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김홍도가 그린 ‘늙은 매화’…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석달만에 새단장
단원 대표작 포함 50건96점 선봬
노량해전 앞둔 이순신 친필편지도

조선 후기 천재화가였던 단원 김홍도(1745~1806 이후)는 풍속화가로 주로 알려져있지만 산수화, 기록화, 꽃 그림에도 능했다. 그가 60세에 그린 ‘노매도(老梅圖)'는 화폭 가득 구부러진 매화나무가 마치 노인의 굽은 등을 연상시키면서 화사하게 핀 꽃잎들이 원숙한 아름다움과 조화미를 풍긴다. 마치 인생의 노년도 그래야 하지 않느냐고 일러주듯이.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관 서화실 전체 작품을 3개월마다 물갈이하는 정기 교체에 맞춰 주제전시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를 4일부터 연다. 앞서 겸재 정선의 작품세계를 조망한 데 이어 두 번째 주제 전시로, 단원의 대표 작품을 포함해 50건 96점(보물 8건 포함)이 새롭게 선보인다.
‘이 계절의 명화’가 소개되는 회화2실에서 김홍도가 백성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한 ‘단원풍속도첩’(보물) 등 그의 주요 작품을 만난다. 풍속도첩에선 총 25점 중 ‘무동’과 ‘씨름’ 등 11점이 선보인다. 60세 때 개성 만월대에서 열린 원로들의 모임을 그린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契圖, 일명 만월대계회도)’는 김홍도의 산수와 인물 묘사 등 종합적인 예술 역량과 원숙한 필치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명작이다. 51세에 제작한 ‘총석정도(叢石亭圖)’, 60세 작품인 ‘노매도’는 개인 소장 명품으로 이번에 특별히 소개된다.


전성기부터 노년까지 단원의 폭넓은 예술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가운데 회화1실에선 김홍도와 그의 스승 강세황(1713~1791)의 교류를 조명한다. 강세황의 감상평이 쓰여 있는 김홍도의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 등을 통해 스승과 제자로 만나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벗으로 발전한 두 거장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궁중 채색장식화와 민화를 선보이는 회화3실에선 김홍도 화풍의 ‘평양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를 만난다. 이 작품은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술잔 문화상품의 모티프로 활용된 것으로 유명하다. 2500여명이 등장하는 대규모 잔치 장면과 백성들의 일상이 정교하게 담겨있다. 이밖에 경복궁 교태전 내부를 장식했던 부벽화는 상서로운 꽃과 동물을 그려 넣은 19세기 말 작품으로 현재 교태전에 설치된 복제품의 원본이다.
서예실에선 조선 전기부터 근대에 이르는 명필의 서예를 선보이는 가운데 노량해전을 4개월 앞두고 쓴 이순신(1545~1598)의 친필 간찰(편지)이 최초 공개된다. 1598년 7월 8일 물품 지원을 담당하던 총관사 한효순(1543∼1621)에게 감사의 뜻으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며 명군과의 연합을 위해 충무공이 면밀하게 준비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개인소장품으로 앞서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개최 당시엔 소장처를 알지 못했다가 이번에 대여가 성사됐다고 한다. 박물관 측은 “긴박한 상황에서 차분하게 써 내려간 그의 글씨에서 세심하게 전쟁을 준비하던 이순신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주제 전시와 연관해 6월 2일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선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단원 김홍도의 삶과 예술’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사전 신청은 오는 21일부터 박물관 누리집(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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