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하더니 “한국 좀 배워라”…日우익매체, K방산 띄웠다 왜

유성운 2026. 5. 4. 15: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도포병여단 소속 k9 자주포가 2024년 4월 17일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사격장에서 열린 '수도군단 합동 포탄사격훈련'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K9 및 K55A1 자주포 30문과 17사단 및 수도포병여단, 해병2사단 장병 430여 명이 참가했다. 김종호 기자

" 한국을 배워라. " 일본의 대표적 우익 성향 잡지 ‘하나다(Hanada)’가 최신호인 6월호에서 내건 기사 제목이다. 평소 혐한(嫌恨) 기사를 다루는 잡지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하나다가 ‘한국을 벤치마킹하라’고 제언한 분야는 방위산업, 무기 수출이다.

기고자는 이토 고타로(伊藤弘太郎) 캐논 글로벌 전략연구소 주임연구원이다. 국제정치학자이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내각관방 국가안전보장국(NSS)에서 참사관 보좌로 일했던 대표적인 안보 전문가다.

그는 2022년 기준 한국이 이제 1조엔(약 9조4000억원)을 넘게 수출했다며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방위 장비 수출국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혐한 감정이나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 때문에 ‘설마 그럴 리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제 무기의 실적과 실전 경험은 이미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단언했다.


실전 경험·조작 편의성·올 코리아 세일즈


그가 꼽은 한국 방산의 가장 큰 강점은 첫째로 ‘실전 경험’이다. K9 자주포와 중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체계 천궁2를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 반격 준비에 나선 K9. 이때의 전투 결과는 K9의 해외 판매에 영향을 줬다. 위키피디아

이토 연구원은 K9이 세계에 알려진 계기를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주포 4문 가운데 2문은 북한군의 기습으로 전투 불능이 됐지만, 나머지 2문은 정확히 북한 진지를 공격했다”며 “일본에서는 ‘절반은 쓸모없었다’고 조롱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오히려 실전에서 사용 가능한 무기라는 점이 증명됐고, 사용 불능 사례조차 피드백으로 삼아 제품 개량에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이란 미사일을 요격한 천궁Ⅱ의 실적 역시 “큰 세일즈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말하는 한국 무기의 또 다른 장점은 조작 편의성이다.
이토 연구원은 한국의 징병제를 소개한 뒤 “2년 정도만 복무하는 젊은이도 즉시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무기 조작법도 되도록 단순화되어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무기는 핀란드 등 다른 징병제 국가들의 수요에도 맞는다”고 짚었다.

2024년 11월 6일 서해지역에서 열린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천궁-Ⅱ 지대공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뉴스1

핀란드에 K9을 수출할 때는 현지에 병사를 파견해 영하 30도 환경에서 직접 운용 지도를 했고, 고장이나 부품 교환 같은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가 현지로 날아가 즉각 대응하는 체제로 호평을 얻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가 전체가 움직이는 ‘올 코리아(All-Korea)’ 방식의 세일즈다.
대통령이 직접 정상 외교에서 세일즈를 하고, 각국 대사관의 국방 무관이 현지 전시회 정보를 수집하며, 외교부까지 끌어들인 ‘국방 외교’를 통해 국제교류·군사훈련·장비 수출을 유기적으로 연동시킨다는 것이다.

이토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UAE 원전을 수출할 당시 발전소 경비훈련을 한다는 명목으로 한국 육군 정예부대 100명을 현지에 상주시킨 사례를 대표적 예로 들었다. 그는 “이런 과정에서 한국제 장비품이‘쓰기 편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판매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5월 청와대를 방문한 UAE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자와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또, 일본에서는 “군사·안보 문제에 대해 보수파가 추진하려 해도 좌파가 브레이크를 건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좌파 정권 쪽도 국방비를 늘리고, 무기를 판매하는데 적극적”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몰래 핵 개발 추진…리스크 감수하며 도전”


한국의 방위 산업 발전 배경으론 무기개발사를 들었다.
이토 연구원은 박정희 정부가 미국 몰래 핵 개발을 추진하고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완성된 제품을 분해·분석해서 제조 방법을 역으로 파악하는 기술)으로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가 미국에 발각돼 중단됐으며, 2000년대 초에는 대공미사일 기술과 수직발사장치(VLS)를 얻기 위해 러시아에 접근하기도 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실패해도 멈추지 않고 개발·생산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수출 가능한 제품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 북한과 휴전 중이라는 절박감에 밀려 앞으로 나아간 결과”라고 했다.

일본의 대표적 우익잡지 '하나다' 6월호. 무기 수출 관련해 '한국을 배우자'는 기사를 게재했다. 유성운 기자

하나다에서 이런 기사를 낸 데는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권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무기 수출 기조와 연결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구조·수송·경계·감시·기뢰 제거 5개 유형으로 한정하던 조건을 폐지하고, 사실상 모든 무기의 수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토 연구원은 “일본도 장비품을 개발·생산할 수 있는 기반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며 “지나치게 욕심내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수출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장비 생산의 한·일 협력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도쿄=유성운 특파원 pirat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