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성경책에 새 옷을…말씀에 담긴 기억도 되살렸다

김동규 2026. 5. 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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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병실에서 마지막까지 펼쳐 보던 성경책은 낡고 해져 있었다.

안 집사는 새로 입힐 성경책 표지에 '엄마에게(Dear. Mom)'라는 문구를 새기고, 안쪽에는 어머니가 좋아하던 고린도전서 13장 13절과 주기도문 등을 적어 넣을 계획이다.

그는 "어머니가 마지막 무렵 '다른 건 몰라도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살라'고 말씀하셨다"며 "그 마음을 성경책에 담고 싶다"고 했다.

오래 사용해 표지가 해지거나 훼손된 성경책에 나무와 가죽 커버를 새로 입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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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빛광성교회 백향목선교회
‘성경책 리폼 원데이 클래스’ 가보니
원데이 클래스 참석자들이 성경책을 리폼하고 있다. 백향목선교회 제공

어머니가 병실에서 마지막까지 펼쳐 보던 성경책은 낡고 해져 있었다. 표지는 닳았고, 오래된 흔적이 곳곳에 남았다. 새 성경책을 살 수도 있었지만 안고운(45) 집사는 쉽게 바꾸지 못했다. 성경책 안에는 어머니가 살아온 시간과 신앙의 흔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안 집사는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에서 열린 ‘성경책 리폼 원데이 클래스’에 어머니의 성경책을 들고 왔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병실에서 계속 보시던 성경책”이라며 “버릴 수도, 그대로 두기도 어려웠는데 리폼을 통해 다시 간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 집사는 새로 입힐 성경책 표지에 ‘엄마에게(Dear. Mom)’라는 문구를 새기고, 안쪽에는 어머니가 좋아하던 고린도전서 13장 13절과 주기도문 등을 적어 넣을 계획이다. 그는 “어머니가 마지막 무렵 ‘다른 건 몰라도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살라’고 말씀하셨다”며 “그 마음을 성경책에 담고 싶다”고 했다.

낡은 성경책을 그냥 버리기 어려운 성도들을 위해 백향목선교회(회장 한재형)이 ‘리폼’에 눈을 돌렸다. 선교회는 올해부터 교인들을 대상으로 성경책 리폼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했다. 오래 사용해 표지가 해지거나 훼손된 성경책에 나무와 가죽 커버를 새로 입히는 방식이다. 이날 수업에는 교인 5명이 참여했다.

원데이 클래스 참석자들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나무를 샌딩하고 있다.

수업을 돕는 변애양 권사는 집 베란다에서 목공을 시작해 가구와 서랍장, 식탁, 책꽂이 등을 직접 만들어 왔다. 원래는 공책을 만들기 위해 얇게 가공한 나무를 준비했다가 낡은 성경책을 보며 리폼을 떠올렸다. 변 권사는 “새 성경책을 사면 구절을 다시 찾기 어렵고, 오래 본 성경책에는 묵상 메모와 기록이 남아 있다”며 “저도 낡은 성경책을 쉽게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를 만지는 사람이다 보니 좋아하는 나무에 성경책을 입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폼 과정은 꽤 복잡해보였다. 참가자들은 먼저 나무 커버를 사포로 여러 차례 샌딩했다(표면을 문질러 매끄럽게 다듬는 연마 작업을 샌딩이라고 한다). 이후 나무에 구멍을 뚫고 원하는 문구를 각인했다. 낡은 성경책의 기존 커버를 조심스럽게 벗겨낸 뒤 속지를 붙이고, 가죽에 타공을 한다. 나무와 가죽을 바느질로 연결한 뒤 성경책 본문과 새 커버를 붙이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곳에서 만난 황원혜(65) 장로는 장로 임직식 당시 받았던 성경책을 들고 참여했다. 그는 “평소 많이 쓰지는 못했지만, 손에 들고 있으면 다시 보게 되는 말씀이 있다”며 “리폼한 성경책을 잘 간직하면서 필사와 성경 읽기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백향목선교회는 재료비 및 소정의 수업료만 받고 클래스를 운영하며 일부 수익금은 후원 중인 섬교회 선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변 권사는 “온라인으로도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지만, 현장에서는 손길이 계속 필요하다”며 “성도들이 오래 간직한 성경책을 다시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보람 있다”고 말했다.

변애양(왼쪽) 권사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열린 원데이 클래스에서 리폼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고양=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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