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들 78.9%가 동의한 것...이게 '표심'이다
"우리에게는 Planet B(제2의 지구)가 없기에, Plan B(플랜 B)또한 없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유명한 표어 중 하나입니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끊임없이 성장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플랜 A를 선택해야 할까요? 유일하고 유한한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행성으로 만들기 위한 지구를 위한 플랜 A를 제안합니다. <기자말>
[그린피스 신민주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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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9일, 그린피스가 서울 시청 앞에서 '기후 신문고'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 ⓒ 그린피스 |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아주 거창한 것이라기보다는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게도 여겨지는 이유들이었다. 우리(그린피스)는 동네의 분리수거 시스템과 하천길, 산책로와 공원에 대해 고민하다가 마침내 요란스러운 옷을 입고 커다란 북을 시청 광장으로 옮겨온 차였다. 기후위기가 심해지는 현실에서 여전히 미온적인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현수막에 담겼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은 국가가 어떤 가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얼마나 사회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 문제는 결국 우리 동네가 어떤 것에 투자할 것인지와도 관련이 깊다. 우리는 지방선거가 한 달가량 앞으로 다가온 지금, 우리는 동네를 변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예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하기 위해 그 자리에 섰다.
우리가 사는 지금의 동네를 잘 이해하는 것이 새로운 동네를 만드는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과연 우리가 새로운 동네,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결정하기 위해 충분히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는 되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과 예산 문제는 더더욱 정보를 알기 쉽지 않다. 현황에 대한 정보를 잘 알 수 없다면, 변화 또한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손에 잡히는 변화를 원한다면, 역설적으로 가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부터 말할 수밖에 없다. 기후와 관련된 예산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나무 12그루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동네 예산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시스템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중앙 정부에서는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를 통해 예산 사업이 온실가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있고, 이 제도를 몇몇 지자체들이 도입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기후예산제'라는 이름으로 이 제도를 벌써 수년간 운영하고 있다. 기후예산제를 통해 서울시는 총사업비 10억 이상인 예산 사업이 온실가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감축', '배출', '혼합(감축과 배출을 동시에 일으키는 사업)', '중립(감축과 배출에 관계없는 사업)'으로 나누어 공개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막상 예산 사업이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도로 건설과 대규모 공사조차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이 사업들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뿐, 구체적인 양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대신 이 제도는 '배출'로 분류된 사업들에 온실가스 감축 방안과 그 방안으로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온실가스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시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적절한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예컨대 이런 사업도 있다. 2026년 기후예산서에 따르면 총사업비 456억 4000만 원(올해 사업비 128억 5500만 원)의 '도시 고속도로 연결로 추가설치' 사업은 가로수 12그루를 심는 것(완충녹지구간 가로수 식재를 통한 녹지조성)이 올해의 유일한 감축 방안으로 기재되어 있다. 도로와 관련된 공사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탄소 배출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일인데 과연 나무 12그루를 심는 것만으로 그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배출량 정보를 뺀 예산 평가와 반영이 얼마나 실효적일지도 의심스럽다. 문제를 쏙 빼놓고 말하는 개선점은 자주 알맹이 없는 내용이 되기 쉬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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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피스가 (주)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하여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
| ⓒ 그린피스 |
조사 결과, '경제적 이익이 있더라도 온실가스 다량 배출 사업이라면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72.0%의 응답자가 동의했다. 아예 '온실가스 다배출 사업의 예산 배정을 재검토하거나 제한하는 절차를 공식화해야 한다'는 제도화 요구에도 응답자의 78.5%가 동의하였다. 즉, 이미 서울시민들은 경제적 이익만이 최우선의 목적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 조치가 제도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의미가 깊다.
이러한 서울 시민의 관점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응답자의 78.9%가 향후 서울시장 후보가 사업별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량 정보를 전면 공개하는 공약을 내세울 경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온실가스 다배출 사업에 대한 예산을 감축하겠다는 공약도 63.1%의 응답자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후위기가 삶과 직결된 문제가 된 시대에서 어떤 후보가 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할 것인지, 기후위기 대응에 예산을 투여할 것인지 또한 지방선거에서 표심을 결정하는 사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동네를 바꾸며 새로운 한국을 상상하자
기후예산제와 같은 예산 시스템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집 앞의 하천의 모습과 우리 빌라의 분리수거 시스템, 지역 봉사활동과 에너지 사용 문제 등 수많은 문제에 영향을 끼친다. 예산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면 기후 대응과 환경 보전에 구조적으로 예산이 더 많이 투자되도록 만드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 사업이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 수치를 다음 해 예산 결정에 반영하도록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하천과 분리수거, 지역 에너지 등 어찌 보면 사소하게 여겨지는 모든 것들이 모여서 삶의 터전을 이룬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무엇에 돈을 쓰고, 무엇에 쓰지 않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미래를 결정하는 일과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동네의 변화를 위해 더 좋은 곳에 돈을 써야 함을 열심히 주장해 볼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은 행운이다. 민생 현안에 대해 어떤 순간보다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이 시기,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예산 시스템에도 좀 더 많은 후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기후위기 대응은 모두를 위한 복지이자, 모두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설문조사는 그린피스 의뢰로 (주)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4월 14일부터 이틀간 서울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기후 관련 가치관 및 경험 평가, 기후 예산제 개선안 도출을 위한 인식 평가, 기후예산제 관련 공약에 대한 인식 평가 등에 관한 내용으로, 응답률은 11.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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