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작년 정책대출 5대 은행 중 한 곳만 10조 미만…7.7조 그쳐

최은희 2026. 5. 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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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금공 “할당제 없다, 은행이 알아서”…취급 실적은 전략·수요 따라
“서류 많고 수수료 적고 KPI도 안 잡혀”…영업점에선 정책대출 ‘기피’
금융당국 “정책대출 최소 기준 없어”…사실상 자율에 맡겨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하나은행만 지난해 정책대출 취급액이 7조원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개 은행은 모두 10조원을 넘겼다.

30일 쿠키뉴스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명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취급한 정책대출(디딤돌·버팀목·보금자리론) 총액은 4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10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10조6000억원, NH농협은행 10조5000억원, KB국민은행 10조원 순이다. 반면 하나은행은 7조7000억원에 그쳐, 나머지 4개 은행 평균(10조5000억원)과 약 2조8000억원의 격차를 보였다.

정책대출은 디딤돌대출·버팀목전세대출·보금자리론 등 정부와 공공기관이 금리의 일부를 보전해 실수요자·취약계층의 내 집 마련과 전·월세 안정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설계된 대표적인 정책 금융으로, 일반 가계대출에 비해 규제 강도가 낮은 편이다. 

반면 은행들은 자체 재원을 활용하는 일반 가계대출에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은 KB국민은행 35조2000억원, 하나은행 34조3000억원, NH농협은행 29조5000억원, 우리은행 28조7000억원, 신한은행 27조3000억원 순으로, 정책대출 실적 순위와는 사뭇 달랐다. 정책대출에서 가장 낮은 실적을 낸 하나은행이 일반 가계대출에서는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정책대출에는 소극적인 반면, 수익성과 부수거래 확장 여지가 큰 가계대출에는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하나은행은 정책대출을 의도적으로 줄인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책대출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수익성은 낮더라도 총량 측면에서는 오히려 은행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책대출은 총량 규제를 받지 않아 은행 입장에서는 다다익선”이라며 “취급이 저조했다면 의도적으로 줄였다기보다 영업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들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인다. 일부가 자산 확대에 나서는 반면 일부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다”며 “정책대출 증가 폭의 차이도 이런 흐름 속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덧붙였다. 

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정책대출 취급 규모의 차이가 은행별 전략과 고객 선택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공사는 연간 총 공급목표를 정할 뿐 금융기관별 할당제를 운용하지 않는다”며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어느 은행에서 대출받을지는 고객이 이용 편의에 따라 선택하는 만큼 은행별 취급 규모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공급 목표는 변함없으며 목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수익은 적고 부담은 크고’…정책대출 기피

다만 은행권 안에서는 정책대출이 ‘수익도 적고 민원만 많은 비효율 상품’으로 여겨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책상품은 공공기관이 설계하고 은행은 단순 창구 역할을 맡는 반면, 심사 과정의 오류·서류 누락·민원 등의 책임은 은행이 지는 구조다. 예컨대 보금자리론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기획·운영하고, 버팀목전세대출은 주택도시기금 재원을 활용해 공급된다. 대출이 늘어날수록 실무 부담과 민원 리스크는 커지지만,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나 인센티브는 크지 않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대출은 서류도 많고 심사도 까다로운데 수수료를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KPI(핵심성과지표)에 잘 반영되지도 않는다”며 “직원 입장에선 손은 많이 가지만 은행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부수거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고객이면 ‘옆 은행 가보시라’고 돌려보내는 영업점도 있다”며 “민원 부담이 크거나 인력 여유가 없는 점포일수록 정책상품을 더 꺼린다”고 털어놨다.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책대출 취급과 관련해 은행별 의무 쿼터나 최소 기준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며 “정책대출 공급 방향과 비중은 시장 상황과 상품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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