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 하청받는 '선도부'를 고발합니다

임정훈 2026. 5. 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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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치가 민주시민 교육이다 4] 모든 형태의 선도부 학교에서 삭제해야

민주시민, 민주시민 교육과는 거리가 먼 교칙(생활규정)을 중심으로 학생자치의 실태,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 문화 등을 두루 살피며 학생과 학교를 짚어보려고 한다. <기자말>

[임정훈 기자]

▲ 선도부 완장 선도부를 상징하는 완장은 21세기 현재에도 이름을 고쳐 여전히 학교에서 사용 중이다.
ⓒ 임정훈
'선도부'가 있다. 미래교육, AI교육을 말하는 21세기 학교에. 학생이 학생을 지도단속-검열하는 선도부. '학주'라고 부르던 학생부장 교사가 '선도부'를 동원해 일방적으로 폭력적인 지도-단속-검열-징계를 하던 시대와 달라진 점은 '학생자치 활동'의 외피를 쓰고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학생자치'도 '민주시민교육'도 아니다. 왜 그토록 많은 학교에서는 진작 폐기했어야 할 '선도부'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몇 가지 장면부터 먼저 좀 보기로 하자.

광주시교육청 '학생 사이버 방범단' 운영 추진 (2026년 3월)

지난 3월, 광주시교육청에서는 '학생 사이버 방범단' 운영 공문을 도내 각 학교에 보냈다. 디지털 환경에서 증가하는 사이버폭력에 대응하고 학생 주도의 예방 활동을 확대한다며 초중고생 1900여 명을 뽑아 사이버 방범단을 만들고 유해 사이트와 도박 학생을 신고하도록 했다. 이들에게는 활동 특전으로 '학교생활기록부에 활동 기록, 자랑스러운 광주 학생 표창' 등을 주겠다고도 했다.

학생이 학생을 감시 색출해서 신고하라고 명령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하겠다는 교육 당국의 반교육적인 명령에 비판이 일었고 결국 없던 일이 되었다. '학생 사이버 방범단'은 교육감이 운영하는 '선도부'가 될 뻔했다.

진선미 의원 "학생 선도부 운영 현황 제출 요청" (2026년 1월)

진선미 의원(교육위원회)은 지난 1월 14일, 전국 각 학교에 자료 제출을 하라는 공문 하나를 보냈다. "학생 선도부 운영 현황 제출 요청"이라는 제목이었다. 아직까지 진선미 의원실에서는 이와 관련한 어떤 자료도 내놓지 않고 있다.

추정하자면, 진선미 의원은 전국 학교에 선도부가 일정 부분 운영되고 있다고 보았고 이를 확인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짐작건대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해당 없음'으로 자료를 제출했을 것이다. 요즘 학교에는 '선도부'는 없으나 '선도부 아닌 선도부'가 있다.

경남교육청 선도부 폐지 발표 (2026년 1월)

경남도교육청은 1월 7일 2026년 상반기 중으로 도내 64개교 학교의 선도부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경남교육연대에서 선도부 운영의 비민주성을 지적하며 폐지를 건의하자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이었다. 그렇다면 경남에서 선도부를 운영하는 학교가 정말 64개교밖에 없을까. 그리고 발표 이후 4개월 남짓 되는 지금 경남 학교에는 선도부가 없을까.

지난 5월 2일, 경남 양산 한 고교 학생회의 '생활선도부' 차장 모집 안내문을 확인했다. 교육청의 발표가 무색해지는 일이다. 전라북도교육청이 2017년 선도부 관련 생활규정 폐지를 권고했으나 2026년 현재 전북 도내 학교에 선도부가 살아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 '표지갈이 선도부'의 사례들 선도부라는 이름을 버리고 다른 명칭으로 표지갈이를 한 학교들이 많다. 그러나 역할은 기존 선도부와 다르지 않다.
ⓒ 임정훈
생활지도 권한 위법하게 학생에게 위임-전가-대리

선도부는 일제강점기부터 학교를 지배하던 조직이었다. '적선회', '풍기계' 등의 이름으로 시작해서 광복 이후 군사정부를 거치면서 '기율부', '규율부' 등으로 이어지다가 선도부로 굳어졌다. 학생이 학생을 감시-지도-단속하도록 함으로써 학교는 학생을 분열시키고 길들이며 복종하도록 만들었다. 일제가 조선인 학생을 분할통치하는 수법이었다.

1920년대 '공주고보에서는 학생들의 교외 생활을 감독하기 위하여 일부 학생들로 적선회(積善會)를 조직'했고, 1929년 '양정고보에서는 정·부 급장과 최상급 학생 몇 명을 합하여 이들을 풍기계원(風紀係員)으로 조직하여 학생 규율을 주로 담당하였던 감독계의 지휘를 받도록'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풍기위원회, 풍기계원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선도부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학생 조직이 있다.

선도부가 문제인 것은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을 위법하게 학생에게 위임-전가-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학생이 학생을 지도-감시-고발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학생이 학생을 '입틀막'하기 때문이다. 생활지도는 교원에게만 부여한 법적 권한이다. 이를 학생에게 위임-전가-대리할 수 없다. 그러나 학교는 이런 위법한 일을 태연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를 '학생자치활동'으로 명명하여 학생자치회에서 자발적으로 주도하는 것처럼 한다. 실상은 학생부장 교사의 지도와 명령에 따라 움직이면서 겉으로는 학생자치-민주시민교육 흉내를 내는 것이다. 학생자치라는 이름으로 학생에게 위법한 생활지도 하청을 주고 있다. 교원도 학생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결여되어 심각성을 모른다. 광주시교육청 '학생 사이버 방범단' 운영 사건을 포함하여 선도부가 아직도 전국 학교마다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2026년 4월 30일 현재 필자가 조사-확인한 전국 중고교(초등학교 제외)에서 '선도부' 혹은 선도부 역할을 하는 학생자치회 부서 명칭은 120개에 이른다. 이름하여 '표지갈이 선도부'. '선도부'라고 쓰는 학교도 일부 있지만 아래에 정리한 것처럼 120개에 이르는 다양한 명칭으로 '표지갈이 선도부'를 운영하고 있기에 명목상 이들 학교에 '선도부'는 없는 것이다. '표지갈이 선도부' 120개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선도부, 생활부, 지도부, 규정부, 예절부, 자율부, 자치부, 자주부, 멘토부, 우애부, 솔선부, 법정부, 율도부, 실무부, 준법부, 품성부, 인성함양부, 인성안전부, 인성지도부, 바른생활부, 바른품성부, 바른우애부, 등교지도부, 하교지도부, 규범지도부, 안전평화부, 안전생활부, 안전활동부, 교내안전부, 자치안전부, 자율선도부, 자율정화부, 생활복지부, 학생복지부, 학생자치부, 생활자치부, 자치생활부, 생활안전부, 질서실천부, 질서문화부, 생활안내부, 생활지도부, 인권복지부, 생활규율부, 생활인권부, 인권안전부, 학생인권부, 인권지기부, 기본생활부, 또래수호부, 신봉수호대, 자율지킴이, 행정안전부, 바른생활선도부, 바른생활지원부, 바른생활학생단, 생활법정부, 생활도우미부, 생활선도부, 학생도우미부, 학생예절부, 교육생활부, 생활교육부, 모범생활부, 자율봉사부, 자율자치단, 자율봉사단, 자율지원단, 공동체생활자치부, 바른문화부, 바른학생문화부, 학생생활지킴이부, 올바른학생부, 바른생활안전부, 정심정행부, 자치활동기록부, 바른학생문화부, 학생문화선도부, 자치도우미, 학생자율도움부, 학교순찰단(s.p. 스튜던트 폴리스), 사법자치위원회, 서포터즈부, 학생활동부, 민주시민교육부, 미래시민부, 자율생활자치부, 질서안내부, 생활안전지킴이, 자치홍보부, 학생선도부, 진달래지킴이, 생활혁신부, 바른생활자치부, 생활도움부, 생활으뜸부, 가온길라잡이부, 길라잡이부, 학생생활안전부, 학생안전지도부, 학교지킴이봉사단, 모범활동부, 안전자치부, 안전인권부, 안전교육부, 선도봉사부, 모범소통부, 생활관리부, 학생생활지원부, 선행인도부, 학교생활질서유지도우미, 생활체육부, 자료총괄부, 학생자치경비단, 자율선도단, 선도도우미부, 자율질서부, 자율생활부, 안전선도부, 인성예절부 (2026년 4월 30일 기준)

선도부를 경찰처럼 부리고 특혜 제공하는 학교?

이들이 하는 일은 대체로 일치한다. 이들이 스스로 밝힌 부서 설명을 보면 "학교 내 질서를 유지하고 학생들이 올바른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부서", "학교 규칙을 지키도록 돕고 학생들의 생활 질서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하는 부서", "규칙 준수, 질서 유지 등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도록 돕는 독립적 단체", "학교생활규정 실천 및 계도 회복적 질서에 관한 사항", "학교 내에서 올바른 태도와 예절을 지키도록 돕는 부서", "생활규범 준수 지도 및 바람직한 학내 질서를 확립하는 부서" 등으로 닮아있다.

역할도 대동소이하다.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다. 선도부가 학교 사법 경찰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교내 질서 유지 및 생활 태도 개선", "교내 질서 및 교풍 확립에 관한 사항", "월담 순찰・점심 순찰, 등교지도, 아침지도, 교문지도(복장 등 검열 단속)", "학내 질서 및 각종 행사, 학교 정화에 관한 사항", "급식 지도, 복장지도, 교복 선도, 교통 지도", "질서 및 정숙 지도, 바른 생활 캠페인", "복장 단속, 질서 유지, 아침 시간 복장 선도, 점심시간 사복 지도", "모범적인 학교 분위기 조성, 복장 위반 학생 명단 관리, 비상용 실내화 사용자 명단 관리", "학교 교화 활동, 질서 유지, 교풍 확립", "모의고사 질서유지, 점심시간 교문 단속", "교내 질서, 벌점 부여, 복장 및 신발 검사 담당", "아침 등하교 복장 지도 및 벌점 관리", "규칙준수・질서 지도・행사지도・학생생활지도, 후문지킴이", "행사 축제 시 안전관리와 외부인 통제", "점심시간 무단 외출, 무단 조퇴, 외부인 출입, 흡연 등을 방지", "올바른 학교 문화 조성", "자율적 질서 유지・교풍확립 활동", "점심시간 급식 줄 관리 및 교복 지도", "슬리퍼 착용 학생이나 가방 없이 등교한 학생 확인하고 명단 작성하기", "등교 시 학생들의 복장/신발 등 검사하는 선도 활동", "아침 8:00~8:25 동안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복장이 규정에 맞도록 돕는 역할" "아침지도, 행사지도 도우미, 교내순찰 및 질서 유지", "점심시간 무단 외출 방지 선도활동, 학교 교화활동 및 질서 유지", "스쿨폴리스, 급식 지도, 질서 유지", "교내선도, 아침지도", "학생 교화를 위한 선도 활동", "학생들의 바른 생활 지도", "교복 규정에 따른 용의 복장 준수 지도"

이러한 역할은 모두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학생이 학생을 생활지도 하도록 학교와 교원이 위법하게 위임-전가-대리한 것이다. 일상적인 생활지도 뿐 아니라 교통 지도, 학교 순찰, 학교 행사나 축제 시 안전관리와 외부인 통제 등을 선도부 학생에게 위임-전가-대리한 것도 학생을 부당하게 동원한 것이다. 모두 학교-교원이 할 일인데 학생을 부리고 있다.

학교-교원은 이렇게 선도부를 이용해 학생이 학생을, 친구가 친구를 지도-감시-검열-고발하도록 길들이고 그 대가로 다음과 같은 특혜를 제공한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리더십・책임감 부분이 빵빵하게 채워짐, 봉사시간 부여(학기별 15~40시간, 학교마다 다양), 우수상과 우선 급식증(급식우선권) 제공, 경영 행정 디자인 분야 역량강화, 사회 복지 계열 진로 연계 경험, 봉사상 수상, 책임감・문제해결 능력 향상, 스펙・생기부 관리 수월, 전용 명찰 제공, 교내 봉사상을 받을 수 있고 간부수련회 통해 학생회 임원끼리 선후배 우정 다지기, 추후 학생회 차장 지원 시 가산점 부여, 간식 제공, 모든 생활부원에게 공로상 수여, 성실하고 모범적인 활동을 한 학생은 학교장상 추천."

질서와 규율에 복종 강제하고 학생의 시민성 왜곡-축소-억압

학교는 '생기부와 수상'이라는 가장 매혹적이고 절대적인 특혜를 줌으로써 선도부를 학교 질서를 바로 잡고 선도하는 정의의 수호자로 만들어버린다. '표지갈이 선도부' 명칭에 '바른-모범-질서-정화-예절-인성(품성)' 같은 단어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심지어는 '인권-(민주)시민-자치' 같은 말을 넣어 표지갈이한 선도부도 있으니 상황의 심각성은 가늠하기 어렵다. 초등학교보다는 중학교,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에서 선도부가 더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도, 대입 생기부를 미끼삼아 생활지도를 하려는 학교 측의 무책임함 때문이라고 본다.

교육부는 "학생생활지도는 징벌이 아닌 '지도 행위'임을 분명히 함"('교원의 학생생활 지도에 관한 고시 해설서' 23쪽)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선도부와 학생자치회 하청을 통해 학생자치의 탈을 쓰고 이루어지는 위법한 생활지도의 실상은 압수-벌점-징계 등으로 이어진다. '학주'와 선도부의 부적절한 명령과 위계도 견고하다.

이런 행위는 학생들 사이의 친교와 우정을 차단한다. 부당한 특혜와 보상을 정당하고 공정한 대가로 여기게 만든다. 학교-교원의 명령을 위임받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다른 학생을 지도-단속-검열하게 함으로써 학생 사이를 분열시키고 질서와 규율에 복종을 강제할 뿐이다. 이는 결국 학생의 시민성을 왜곡-축소-억압한다. 민주시민교육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이름을 바꾸고, 캠페인이나 이벤트 형태로 학생이 학생에게 생활지도를 하게 만들고 부당하게 학생을 동원하는 모든 형태의 선도부와 '표지갈이 선도부'를 즉시 학교에서 삭제해야 한다. 영원히 회복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에 '민주시민교육과'가 있다고 해서 학생자치와 민주시민교육이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3선 교육감 출신 교육부장관과 오는 6월 새로 교육감 되겠다는 이들이 '표지갈이 선도부'라는 리바이어던을 민주시민교육의 상징이라며 옹호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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