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만점, 서울대 못 간다? 교과평가 C등급 땐 떨어질수도

이후연 2026. 5. 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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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열린 대입 설명회에서 한 학부모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수능 점수만으로 좋은 대학 가기가 어려워진다. 최근 대학들이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 전형(현 고2 대상) 얘기다. 서울대는 수능 위주 정시 모집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반영 비율을 전년도 보다 두 배 높였다. 고려·연세대 등 다른 서울 소재 대학들도 정시 선발 인원은 줄이거나 학생부 반영을 강화했다. ‘통합형 수능’으로 변별력이 약해지자, 대학들이 학생부를 더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분석이다. 사교육 부담이 늘고 고교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 상당수가 2028 대입 정시의 학생부 반영 비중을 전년보다 늘렸다. 한때 수능 점수가 100% 좌우했던 정시에도 고교 생활 충실도 등을 반영한다는 얘기다

김영희 디자이너

교육계는 특히 서울대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대는 2028 대입의 정시 모집 인원(1307명)을 전년도보다 242명(15.6%) 줄인다. 전체 선발 인원 중 정시 비율도 41.5%에서 34.3%로 7.1%포인트 낮아진다.

서울대는 아울러 정시에서 학생부의 반영 비중을 늘린다. 서울대 정시는 1단계에서 수능으로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수능과 학생부를 합산해 합격자를 가리는 구조다.

그런데 2028 대입에선 2단계 교과역량평가 비중을 전년도(20%)의 두 배인 40%로 확대됐다. 이를 두고 입시업계에선 “이론적으론 수능 만점자도 학생부 평가가 좋지 않으면 정시에서 불합격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서울대의 정시 점수 환산 방식에 따르면 수능 만점에 교과역량평가 최하점(35점·C등급)을 받은 학생의 합산 점수는 95점이다.

반면 수능에서 35점가량 깎인 학생이더라도 환산점수(55.2점)에 교과역량평가 최고점(40점)을 받는다면 더 높은 합산 점수(95.2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만점자가 학교 생활을 완전히 등한시 하는 경우는 드물어 실제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정시에 학생부를 더하는 흐름은 다른 대학들도 나타난다. 중앙대는 정시 일반전형을 ‘수능 89%+출결 11%’로 바꾸고, 수능 67%에 학생부 정성평가 33%를 더하는 전형을 도입했다. 서울시립대는 수능 100% 반영을 없애고 ‘수능 80%+학생부교과 18%+출결 2%’로 전환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상위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의 수시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정시 모집 인원도 줄어든다. 서울·연세·고려대의 2028학년도 정시 모집 인원은 총 4529명으로 전년보다 576명 줄었다. 정시 비율도 전년도(41.5%)보다 5.2%포인트 낮아진 36.3%에 그쳤다. 전국 대학의 대입 정시 모집 인원(6만6894명)은 전년보다 1240명 줄어드는데, 이 가운데 904명이 서울·연세·고려대 등 서울 소재 상위권대학 10곳에서 줄어든 인원이다.


“수능보다 학생부”…재학생엔 유리, N수생엔 부담


김영희 디자이너
대학들이 정시에 학생부를 더하는 배경에는 '변별력 공백'이 작용한다. 2028학년도부터 선택과목 없이 모든 수험생이 같은 문제를 푸는 ‘통합형 수능’이 도입된다. 수학에선 이과 최상위 수험생이 치르던 미적분Ⅱ·기하 등이 빠지고, 탐구도 선택과목 없이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일원화된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달 25일 학부모 설명회에서 “수능 성적이 학생의 역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능에서 강세를 보였던 N수생보다 학교 수업에 충실한 재학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공교육 교사 모임인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는 “학교 수업을 얼마나 충실하게 따라갔는지가 대입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공교육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사교육 부담에 고교 격차 우려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하지만 수능과 학생부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구도가 굳어지면서 사교육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1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정시까지 학생부를 본다니 1학년 1학기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한 줄까지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교육 컨설팅 없이 따라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정성평가가 강화될수록 출신 고교가 사실상 드러난다는 점도 지적된다. 학생부의 과목 이수 이력과 세특의 깊이가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교사의 기록 역량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일반고와 특목·자사고 사이의 유·불리 논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1·2 학생들은 내신, 서류 심사, 수능 준비까지 모두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가중됐다”며 “입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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