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쌍방울 대북송금 유죄 증거 '김태균 회의록', 서명 사라지고 '경기도' 추가

김종훈 2026. 5. 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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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3일, '같은 날짜·다른 내용' 회의록 2개... 이화영 유죄 판단 핵심 증거, 신빙성 논란 재점화

[김종훈 기자]

 2019년 4월 2~3일 작성된 것으로 특정된 '김태균 회의록'이다. 사진 왼쪽이 검찰이 2022년 12월 쌍방울그룹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회의록, 오른쪽이 2023년 5월 김태균씨가 수원지검에 임의 제출한 회의록이다.
ⓒ 오마이뉴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증거인 '김태균 회의록' 가운데, 2019년 4월 2~3일 작성된 것으로 특정된 문건에 두 개의 버전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본이 하나여야 할 회의록이 두 개의 문건으로 생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증거 자체의 신빙성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특히 처음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 있던 송명철과 방용철의 서명이 이후 검찰에 임의 제출된 문건에선 사라지고, '경기도와 수시로 협의 예정'이라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사건의 연결 구조 자체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를 겨냥해 재구성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은 쌍방울이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신 지급했고, 그 목적이 당시 경기도지사인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및 경기도 스마트팜과 연관된 비용이었다고 보고 기소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선고 후 닷새 뒤인 2024년 6월 12일 검찰은 이 대통령과 이 전 부지사를 묶어서 대북송금 사건 제3자뇌물 혐의로 같이 기소했다.

그 연결고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 중 하나가 '김태균 회의록'이다. 당초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에 의존해 공소사실을 구성했는데, 이 가운데 '김태균 회의록'은 '대북송금과 경기도와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물증이었다.

김씨는 김 전 회장의 지시로 외국계 헤지펀드로부터 투자자금 조달업무를 맡은 인물이다.

같은 날짜 다른 내용 '김태균 회의록'

논란의 중심은 2019년 4월 2~3일 마카오에서 작성된 것으로 특정된 김태균 회의록이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종합 청문회에서 두 가지 버전의 문건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 2022년 12월, 검찰이 쌍방울그룹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회의록
- 2023년 5월, 김태균씨가 수원지검에 임의제출한 회의록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성태 전 회장에게 아래와 같이 질문한다.

- 박선원 : "2019년 4월 김태균씨가 작성했다는 회의록이다. 검찰이 압수한 마카오 회의록에는 송명철 그리고 방용철의 서명이 있다. 이 서류에는 같이 회의해서 사업하기로 한 거다. 경기도가 없다. 오른쪽, 김태균이 나중에 제출했다는 회의록에는 '스마트팜 등 농업지원 따로 챙겨주길 희망', '기타 인도적 지원은 경기도와 수시로 협의예정', 그래서 경기도가 들어간다. 이 두 개의 문건이 형식이 같나. 다르나."
- 김성태 : "자세히 못봤다."

박 의원은 김 전 회장의 답을 듣고 "(두 문건은) 다르다"며 "회의내용에서 폰트 안에 들어간 게 다르다. 사후적으로 만들어서 조작돼서 제출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압수한 회의록에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 송명철'과 '쌍방울 대표이사 방용철'의 서명이 포함됐다. 그러나 김씨가 임의제출한 회의록에는 두 사람의 서명이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검찰 수사보고에 따르면, 2022년 12월 검찰 압수수색 당시 확보된 자료에는 해당 날짜의 회의록이 하나만 존재했다. 이는 쌍방울그룹 내부 관계자가 또 다른 인물에게 영상편집에 참고하라며 보내준 이메일 첨부파일에 포함됐다. 그것이 2019년 4월 마카오에서 김씨가 작성했다는 회의록이다.

이후 2023년 5월 김씨는 검찰에 2019년 당시 작성했다는 회의록을 제출한다. 아래와 같다.

① 2019년 1월 2~3일 ② 1월 26~27일 일본 도쿄 하야트 리젠시 호텔에서 작성한 것 ③ 2019년 2월 23일 ④ 3월 7일 미국 시애틀과 뉴욕의 아파트에서 작성한 것 ⑤ 2019년 4월 2~3일 중국 마카오의 호텔에 비치된 공용PC를 이용해 작성한 문건

김씨가 임의제출한 다섯 건 중 마지막 작성 문건이 2022년 12월 검찰에서 압수한 문건과 작성일시가 같다. 그런데 내용이 상이하다.

김씨는 2023년 5월 직접 제출한 문건에 대해 2019년에 출력해 4년 간 보관해왔다고 했다. 원본이라면 동일해야 하지만, 두 문건은 내용이 다르다. 이 같은 정황은 문건이 사후에 작성되거나 편집됐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게 만든다. 나아가 다른 문건의 신빙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가 된다.

결정적 차이는 '경기도' 존재 여부
▲ 청문회 나온 '대북 송금' 사건 핵심 인물 김성태 '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4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종합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그렇다면 같은 날 생산된 두 문건이 무엇이 다를까? 바로 '경기도'의 존재 여부다.

두 문건의 제목은 '지하자원 중심의 국가산업발전건의'다. 하지만 2023년 5월 제출된 문건에선 '기타(*비공개)'가 제목에 추가됐다.

- 지하자원 중심의 국가산업발전건의 / 2022년 12월 압수수색
- 지하자원 중심의 국가산업발전건의 및 기타(*비공개) / 2023년 5월 임의제출

두 번째 문건에는 2022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문건에 존재하지 않던 '북측 - 스마트팜 등 농업지원은 따로 챙겨주길 희망', '남측 – 기타 인도적 지원은 경기도와 수시로 협의 예정'이라는 문구가 적시됐다.

이와 관련해 2023년 6월 13일 진행된 이 전 부지사 공판에 증인으로 등장한 김태균씨에게 검찰은 해당 부분을 콕 집어서 묻는다.

- 검사 : "위 회의록을 보면 '북한 측에서 스마트팜 등 농업 지원은 따로 챙겨주길 희망', '남한 측에서 기타 인도적 지원은 경기도와 수시로 협의 예정'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습니다. 위 내용은 미지급된 스마트팜 비용 300만 불을 지급해 달라는 내용으로 보인다. 맞나?"
- 김태균 : "당시에 저는 사업적인 지원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시간이 경과되고 나서 흘러가는 것을 보니 '챙겨달라는 게 그 의미가 아니었겠구나'라는 생각은 들었다."

- 검사 : "그러면 이게 원래 경기도의 사업이었기 때문에 굳이 쌍방울 그룹이 북한 측과 협의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맞는가?"
- 김태균 :
"그게 상식적이지 않나."

이는 김씨가 작성해 임의제출한 다른 문건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이렇게 말이다.

- 농업지원
- 단순한 협력관계가 아님. 경기도 부지사는 그룹의 리더로 봐도 됨.
- 약속된 인도적 지원 집행 계속 예정. 걱정되나 사업 우선권 확보.
- 스마트팜 등 내용? 경기도에서 알아서 함.
- 북미회담이 잘되면, 바로 부지사 참여 가능.

결국 두 문건은 동일한 날짜를 기재하고 있음에도 내용뿐 아니라 형식과 구성, 표현에서도 차이를 보인 셈이다. 김 전 회장은 역시 관련 질의에 "자세히 못봤다"며 말을 아꼈다.

확인해야 할 것

이 전 지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사건 1심 재판부(수원지법 형사11부, 재판장 신진우 부장판사)는 이미 김태균이 임의제출한 회의록에 신빙성을 부여하며 유죄 증거로 사용했다. 당시 재판부는 '회의록 흐름이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과 맞아떨어진다'는 근거를 댔다.

다시 따져보자. 김태균은 다섯 건의 회의록이 모두 일본, 미국, 마카오 등 현장에서 작성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검찰과 재판부도 모두 이를 인정했다. 그런데, 같은 시점의 또 다른 문건이 존재한다. 문건이 사후에 작성되거나 편집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일본, 미국, 홍콩, 마카오 등 해외에서 공용 PC를 이용해 회의록을 작성하고 출력했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국정조사 과정에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제시됐다. 한글 문서 작성이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점과 함께 특정 장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결국 문건 작성 경위와 검찰의 검증 과정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일부 문서는 원본 파일이 있고, 파일 용량까지 다퉈지만 법원에선 신빙성을 모두 인정했다"고 반박한 상황이다.

한편, 이 전 부지사 항소심에서 이 전 부지사 측은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며 김태균 회의록에 대한 감정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김씨는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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