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표류 끝낸 남산타운은 시작일 뿐…[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6. 5. 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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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리모델링 열풍 불어온다

1곳. 지난해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입주한 단지 숫자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에 위치한 잠실더샵루벤이 주인공. 총 2개동, 327가구로 구성됐다. 단지 규모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공급한 아파트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이 각종 규제와 사업성 문제로 난항을 겪는 가운데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서울 내 리모델링 조합설립이 완료된 사업장은 70곳이 넘는다. 이 중 공사가 시작됐거나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이주를 준비하는 단지도 여럿 있다.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수도권 일부 도시는 특정 지역이 한꺼번에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용인 수지구가 대표적이다. 성남 분당구나 수원 영통구 또한 리모델링이 활발하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비교해 사업 속도가 빠르고 절차가 간소하다. 준공 후 최소 30년은 지나야 사업 추진이 가능한 재건축과 달리 준공 15년만 지나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기부채납이나 공공임대주택 조건이 없어 인허가 절차도 복잡하지 않다. 조합설립부터 준공까지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조합원 간 의견 통일이 원활하다는 전제 아래 사업 기간을 훨씬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조건은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됐을 때 나타나는 장점이다. 각종 요인으로 사업이 지체되거나 의견 대립이 나타나면 리모델링 사업은 예상보다 훨씬 더 지체된다. 시장 분위기에 따라 리모델링을 포기하고 재건축을 다시 추진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열풍이 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집값 상승으로 일부 단지는 사업성을 다소 확보했다. 오랜 기간 서울 리모델링 대표 단지였지만 행정적 문제로 사업 동력을 잃었던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는 점 또한 화제다.

다만 급등한 공사비에 따른 추가 분담금 문제, 적은 일반분양 물량으로 인한 낮은 사업성 등은 향후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서울 중구 남산타운은 오랜 기간 답보 상태를 지나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윤관식 기자)
큰 산 넘은 서울 남산타운

8년 만에 조합설립인가 얻어

서울 지하철 3호선과 6호선 환승역인 약수역 5번 출구로 나와 언덕이 있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띈다. 2002년 준공한 남산타운이다. 동호로를 따라 맞은편에 위치한 약수하이츠(1999년 준공, 2282가구)와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리모델링 단지로 꼽힌다.

서울시 지도를 넓게 펼쳐보면 남산타운은 서울시 중심에 위치했다. 북쪽 약수역부터 시작해 남서쪽 6호선 버티고개역까지 토끼 모양으로 넓게 펼쳐진 단지다. 단지 남쪽에는 매봉산공원이 위치했으며 오른쪽에는 옥수동, 왼쪽은 장충동으로 이어진다.

장단점이 확실한 단지다. 가장 큰 장점은 ‘도심 속 숲세권’이라는 점이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았지만 단지 주변에는 남산·매봉산·쌈지공원 등이 있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강남이나 종로, 용산 등 주요 업무지구와 20~30분 내 이동 가능하다는 입지적 장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강북 최대 규모 대단지란 점은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총 42개동, 5152가구로 구성됐으며, 임대 물량을 제외해도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단지는 매봉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탓에 언덕이 심하고 대체로 경사가 있다. 대지지분 또한 작은 편이다.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약 35㎡이며, 용적률은 231%로 재건축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때문에 처음부터 남산타운은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잡았다. 입지가 워낙 좋고 숲세권이란 장점, 도심 내 귀한 대단지 아파트란 매력을 인정받아 2018년 ‘서울형 리모델링’ 첫 시범단지로 선정됐다. 2023년 10월 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는 등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가 붙는 듯했다. 임대주택을 제외한 공동주택 3116가구를 467가구 늘려 3583가구로 탈바꿈한다는 청사진도 마련됐다.

하지만 이후 남산타운 리모델링 사업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법적 문제와 남산타운의 구조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행 주택법상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려면 단지 전체 3분의 2 이상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남산타운은 5152가구 가운데 2034가구가 임대주택이다. 즉, 임대단지 소유자인 서울시 동의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서울시는 그동안 임대주택 거주자의 거주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임대주택을 리모델링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올해 초 남산타운 측과 중구청, 서울시가 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서울시 기존 권리관계에 변동을 주지 않는 것을 전제로 향후 임대·분양 단지 필지를 분할하는 ‘선인가 후필지 분할’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 중구청이 지난 4월 21일 남산타운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조건부로 인가하며, 남산타운은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부동산 업계는 ‘서울 리모델링 최대어’로 불리는 남산타운이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리모델링 사업이 재개될 것이란 예측이 반영돼 남산타운은 신고가를 경신하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남산타운 전용 59㎡는 올해 3월 1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3월 11억원 전후로 거래됐던 물건이지만 1년 만에 5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4월 이후에도 대부분 15억원 전후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남산타운 리모델링 사업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2018년 당시와 달리 지금은 사업 환경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신당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리모델링이 다시 추진될 것을 예상하고 매수하는 사람이 늘었다”면서도 “공사비용이 워낙 올랐고 남산타운은 지형적으로 공사가 까다로울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아 추가 분담금 문제는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총 1512가구 대단지인 서울 양천구 목동한신청구아파트는 최근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윤관식 기자)
양천구 중·소규모 단지도 가세

용인 수지 리모델링 열풍에 가격 급등

남산타운 외에도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곳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곳이 양천구 일대다. 양천구에는 목동신시가지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다만 신시가지아파트 외 다른 단지들은 대체로 용적률이 높거나 가구당 대지지분이 낮아 재건축이 어렵다. 때문에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양천구 목동 한신청구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4월 18일 조합설립총회를 개최하고 양천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한신청구는 총 1512가구 규모 대단지로 1997년 준공했다. 입지는 탁월하다. 지하철 9호선 신목동역 도보 5분 거리다. 동쪽으로는 안양천이 흐르며 서울목원초를 품고 있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다. 다만 가구당 대지지분은 약 40㎡이며 용적률은 233%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은 어려워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인근에 위치한 목동우성1차와 목동우성2차 역시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0년부터 사업을 준비한 목동우성1차는 조합설립을 눈앞에 뒀다. 현재 332가구에서 361가구로 29가구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리모델링 사업 심의를 통과한 목동우성2차는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도권으로 눈을 돌려보면 지역 전체가 리모델링 열풍에 휩싸인 곳도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다.

수지구는 올해 전국에서 가장 집값 상승률이 높은 지역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리모델링에 따른 기대감 역시 수지구 집값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지구 아파트 거래 1662건 중 305건(18.4%)이 리모델링 아파트에서 이뤄졌다.

대표적인 단지가 초입마을아파트(1620가구)다. 지난해 12월부터 상당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2월 한 달에만 51건이 거래됐으며 이 중 2건이 취소됐다. 3월에는 28건, 4월에도 17건이 손바뀜하는 등 올해 진행된 거래량만 100건이 넘는다. 단지 규모 등을 감안해도 이례적인 숫자다. 4월에는 전용 59㎡가 7억6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초입마을아파트는 이미 올해 2월부터 이주가 진행 중이다.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로 새로운 단지 이름은 더샵센터마크원이다. 일반분양 물량은 95가구로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1715가구 신축 아파트로 거듭난다.

성공 사례 늘어나는 리모델링

청약 시장에서도 반응 좋아

수도권 전반적으로 리모델링이 확산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재건축에 비해 거래가 자유롭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조합원 양도가 제한된다. 반면 리모델링 사업은 별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없다.

수도권 전역에 걸친 집값 상승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역시 사업성 확보가 가능해진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일반분양 물량이 현저히 적어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인해 리모델링 추진 단지 역시 최소한의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리모델링 성공 사례가 많아지며 세간의 인식이 좋아진 점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수도권 공급 물량 감소로 입지 좋은 곳에서 분양하는 리모델링 단지는 높은 분양가에도 경쟁률이 치열하다. 지난해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느티마을 3단지를 리모델링해 일반분양한 더샵분당티에르원 전용 84㎡ 분양가격은 26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1순위 청약에서만 평균 100.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서울 용산구 이촌르엘 역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긴 했지만 특별공급 평균 경쟁률이 147 대 1이었다. 리모델링 단지라고 해도 사업이 마무리되면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큰 차이 없다는 것이 시장 반응을 통해 확인됐다.

전반적인 정책 변화로 리모델링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은 흥미롭다. 지난 1년 동안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가장 영향을 미쳤던 제도는 대출 규제다. 최근에는 비거주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방안을 논의 중이다. 두 가지 제도는 새로운 집을 사거나 ‘갈아타기’를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실거주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러 요소로 인해 갈아타기가 어렵게 됐고 재건축은 쉽지 않을뿐더러 너무 비싸졌다. 때문에 일부 실수요자들은 실거주 만족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동시에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를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전역에 걸쳐 리모델링이 다시 활발해지지만, 이 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리모델링 역시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공사비 압박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사 난이도가 높고 돌발 변수가 많아 추가 분담금 부담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다는 한계로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해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갈등이 번지는 단지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리모델링 상징과 같던 남산타운이 조합설립인가를 얻은 것은 리모델링 시장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리모델링 성공 사례가 조금씩 쌓이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결국 단지별로 추가 분담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8호(2026.05.06~05.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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