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탄 디젤차와 이별을 준비하며 [편집장 레터]
“남들이 전기차에 관심을 꺼줬으면 좋겠어요. 나만 누리게.”
3년 전쯤입니다. 현대차 아이오닉6를 타는 지인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전기차 장점을 한참 설명하면서요. 그는 단점은 아예 없다고까지 주장합니다.
일단 가성비가 최고랍니다. 휘발유차를 타던 때와 비교하면 5분의 1 정도 비용이라고요. 그의 아파트는 충전소가 많아 어려움이 없고, 전기차 주차장이 따로 있어 흔한 주차 스트레스도 없다고요. 그는 “전기차 보급이 늦어져 소수만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며 ‘소소한 이기심’을 내비쳤습니다.
고유가 시대 대안으로 급부상…캐즘 딛고 상승 날개 달까
오히려 전기차 단점이 보였습니다. 완전히 충전한 뒤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내연기관차와는 비교하기 힘들만큼 짧습니다. 겨울엔 갑자기 배터리 성능이 떨어져 급히 충전소를 찾아야만 하는 당황스러운 경우가 생기고요.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한동안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죠. 저는 “지인의 자기 차에 대한 지나친 애착”이라고 치부하며 코웃음 쳤죠.
이후에도 전기차에 대한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죠.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던 친환경 정책이 힘을 잃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사기”라고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크게 쪼그라들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못 이긴 미국 포드가 LG에너지솔루션과 맺었던 10조원짜리 배터리 공급 계약을 취소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세상은 돌고 도나 봅니다. 최근 전기차 인기가 뜨겁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입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기름값이 말도 못합니다. 정부가 최고가격제로 눌렀는데도 ℓ당 2000원을 넘어섰습니다. 한 번 올라간 기름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죠. 전기차의 최대 장점인 가성비가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크게 늘었습니다. 배터리 성능이 좋아졌고 안전도도 높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축시킨 전기차 시장이 다시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활기를 찾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반에 걸쳐 훈풍이 불고 있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현대차 같은 완성차 업체도, 한국이 잘해온 배터리 기업도 아직까진 힘겹습니다. 그래도 ‘정해진 미래’처럼 전기차 시대는 오겠죠. ‘탈이산화탄소’ 투자는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매경이코노미는 이번 호에서 다시 주목받는 전기차 시장을 짚었습니다. 어떤 모델이 눈길을 끌고 있고, 모델마다 장단점은 무엇인지, 전기차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 등 관전 포인트를 챙겼습니다.
전기차에 무심했던 저도 천정부지 치솟은 기름값에 전기차 모델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10년 가까이 탄 디젤차와 서서히 이별할 준비를 하면서요.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8호(2026.05.06~05.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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