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서 되레 범죄 배운다” 재범률 성인 3배, 소년범의 현실

오삼권, 김창용, 김예정 2026. 5. 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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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보호관찰소. 소년보호재판에서 ‘4·5호(장·단기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범들을 관리하는 이곳에선 대상자들이 전날 밤 재범을 일으키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게 보호관찰관의 첫 일과다. 14년 차 보호관찰관 강신원 관찰과장은 “출근하면 전날 경찰이나 검찰에 사건이 접수된 재범자 명단이 뜬다”며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일 정도로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시작한 촉법소년 연령(만 14세 미만) 재조정 논의가 ‘현행 유지’로 가닥이 잡히는 가운데 현장에선 재범 방지 대책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12.6%로 성인 재범률(4.1%)의 3배를 조금 넘는다. 강 과장은 “살인·성폭력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 대한 처벌이 약한 건 아니다”며 “소년이 범죄에 빠지는 요인을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에 처분 이후에도 재범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문제”라고 말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수도권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시민참여단 숙의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뉴스1

실제 습관적으로 재범을 반복해온 소년범 중엔 범행을 끊지 못할까 봐 우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오토바이를 절도한 혐의로 감호위탁(6호) 처분을 받고 경남 창원의 청소년회복지원 시설에 입소한 이지훈(14·가명)군은 “할머니, 할아버지랑 사는데 용돈이 없다 보니 자전거·킥보드 등을 훔쳐 타고 다니다 오토바이까지 손대게 됐다”며 “지금은 크게 반성하고 있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같은 무리 친구들을 만나면 또 사고를 칠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특히 가정에서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한 소년범들이 재범을 반복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중학교 2학년 오모(14)군은 지난 1월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사기 등으로 재판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오군 아버지 오모(57)씨는 “재작년부터 자전거를 훔치는 등 사고를 치기 시작한 이후로 계속해서 소액 사기를 벌였다”며 “아이가 4살 때 이혼한 이후 배달 일을 하면서 키웠는데, 제대로 돌봐주지도 못한 사이에 아이에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랑 불안 장애가 생겼고, 계속 사고를 치니 부모로서 죄책감이 크다”고 했다.

경남 진주 소망회복지원시설. 소망회복지원시설 제공

소년범들은 법원의 보호처분이 행동 개선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해 같은 반 동성 친구의 알몸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다가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김태형(16·가명)군은 “40시간 수강 명령과 1년 보호관찰을 받았는데, 형식적인 수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매달 1시간 30분씩 걸려서 보호관찰소를 찾아가면 5~10분 정도 앉아서 얘기하고 나오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소년범을 교화·선도해야 할 보호관찰관 등 전문 인력들은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는 2만3178명이지만 소년 보호관찰관은 200여명에 불과하다. 보호관찰관 1인당 관리 소년 수는 약 50명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32.4명)을 크게 웃돈다. 소년원은 지난해 연평균 수용인원(1083명)이 정원(940명)을 초과할 정도로 이미 포화 상태다. 전직 소년원장인 윤용범 사단법인 콜앤두 대표는 “소년분류심사원, 소년원 등 수용 시설에 아이들을 과밀 수용하는 바람에 촉법·우범·범죄 소년 등이 다 한 곳에 섞여 범죄를 배우는 장소가 돼버렸다”며 “민간과 협력해서라도 아이들을 범죄 유형 등에 따라 분리하고 각자에게 맞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 때문에 국내 소년범 교화를 위해 가정·학교·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가출 이후 음주 등 비행을 일삼다 4차례 보호처분을 받은 이모(17)양은 보호관찰관과 학부모의 꾸준한 상담을 통해 가족관계를 회복했다. 시도 때도 없이 어기던 외출제한 명령의 위반 건수가 종전 대비 86% 줄었다. 이양은 국립중앙의료원 문신제거시술 지원을 받고 위탁학교로 진학하는 등 사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소년정책학회장을 지낸 강경래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다수의 소년 범죄는 부모의 감독권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 벌어진다”며 “가정·학교에서부터 지역사회까지 통합적인 체계 아래에서 범행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에 맞는 처분을 내려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소년범 처벌보다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둔다. 스코틀랜드는 범죄에 연루된 소년은 아동청문위원회에서 조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형사재판에 넘긴다. 아동청문위원회는 심리 등 각 단계에서 필요한 경우 지자체에 아동 보호 조치를 명령하는 등 소년의 가정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소라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스코틀랜드는 1960년대부터 아동청문위원회를 통해 범죄·비행을 저지른 아동을 처벌 대상이 아니라 보호와 회복의 대상으로 바라봤다”고 했다.

지난 16일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신촌리 춘천소년원 특활실에서 중학교 졸업을 위해 수업 등록을 한 학생들이 강원도교육청에서 파견을 나온 교사로부터 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박진호 기자

소년재판이 ‘깜깜이’식으로 운영되면서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부산에서 여교사 8명을 178차례 몰래 촬영한 고등학생은 형사재판에 넘겨졌지만, 2024년 충주에서 초등학생 수영선수를 집단 강제추행한 당시 중학생 2명은 소년재판에 회부됐다. 비공개 원칙인 소년재판에선 피해자가 처분 결과를 통지받을 수 없고, 기록 열람·등사권이나 항고권도 피해자에게 보장되지 않는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소년법 개정 토론회에서 “소년사법 절차에서도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형사소송법상 통지 제도 등을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삼권·김창용·김예정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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