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위기’ 포스코이앤씨...시공능력 7위의 추락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6. 5. 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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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평가 7위 포스코이앤씨가 국내외 사업 전반에서 부진을 이어가며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공사 중단 여파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한 가운데 재무 리스크와 미분양, 책임준공 리스크까지 겹치며 복합 위기에 빠진 모습이다. 회사 측은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반등을 노린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재무와 신뢰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출 27% 줄고 4515억 적자

산재·미분양·해외 손실 한꺼번에

지난해 포스코이앤씨가 받은 성적표는 충격에 가깝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6조9031억원으로 전년 9조4687억원 대비 27.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18억원 흑자에서 4515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당기순이익도 4776억원 손실로 내려앉았다.

실적 악화에는 국내 현장 사고 이후 전 사업장의 공사가 일시 중단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4월 11일 광명 신안산선 5-2공구 터널 붕괴로 작업자 1명이 숨진 뒤, 함양~울산 고속도로와 광명~서울 고속도로 등에서도 인명 사고가 잇따랐다. 이후 포스코이앤씨는 국내외 103개 현장을 일시 중단하고 안전 점검에 들어갔다. 지난해 공사가 멈췄던 현장의 평균 중단 기간은 27.9일로 알려진다. 건설사는 공정이 진행된 만큼 매출을 인식한다. 공사 기간이 늘면 인건비, 장비비, 금융비용도 함께 불어난다. 여기에 사고 수습비, 복구비, 안전 점검 비용이 동시에 반영됐다.

모든 사업 부문에서 외형이 줄어든 점도 뼈아프다. 건축 부문 매출은 4조5053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원 이상 줄었다. 그동안 전사 실적을 떠받치던 건축 부문 영업이익도 2602억원에서 499억원으로 80% 넘게 감소했다. 대구 등 지방 사업장의 미분양 증가와 공사비 회수 지연이 결정적이었다. 플랜트 부문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 인프라사업본부가 플랜트사업본부로 통합되면서 관련 실적이 함께 반영됐다. 이 부문에서만 547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신안산선 복구 비용과 해외 프로젝트 추가 원가 발생이 겹친 결과다. 폴란드 바르샤바 소각로 EPC와 말레이시아 Pulau Indah 발전소에서 발생한 지체상금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지체상금은 약속한 공사 기한을 지키지 못했을 때 발주처에 물어주는 비용이다.

수익성 악화 이면에는 채권 회수 부실화가 짙게 깔려 있다. 공사를 했지만 돈을 제때 받지 못하는 현장이 늘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대손상각비는 1742억원으로 전년 987억원보다 76.5% 늘었다. 대손상각비가 이미 해놓은 공사에서 받기 어려운 돈이라면, 공사손실충당금은 앞으로 수행할 공사에서 예상되는 손실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새로 반영한 공사손실충당금은 900억원이다. 전년 311억원의 세 배에 육박한다.

공사 지연에 따른 책임준공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책임준공은 시행사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시공사가 약정 기한 안에 준공을 보증하는 구조다.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시공사가 채무를 인수하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가 부담하는 책임준공 약정 금액은 2조6000억원 수준이다. 대주단에 제공한 손해배상 약정 규모도 약 8조4000억원에 이른다. 안전사고에 따른 행정처분 가능성도 변수다. 국토교통부는 신안산선 사고가 설계 오류와 사고 구간 내 단층대 미인지, 안전관리계획 미준수 등 부적절한 시공 관리로 인해 발생한 ‘인재’라고 판단한다. 이에 포스코이앤씨와 감리·설계사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검토 중이다.

상황이 이렇자 재무 건전성은 빠르게 악화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72%로 전년 말 118%보다 54.5%포인트 올랐다. 총차입금은 1조171억원에서 1조9985억원으로 96.5% 급증했다. 과거 포스코이앤씨는 보유 현금이 차입금보다 많아 재무 안정성이 강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영업손실과 운전자본 부담, 사고 관련 비용이 겹치며 지난해 말 순차입금비율은 24.8%로 플러스 전환했다.

자회사와 해외 법인 리스크도 만만찮다. 국내 자회사 알앤알물류는 지난해 283억원 순손실과 단기차입금 채무불이행 문제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연결 대상 해외 종속 법인 12곳 중 8곳은 손실을 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순자산 -788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태국과 필리핀 법인 역시 각각 -758억원, -179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우려는 이미 신용도에 반영됐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말 포스코이앤씨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부정적 전망은 6개월 이내 신용등급 하향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포스코이앤씨가 공사 중단 여파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한 가운데 재무 리스크와 미분양, 책임준공 리스크까지 겹치며 복합 위기에 빠졌다. 사진은 포스코이앤씨 송도사옥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모습. (뉴스1)
강남 수주로 반전 노리지만…

“부실 현장·우발채무 정리가 우선”

반전은 가능할까.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경영 방향을 수익성 중심으로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발주처와 도급 변경, 설계 변경을 협의해 급등한 원가 부담을 낮추고, 수주 단계부터 사업성을 더 엄격히 따져 손실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강남권 우량 정비사업 수주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최근 신반포19·2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조합원 가구당 2억원 규모의 금융지원금을 조기 지원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무리한 외형 확대보다 안정적인 사업 추진과 신뢰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자금력과 이행 역량을 기반으로 한 선별 수주 전략을 유지하며 핵심 입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우량 사업장 선점은 향후 실적 반등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단기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진 시점에서 대규모 금융 지원 조건을 내건 수주 전략이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올해 1분기 흐름만 놓고 보면 반등 신호는 약하다. 해외 수주는 1건도 없었고, 도시정비 분야에서는 문래현대5차 리모델링 1709억원 1건, 신길역세권 재개발 사업 시공권 1건에 그쳤다. 신반포19·25차, 중림동 재개발, 목동신시가지 등 수도권 정비사업을 노리고 있지만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대형사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포스코이앤씨 위기를 단순한 일회성 충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 전반이 침체에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포스코이앤씨는 안전 리스크와 사업관리 실패가 실적과 재무를 동시에 흔든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대재해 비용이 직접적인 타격을 준 것은 맞지만 그 이면에는 미분양 부담, 해외 사업 손실, 높은 원가율, PF 리스크가 한꺼번에 드러난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업황 탓만 할 수 있는 국면은 이미 지났고, 체질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경쟁력 약화 신호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반복된 안전사고와 공사 중단은 단순한 일회성 비용을 넘어 중대재해법 리스크, 공공입찰 제한, 신용도 악화로 이어지는 장기 평판·재무 리스크를 확대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안전’을 비용이 아니라 수익성 보전 장치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 교수는 “최고경영자 평가와 현장소장 보상체계를 안전 지표와 직접 연동하고, 공사 기간 단축보다 위험 예측과 작업중지권 보장을 우선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부실 현장·우발채무 정리’가 공격적 수주보다 더 먼저라는 지적이 많다. 신규 수주가 생겨도 공사비를 제때 받지 못하면 재무 부담은 되레 커진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 법무학과 교수는 “올해 실적은 국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성과를 얼마나 내느냐와 해외 부실 사업장을 얼마나 정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수익성 낮은 사업 정리가 핵심 변수”라고 짚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8호(2026.05.06~05.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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