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3주 넘게 남았는데…한은 부총재 '인상 시그널' 발언 배경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매파적 발언에 나선 것은 그동안 중동 사태를 이유로 '신중한' 기조만 강조해오던 한은이 이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통화정책 당국의 인식을 명시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두 달 연속 800억달러를 넘긴 4월 수출 집계 등을 토대로 볼 때 물가와 성장 모두에 부정적이라는 기존의 평가를 조정하기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가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률은 반도체 호황과 주식시장 활황 등으로 부정적 효과가 크게 상쇄되고 남는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채권금리가 높아지는 와중에 연내 1차례 인상 정도가 컨센서스인 상황에서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유 부총재는 4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에 참석하고자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를 찾아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최신 물가 및 성장 경로를 확인한 결과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시그널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이어진 금리 인하 사이클은 외부적 충격과 경제여건에 따라 금리 인상 사이클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개인적 견해"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신현송 새 한국은행 총재가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라는 '2차 파급효과'가 나올 때 통화정책 대응을 고려한다는 원론적 입장으로 일관해왔던 터라 시장에서는 달라진 한은 내부의 기류 변화에 주목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진작 줬어야 할 시그널을 총재 교체기와 맞물려서 조금 늦은 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면서 "고도로 계산된 발언과 타이밍이었다고 보고 있고 시장금리 고점 탐색을 위해서는 길잡이 같은 발언이고 필요한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총재가 바뀌지 않는 구조였다면 4월에 시그널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시장이 너무 안심하거나 방심하다가 물가를 확인하고 부랴부랴 인상에 나서면 충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부총재가 개인적인 의견임을 피력했으나 상당 부분 총재 및 집행부와 조율된 의견으로 판단한다"면서 "특히 현재의 중동 전쟁이 성장보다 물가를 중요시해야 할 상황이라는 인식은 지난주 유로존, 영국, 캐나다 사례에서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총재의 발언이 4월 물가 지표 발표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시장은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연합인포맥스가 10개 국내외 금융기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2.57%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유가가 크게 올랐지만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여 2% 중반대를 보일 것으로 대체로 봤으며 5월 이후에는 3%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당시 추정치는 전년동월비 2.5~2.6%이지만 컨센서스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고, 5월부터 당분간 3%를 상회할 수 있어 이를 경계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내려오지 않는 유가, 성장 호조, 코스피 급등 등 자산시장 부의 효과까지 일정부분 경계 대상"이라고 짚었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4월부터 큰 폭 상승 중인데다 4월 기대인플레이션도 2.9%까지 높아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어느 정도까지 신중하게 지켜보는 상황은 맞다"면서도 "지금 나온 데이터, GDP와 4월 수출 등이 중동 사태의 부정적인 부분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쪽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조금씩 시그널을 주는 게 맞다고 한다면 적절한 타이밍에 나온 발언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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