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포츠 기사 보기가 무서운 이유
한국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는 스포츠 현상을 비평하고, 대안 담론을 생산하는 모임입니다. 토론 불모지의 한국 스포츠 풍토에서 다양한 가치와 합리적 비판이 경쟁하는 공론장 구실을 지향합니다. <기자말>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한국 스포츠 보도의 최근 경향은 우려스럽다. 최근 관훈클럽 신영연구재단에서 열린 좋은기사연구 모임에서 관련 주제도 발표했는데, 현재 한국 스포츠 미디어 보도는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의 불일치, 클릭 저널리즘, 자기 규율 없는 극단화 된 유튜브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 알고리즘에 의한 확증 편향 등이 심화하고 있다.
기자는 리포터가 아니라 저널리스트가 돼야 한다. 저널리스트는 의제를 설정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토론장 환경을 제공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관처럼 역사의 기초 자료를 남기는 사람들로 볼 수 있는데, 최근 스포츠 보도의 양상은 이런 저널리스트의 모습과 동떨어져 있다. 수십 년 뒤에 2026년 한국의 스포츠를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면, 과연 참고할 만한 미디어 자료가 몇 개나 될지 궁금하다.
저널리즘의 기본인 진실 추구, 사실 검증, 균형감과 비례의 원칙, 기자 윤리와 양심은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많이 써야 하고, 빨리 써야 하는 경쟁에 내몰린 기자들이 갈수록 영혼을 담긴 기사를 쓰기 힘들다. 일관성이 없는 경우도 있다. 현장 기자들 또한 "지금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라며 독자, 시청자한테 신뢰를 잃는 것을 걱정한다.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토론회에서는 '한국 스포츠 보도의 문제'를 주제로 현재 스포츠 미디어 보도 상황을 짚어봤다.
토론 참가자: 박철근 대한체육회 국제위원회 위원장, 장익영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오태규 서울대 일본연구소 연구원, 강국진 서울신문 스포츠부장, 사회 김창금 한겨레신문 기자.
일시: 4월 26일 줌 토론.
'까기 좋다'고 체육계를 대상화하는 게 아닌가
사회자: 박철근 위원장님은 대한체육회 사무 부총장 출신으로 스포츠 미디어 보도로 인한 아쉬움을 누구보다 많이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체육인들 징계에 대한 미디어 보도를 들 수 있는데, 정치인의 범법 행위는 대법원 판결 확정까지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처리되고, 현직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체육인들에 대한 규정은 너무 엄격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안이라도 3심제가 아닌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즉각 자격 정지나 영구 제명될 수 있다. 미디어 보도에 대해서 현직에 있을 때 느꼈던 소회를 듣고 싶다.
박철근 위원장: 저는 체육회에서 34년 정도 근무해 체육회 내부 쪽은 조금 알고 있다. 아무래도 체육회 쪽에 갇혀 있는 시각으로 보다 보니까, 외부 학계나 미디어가 체육회를 바라보는 경우와 다를 수도 있다. 체육회 근무 초기, 그러니까 젊었을 때인데, 그때는 기자들이 무서웠다. 얘기를 나눠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비칠 때가 있고, 얘기한 내용이 편집을 거쳐 다른 방식으로 보도될 때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녹취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었는데, 그런 게 보도되면 회사 윗사람들한테 추궁을 받을까 두려웠다. 또 개인 의견인데 체육회 전체 의견으로 나갈 때 난감했다.
사회자: 스포츠 기자들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을 것 같다.
박철근: 근무를 쭉 하면서 미디어에 대해 비판적이 됐는데, 첫째 사용하는 단어가 굉장히 공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스포츠 내부 상황을 잘 아는 기자들이 체육계 편이 돼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제가 신문 보도를 보면 문화부 기자들은 문화계 현장 쪽 의견도 충분히 대변하는 것 같은데, 스포츠 기자들은 거칠게 표현하면 '좀 만만하다' '까기 좋다'라고 체육계를 대상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세 번째는 침소봉대다. 작은 사안인데도 미디어가 크게 다루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런 게 극단적이다. 체육회 의견도 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사회자께서 말했듯이, 체육계에서 문제 되는 사안은 법의 보편적인 보호 절차를 초과해 엄벌주의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잘못했으면 거기에 맞는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데, 통상적인 양형 기준보다 강하다. 언론의 감정적인 보도가 더해지면, 체육회 실무진은 양형 기준대로 할 자신이 없어진다. 잘못을 하면 벌을 주지만, 벌을 주는 목적과 그 벌의 한계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사회자: 국가 최고 공무원인 국회의원은 면책 범위도 넓고, 소송을 당해도 임기를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확실히 균형이나 비례의 원칙은 없는 것 같다.
박철근: 체육계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적용이 안 된다. 심각한 사안일 경우에는 무조건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주장하는 분들도 많다. 벌을 받고 그 기간이 좀 지났는데도 현장에 복귀하는 것을 기자들이 원천 봉쇄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벌을 주는 목적은 교화라고 생각하는데, 다시 말해 벌을 받고 대가를 치르면 다시 사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자격정지 1년을 받게 되면 영영 이쪽에 발을 붙일 수 없고, 그런 전력이 있는 분들을 우리 쪽에 참여시키는 데에 관용도 없다. 그래서 스포츠 쪽 기자들이 저희 말도 좀 전달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학교폭력 문제를 그런 쪽에서도 바라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선수가 잘하고를 떠나서 학폭에 대한 처벌을 받았고 대가를 치렀다면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을 좀 해주면 좋은데, 아예 그 선수를 배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사회자: 저도 기사를 쓸 때 항상 고민하는데, 적어도 체육계 사안에 대해서는 맥락과 배경을 독자한테 전달해 주고, 그것에 대해 합리적 토론이나 판단의 소재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기자가 체육계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바라보고, 연구하면 좋겠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고 기자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 스포츠 기자가 단순히 전달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로서 고민을 해야 한다. 가령 '나는 팩트를 넘어 진실을 추구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하다고 본다.
미디어가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
장익영 교수: 미디어는 결국은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해 대중들이 정확하게 결정하거나 자주적으로 판단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권력화돼 있다. 특히 스포츠에서 미디어가 권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의제 설정인데, 미디어가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자신들이 원하는 것,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을 의제로 설정한다. 두 번째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는 프레임이다. 미디어가 결정하면, 대중들은 그것이 맞을 것이라고 가정하는데, 그것이 미디어의 권력이고 프레이밍이다. 비단 스포츠 미디어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에서도 미디어는 대중에게 큰 권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
|
| ▲ 2024년 9월 24일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오른쪽 앞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 ⓒ 남소연 |
예를 들어 학폭 문제만 하더라도 기준이 없다. 어떤 때는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것까지 다 들춰내 사람을 매장하고 어떤 경우에는 최근에 일어난 사안인데 슬쩍 넘어간다. 어떤 때는 과도한 징계로 영원히 국가대표를 하지 못하게 만들고, 또 어떤 사람은 국가대표로 발탁되다가 문제 되니까 또 얼마 동안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원칙 없음을 고쳐야 한다.
미디어가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비판하고 조언하고, 제안할 수 있다. 그런데 기준선이 없거나 흔들리면 안 된다. 스포츠 부문에서는 그게 훨씬 더 심하다. 사회나 정치 관련 보도에 대한 미디어 비평은 어느 정도 활성화돼 견제가 되는데, 스포츠 저널리즘 안에서는 이런 비판이나 검증이 약한 것 같다. 클릭 수 많이 올라가면 무조건 비판하고, 안 나올 것 같으면 비판에 눈감기도 한다.
사회자: 최근 관훈클럽 신영연구재단의 한 모임에서 스포츠 보도의 문제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사실 현재 스포츠 미디어 환경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제목과 내용이 다르고, 낚시질에 걸린 독자들은 분노한다. 현장의 스포츠 기자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내부 자정 활동이나 교육 등을 통해 가짜 뉴스를 거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포털에 있는 스포츠 기사, 보기 무서워
강국진 부장: 스포츠 관련 기사를 볼 때 항상 그 딜레마에 빠지는데, 포털에 있는 기사는 좀 보기가 무섭다. 일단 내용과 제목이 너무 다르고, 저조차도 어지간하면 클릭하기 싫어진다. 차라리 좀 괜찮은 메시지를 찾아서 스포츠 미디어의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 보기도 하는데, 이땐 광고가 너무 많아 눈이 너무 어지럽다. 이런 현실은 비슷하게 느낄 것 같다.
사회자가 축구대표팀, 축구협회에 대해 말씀을 했지만, 정말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정치 권력의 스포츠 정치를 보면, 자괴감이 든다.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강화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되풀이된다는 생각을 하는데 감독 한번 바뀔 때마다 푸닥거리하듯 데자뷔가 이어지는 것은 문제다. 그렇게 해놓고는 왜 우리는 발전이 없나라며 또 잡도리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
| ▲ 서울 강남구 호텔 리베라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각오를 밝히고 있다. 2026.3.20 |
| ⓒ 연합뉴스 |
이번에 여자배구 김종민 감독 재계약 불발 같은 경우 저는 개인적으로 그분을 모르는데, 그분이 재계약 되지 않은 것에 대한 많은 기사를 보면서 생각을 해봤다. 만약 대한체육회나 경기단체가 운영하는 국가대표 감독이 그런 문제에 걸렸다면 어땠을까. 아마 사건 초기인 2년 전부터 국가대표 감독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는 기사가 올라왔을 것이다. 마녀사냥도 이뤄졌을 것이다. 그런데 김종민 감독 관련 기사를 보면 되게 관대한 것 같다. 대부분 기자가 그런 관점으로만 기사를 썼다. 단 한 명도 공기업 도로공사의 처지에서 그렇게 할 수도 있었겠네라는 식의 기사를 쓴 것 같지는 않다. 보도의 일관성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번에는 대부분의 기자가 한쪽으로만 기사를 썼다. 정말 한쪽으로 몰려가는 기준만 있는 것 같다.
사회자: 기자의 보도 일관성에 대한 뼈아픈 지적인 것 같다. 원칙 얘기가 나왔는데, 원칙 없이 기사를 쓰다 보니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스포츠는 도덕, 성인군자를 뽑는 것이 아니다
오태규: 일본 교토대의 오구라 기조 교수가 쓴 <조선사상사>라는 책을 보면 재미있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도덕성, 정통성을 가장 중시한다는 것이다. 기능적인 우수성을 강조하는 분야도 있는데, 한국에서는 문화 예술, 체육, 정치, 경제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도덕성과 정통성을 최고의 지위에 놓고, 그것에 어긋나면 잡도리를 한다는 것이다. 외부자가 본 이런 시선을 우리가 깊고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스포츠에서 우리가 도덕, 성인군자를 뽑는 것은 아니다.
사회자: 몸과 정신의 영역이 서로 분리된 것은 아니지만, 운동 선수들은 흔히 공부를 안 한다는 식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실제 미디어가 그들을 그렇게 구성해 왔다. 하지만 운동 선수들이 일정한 단계로 올라설 때까지 쏟은 노력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 영역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을 존중해야 할 것 같다.
오태규: 도덕성은 중요하고,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는 단죄해야 한다. 그렇지만 정치 지도자나 사회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적 정통성, 도덕적 순결성을 스포츠 보도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을 해본다. 스포츠의 기능과 특성, 문화, 맥락 등을 볼 필요가 있고 그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 사회가 획일성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해질 수 있다. 서로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복잡한 관계를 취재하고, 사실 관계를 종합적으로 맥락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 미디어가 너무 약하다. 또 클릭에 집착해 기사를 다뤄서는 안 된다. 어떤 때는 스포츠 기사가 연예 기사랑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예 기사는 주로 연예인을 다루는데, 스포츠를 너무 연애 기사 다루듯이 하는 것은 스포츠 저널리즘 측면에서 자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사회자: 매우 중요한 말이었다. 일종의 체육인, 스포츠계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2부로 이어집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쌍방울 대북송금 유죄 증거 '김태균 회의록', 서명 사라지고 '경기도' 추가
- '김부겸 쇼츠' 보고 욕하는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 LG 사과 광고 '아빠와 아들'의 사연...이젠 편안함에 이르렀을까
- 편지 두 장만 남기고 떠난 천사, 그 섬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 서울 시민들 78.9%가 동의한 것...이게 '표심'이다
- 북한 여자 축구단 12년 만에 방남, 오는 20일 수원에서 AWCL 준결승전
- 대청호 아래 잠긴 옛 37번 국도, 사연 한번 들어보실래요
- 박신양 전시에서 '가위 바위 보' 하자는 광대의 정체
- 이 대통령 "조작기소 특검 반드시 필요, 시기·절차 숙의해야"
- "오늘도 빈손, 미역도 고기도 없어요" 황금어장이었던 바다에 무슨 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