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분당선 소래포구역에서 시작된 소박한 하루 여행
[전갑남 기자]
|
|
| ▲ 옛 소래어시장의 풍경을 실감 나게 재현한 디오라마(Diorama). 수하물을 인 여인과 왁자지껄한 흥정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 ⓒ 전갑남 |
|
|
| ▲ 소래철길 인도교 위에서 바라본 수인선 철교와 물길. 과거의 협궤열차가 달리던 자리 옆으로 현재의 전철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
| ⓒ 전갑남 |
|
|
| ▲ 소래철길에서 바라본 장도포대(왼쪽 소나무 언덕)와 그 뒤로 병풍처럼 선 현대식 아파트촌. 과거의 방어기지가 지금은 도심 속 쉼터로 변모했다. |
| ⓒ 전갑남 |
철길 오른쪽, 바다를 향해 낮게 엎드린 돌 성벽을 바라보던 일행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게 묻습니다.
"여보게, 저거 강화도 해안가에서 흔히 보던 돈대나 포진지 아닌가? 여기서 보니 꼭 강화 앞바다 같네."
나는 예전에 여러 번 이곳을 다녀간 적이 있어, 일행에게 장도포대에 대한 내력을 들려주었습니다.
"그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저건 포대예요. 원래 노루를 닮았다고 해서 '노루섬(獐島)'이라 불리던 곳인데, 조선 말기 외적을 막으려고 세운 방어기지죠. 지금은 매립되어 육지처럼 보이지만, 저 자리가 옛날엔 장수가 올라앉아 주변을 살피던 눈이었던 셈이지요."
같은 바다를 두고도 한쪽에서는 그물을 던져 생계를 이어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적의 침입을 경계하던 그 옛날의 시선이 묘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파도처럼 출렁이는 삶의 현장, 어시장
쉬엄쉬엄 걷다가 보니 어느덧 점심 때가 다 되어갑니다.
"포구에 왔으니 시장 구경도 하고 싱싱한 회나 한 접시 먹자구요."
|
|
| ▲ 빨간 파라솔 아래 활기가 넘치는 소래포구 좌판 어시장 전경. 싱싱한 해산물을 흥정하는 상인들과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삶의 역동성이 느껴진다. |
| ⓒ 전갑남 |
"자, 지금 바다에서 바로 건져온 팔팔한 것 여기 있어요. 여기! 오늘 광어 물건이 아주 좋아요! 싸게들 가져가세요!"
고무장화를 신은 상인들이 깊숙한 대야에서 물고기를 건져 올릴 때마다 사방으로 물보라가 튑니다. 걸찬 외침과 어상자를 끄는 마찰음, 투박한 농담 섞인 흥정 소리가 뒤섞인 시장 안은 그야말로 파도처럼 일렁이는 생생한 삶의 현장입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상인들의 젖은 손등과 도마 위를 가르는 숙련된 칼날에서는 삶의 절실함과 정직한 노동의 리듬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우리는 걸쭉한 상인이 권한 자연산 광어 한 마리를 골라 2층 식당으로 올라갔습니다. 창밖 포구 풍경을 곁들인 회 한 점에 오늘의 바다를 담아 보았습니다. 싱싱한 회의 달큰함과 매운탕의 칼칼함이 어우러진 바다의 맛이 일품입니다.
|
|
| ▲ 소래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소래역사관 외관. 벽면에 걸린 대형 협궤열차 사진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예고한다. |
| ⓒ 전갑남 |
|
|
| ▲ 소래역사관 내부에 전시된 실제 협궤열차의 객차 내부. 무릎이 닿을 듯 좁게 마주 보는 좌석에서 옛 수인선의 덜컹거리던 정취가 느껴진다. |
| ⓒ 전갑남 |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막상 앉아보니 생각보다 아늑한데?"
"자기는 예전 수인선 실제로 타봤어?"
"그럼요. 이게 1995년까지 운행했으니까, 그때 그 덜컹거리던 느낌이 아직도 선해요."
|
|
| ▲ 소래 역사관 내부에 재현된 옛 소금창고와 염전 도구들. 소금가마니와 소금을 나르던 무자위가 고된 염부의 삶을 증언한다. |
| ⓒ 전갑남 |
다시 소래를 떠나며, 바람에 실어 보낸 염원
역사관 밖으로 나오니 다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조금 전과 같은 바람인데도, 전시를 통해 소래의 깊은 속살을 들여다본 뒤 마주하는 바람은 어딘지 다르게 느껴집니다. 보고, 먹고, 걸었을 뿐인데 그 안에 여러 겹의 시간이 묵직하게 스며든 듯했습니다.
|
|
| ▲ 잔잔한 물결 위로 평화로움이 감도는 소래포구 전경. 현대식으로 단장한 어시장 건물 앞으로 고기잡이배들이 정박해 있어 포구 특유의 정취를 더한다. |
| ⓒ 전갑남 |
다시 깨어나 돌아온다는 '소래' 그 이름의 의미처럼, 더 맑고 활기찬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영원히 머물러 주길 바라는 마음. 그 간절한 염원 하나를 소래의 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쌍방울 대북송금 유죄 증거 '김태균 회의록', 서명 사라지고 '경기도' 추가
- LG 사과 광고 '아빠와 아들'의 사연...이젠 편안함에 이르렀을까
- 편지 두 장만 남기고 떠난 천사, 그 섬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 서울 시민들 78.9%가 동의한 것...이게 '표심'이다
- 33년차 촬영감독 울컥하게 한 그 장면 "염혜란의 눈물, 훅 빨려 들어갔다"
- 대청호 아래 잠긴 옛 37번 국도, 사연 한번 들어보실래요
- 이젠 수소문이 필요한 꽃, 뒤지고 뒤져 찾았습니다
- 민주당 '조작기소 특검법'에 김부겸 "어려운 지역 위해 심사숙고해야"
- 김태흠, 정진석 공천 가능성에 반발... 후보 등록 연기 '배수진'
- 숨겨진 역사의 베일을 벗기다, 해방 후 청주 좌파운동의 실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