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옥의 직격 인터뷰] “회사는 ‘장기 번영 공동체’…성과·기여에 맞게 보상 나눠야”

하현옥 2026. 5. 4. 00: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 반도체 업체가 쏘아 올린 성과급 논란, 올바른 해법은


하현옥 논설위원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논란은 일파만파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사상 최대 성과에 대한 직원 보상을 놓고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주주와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삼성전자의 파업과 삼성전자를 넘어 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성과급 논란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칠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한국의 기업 문제를 오랫동안 천착해온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 성과급 논란에 파업 예고한 노조
주주 등 이해관계자와 갈등 커져
현금보다 주식 보상이 더 적절
합리적 평가·보상 체계 구축해야

반도체 업체의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건설적인 성과 및 평가 보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신장섭]

장기 성과 보상 시스템 점검 해야

Q :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앞두고 있다. 해외에도 이런 사례가 있나.
A : “반도체의 경우 시설이 조금이라도 멈추면 엄청난 손해가 발생하고 속도전이 중요한 데다, 직원들 간에도 이해관계가 달라 노조가 별로 조직되어 있지 않다. 인텔과 TSMC도 노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조가 성과급 문제로 파업까지 예고하는 건 한국의 특수한 현상이다. 분배 문제에는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갈등 해결의 핵심은 변함이 없다. 당사자 간에 공통분모를 가능한 많이 찾아서 그걸 키우면 된다.”

Q : 공통분모라면.
A :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진에게나 노조원에게나 함께 일하는 주식회사가 ‘장기 번영 공동체’라는 사실이다. 회사 자산을 법인(法人)이 소유하는 이유는 자연인은 사멸하지만 법인은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고 그 기반 위에서 장기투자가 가능하다. 이 공동체의 장기 번영을 위해 함께 일하고 그 과실을 나누는 것이다.”

Q : 과실은 어떻게 나누나.
A : “기본 원칙은 장기 성과에 따른 분배다. 지금 성과급이 문제인데, 정상임금이냐 성과급이냐를 강하게 구분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에 대한 보상(실적 보상)과 미래에 좋은 성과를 내도록 북돋는 보상(미래 보상)을 나눠 합의를 도출하는 게 좋다. 과거 실적에 대한 보상은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다. 실적이 좋으면 더 많이 주면 된다. 통상 임금과 성과급이 다 포함된다. 물론 장기 성과를 제대로 따져야 한다.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성공은 그동안의 굴곡에도 201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투자했던 것이 결실을 본 것이다. 다만 삼성을 포함한 국내 회사 대부분이 장기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가 약하다. 이번 기회에 장기성과 보상시스템을 제대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Q : 미래 보상은 어떻게 해야 하나.
A : “미래가 불확실한 만큼 미래 보상은 정해진 보상이 아니라 투자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설비나 연구개발(R&D)에 투자할 때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다. 경험과 비전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진행한다. 미래 보상도 ‘사람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당근’이 되어야 한다. 미래의 중·장기 성과에 따라 당근이 제대로 주어진다면 당근의 크기를 둘러싼 갈등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현금성 보상은 단기 이익 챙기기

Q :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대안일까.
A : “일반 직원에게 RSU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성과를 북돋기 위해 주식이나 주식 관련 옵션을 주면 주가를 올리기 위해 노력할 유인이 생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단기 주가가 아닌 중장기 주가다. 개인적으로는 장기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최소한 5년 이상의 보유 제한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Q : 노조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준하는 보상을 원하는데.
A : “삼성전자는 세계적 기업이다. SK하이닉스와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인텔과 TSMC, 마이크론, 애플 등 다른 경쟁자와 비교해 보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하이닉스의 보상 시스템은 굉장히 예외적이다. 하이닉스는 국내 2위였다가 HBM 적기 투자로 삼성전자를 제친 뒤 그 모멘텀을 이어가려 장기적인 작동 방식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현재 시스템을 급하게 도입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다변화된 반도체 사업 구조다. 메모리에서는 하이닉스와 경쟁하지만 파운드리에서는 TSMC와 경쟁하고,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퀄컴 및 인텔 등과도 경쟁한다. 반도체만 있는 것도 아니고, 휴대전화와 가전 등도 함께 갖고 있다. 경쟁사와의 관계 및 내부 구성원의 다양성을 함께 고려해 보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SK하이닉스 체계만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 회사로 옮기면 된다.”

Q : 현금성 보상은 어떻게 보나.
A : “노조가 현금성 확정 보상이란 입장을 고수한다면 단기적으로 생긴 이익을 성과 기여와 관계없이 최대한 갖고 가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주식회사를 ‘장기 번영 공동체’라고 했는데, 이 공동체에 단기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은 공동체 멤버라고 할 수 없다. 노조가 근로자를 정말로 대표한다면 공동체의 목적에 따라 지속해서 일하는 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공동체의 비전을 함께하고 함께 노력하는 사람이 멤버다.”
이익 환원 요구, 기업 독립성 무시

Q : 성과급 갈등이 사회 이슈화하며 협력업체까지 가세할 태세다.
A : “협력업체가 해당 대기업에 자선사업을 한 게 아니다. 대기업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해서 자신들도 혜택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협력업체에는 국내 기업만이 아닌 애플 같은 세계적 대기업도 있다. 기업 간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협력업체와 공생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들까지 공동체 구성원처럼 취급할 수는 없다.”

Q : 정부의 세제 혜택을 포함해 삼성의 실적이 사회의 성과라는 시각도 있다.
A : “정부가 세제 혜택을 준 것은 그만큼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는 전제에서 준 것이다. 국가 전략에 도움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세금도 많이 내는데, 그것은 별도로 하고 이익을 많이 냈으니 추가로 더 환원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기업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말이다. 이익을 많이 낼 경우 기업이 알아서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Q : 반도체 성과급 논쟁이 다른 기업으로도 번져간다.
A : “도미노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삼성전자의 노사 교섭은 국가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 업종과 관계없이 주식회사의 형태를 갖고 있다면 장기 번영 공동체라는 틀에서 성과 분배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하현옥 논설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