6급에 해당)이었던 그가 경찰을 떠나 4급 공무원이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5급(경정) 승진에 실패해서다. 수년간 승진에서 미끄러지자 경찰 조직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면서 검찰행을 결심한 것이다. 이처럼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경찰을 떠나 검찰에 둥지를 튼 이들이 올해에만 6명이다.

수사 체계 개편으로 경찰이 유력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얽힌 특수수사를 여럿 맡으면서 법률 전문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지만 전문 인력 확보가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 내 변호사 자격자들은 승진 문턱 등에 가로막혀 경찰을 떠나고 있다. 현직 경찰관 중에서도 로스쿨에 진학하려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관련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고, 자격증을 딴 뒤 이탈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수사 자격을 갖춘 신임 수사 경과자의 짧은 교육 기간도 수사 역량 부족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경찰의 특수수사 역량을 높이기 위한 인사·보상 시스템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4일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변호사 자격증 보유 경찰 퇴직자는 32명으로 2020년(4명) 대비 8배 증가했다. 퇴직자 수는 2020년까지 매년 4명 이하였지만 2022년부터 두 자릿수로 증가한 이후 급증세다. 또 경찰은 매년 경력채용으로 변호사 20~40명을 채용해왔지만 2024년부터 퇴직자(29명)가 임용 인원(26명)을 역전했다. 지난해에도 퇴직자 수가 임용 인원보다 8명 더 많았다.


변호사 자격자들은 본격적인 역량을 발휘할 시점에 무더기로 이탈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경찰 내부 자료를 보면 2014년 경채 시행 이래 경력 5년 미만의 퇴직자 비율은 64%다. 2020년 이후 퇴직자의 변호사 자격 취득일(입직 전 취득자는 입직일 기준)로부터 평균 근속기간은 약 4년 7개월에 그쳤다.

이 배경에는 승진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퇴직한 변호사 자격자 32명 중 28명이 퇴직 당시 계급이 경감이었다. 변호사 경채 출신들은 심사 승진에서 약진하지 못하고 있다. 경정급 이하는 승진 방식이 심사 승진과 시험 승진으로 나뉘며 비중은 대략 7대 3이다. 하지만 지난 3월 기준 변호사 경채 출신의 누적 승진 인원 48명 중 심사 승진은 6명에 그쳤다. 심사 승진이 더 많은 경찰 조직 특성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를 두고 경채 출신은 경찰대나 간부후보생 출신과 비교해 조직 내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기 어려운 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문이 넓은 심사 승진은 5배수를 심사 대상으로 추린 뒤 인사권자의 추천을 받는다. 인맥이 있을수록 유리한 구조다.

현직 경찰의 로스쿨 진학도 ‘딜레마’로 남아있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국가경찰위원회에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로스쿨에 가려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며 “경정 계급부터 계급정년이 있고, 총경 승진도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경찰은 경찰관의 로스쿨 진학 목적의 연수 휴직이 3년까지 가능하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조직 생활에 있어 로스쿨행이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로스쿨을 다니기 위해 일선 수사에서 빠진 기간이 오히려 승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경찰대 출신 한 경정급 경찰은 “변호사 자격증을 따러 지구대·파출소에 나가 있는 것보다 그 기간에 수사 부서에서 근무한 이력이 승진에 더 도움 된다”고 귀띔했다.

경찰대 출신 변호사 자격자들이 조직을 떠나는 것도 이러한 현실과 맞닿아있다. 경찰대 출신 변호사 자격자 퇴직 인원은 2021년까지 2명 이하였지만, 지난해 12명으로 급증했다. 수사의 무게 중심이 경찰로 옮겨가면서 중·대형 로펌의 이른바 ‘전관 경찰’ 변호사 러브콜도 늘었다.

신임 경찰 수사관 교육 기간이 짧다는 점도 수사의 질적 향상에 걸림돌로 꼽힌다. 경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수사 경과로 선발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2주간 시·도경찰청 교육센터에서 교육하고, 경찰수사연수원에서 4주 동안 추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시·도청 2주 의무 교육만 이수하면 현장에 투입됐다. 반면 검사는 연수원 교육 기간이 6개월이다. 경찰 역시 교육 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연수원 규모와 관련 예산, 교육 기간에 발생하는 수사 공백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간 경찰 지휘부의 안일한 현실 인식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대 출신 간부는 “변호사들의 조직 안착에 관심이 부족했다”며 “자격증이 있는 인재들을 ‘나갈 사람’이라는 식의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아 안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일선 경찰관은 “경찰의 수사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젊은 경찰들은 로스쿨 진학 등 여러 고민을 하고 있지만 지원 제도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조민아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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