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의 버티기…노림수 따로 있나 [신율의 정치 읽기]

2026. 5. 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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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역·민생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사이 선거판에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23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5명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5%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 대비 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민주당은 직전 조사 대비 1%포인트 상승한 48%를 기록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많은 이들은 국민의힘 지지율에 주목한다. 지지율 15%로 과연 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가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관심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른바 무당층 비율이다. 직전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은 25%였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3%포인트 상승한 28%를 기록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한국갤럽의 자체 정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4월 2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무당층 비율은 26%였고, 직전 조사에서도 26%였다. 해당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8%였다.

이 두 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은 직전 조사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선거가 임박할수록 무당층 비율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양 진영이 결집하고, 중도층도 지지 후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무당층 비율이 줄지 않고 때로는 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매우 낮다는 사실보다, 보수층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결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의 3월 통합본에 따르면, 보수층은 26%였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국민의힘은 중도층 지지는커녕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조차 온전히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지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내부 갈등으로 힘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된다.

선거와 관련해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장동혁 대표가 얼마 전 주장한 ‘중도는 허상’이라는 인식이다. 허상이기 때문에 중도를 추구하다가는 보수 결집 기회를 상실한다고 판단한 모양인데,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 4월 4주 차 조사에서 중도층의 51%는 민주당을 지지한 반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중도층은 1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장 대표 생각처럼 ‘중도가 허상’이라면, ‘허상의 역습’인 셈이다.

중도층 이탈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장 대표는 최소한 현재도 중도층을 허상으로 간주하는지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만일 당시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인정한다면,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함은 당연하다. 즉, 중도층과 다수의 보수층마저 이탈하는 원인이 강성 기조 유지 때문이라면 당 지도부가 그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장동혁 대표는 “내 거취에 대한 말이 많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최선을 다해 지방선거를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이처럼 버티기를 선택한 것은 과거부터 고수해온 중도 경시(輕視) 전략을 유지·관철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럴수록 이탈한 합리적 보수층이 복귀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고, 중도층의 국민의힘 외면은 더 가속화한다는 점이다. 보수 유권자 중 절대다수는 합리적 보수 혹은 중도 보수임에도, 장 대표는 ‘보수 다수가 강성 보수’라고 착각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런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더라도 이를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즉, 선거에서 참패하더라도 장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장 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전 당원 투표에 부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당대표 재신임을 묻게 되면, 장 대표가 퇴진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당원 상당수가 강성 세력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당내 의원들의 동요는 상당할 것이다. 지방선거가 종료되면 곧바로 총선 모드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데, 완패한 당대표가 자리를 고수할 경우 차기 총선에서 자신들의 정치 생명이 보장되리라는 확신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의원들은 자신의 정치 생명과 직접적 연관성이 적은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관망했지만, 선거 결과가 참패로 귀결될 경우에는 비로소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의원들의 동요 가능성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지역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이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이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해당 지역을 모두 민주당에 빼앗기거나 광역단체장 1석 정도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경험하면, 해당 지역 의원들은 정치 생명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들이 주도한 보수 세력 재편이고, 다른 하나는 당내에 잔류하며 내부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에 잔류해 투쟁하는 방안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이미 당원 상당수가 강성 세력이라면, 이들의 반발을 감수하며 당 체질의 개혁을 시도할 경우 오히려 본인들이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선호하지 않더라도, 첫 번째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의원들은 오래전부터 위기감을 감지해왔기 때문에 영남권 의원 다수가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면 당연히 호응하고, 보수 세력 재편이 촉발될 가능성이 커진다.

확실한 것은 현재 국민의힘의 행보와 노선으로는 보수가 재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상황에서 당명을 변경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에는 생존을 위한 ‘몸치장’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국민의힘 구성원 다수가 선당후사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마다 보수라는 이념보다는 자신들의 정치 생명 연장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 가지 충고하고 싶은 점은 아무리 정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더라도 보수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으면, 결국 권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죽어야 산다’라는 각오가 필요한 시점인데 시간만 보내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8호(2026.05.06~05.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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