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끝이 더 어려운 전쟁…미 ‘리비아 교훈’ 잊었나

전쟁은 시작보다 끝이 더 어렵다. 많은 미국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얘기다.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의 악몽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재임 중 가장 큰 실수”로 꼽은 리비아 개입도 마찬가지다. 2011년 초 ‘아랍의 봄’이 리비아에도 확산되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40년 넘게 철권통치를 이어오던 리비아는 강경 진압에 나섰다. 그러자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이 인도주의적 개입을 명분 삼아 군사 행동에 들어가려 했다.
미국에서는 논쟁이 치열했다. “리비아 정권의 집단 학살을 막아야 한다”는 군사 개입론과 “또 하나의 중동 전쟁이 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맞섰다. 민간인 보호라는 대의명분과 전쟁 피로감이라는 현실의 충돌 속에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취한 절충안이 이른바 ‘리딩 프롬 비하인드(Leading from Behind)’, 즉 뒤에서 이끄는 리더십이었다. 미국이 초기 공습을 주도하되 이후에는 유럽 동맹국들이 전면에 나서는 방식이다.
![2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공항에서 취재진과 대화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4/joongang/20260504001535985trsl.jpg)
하지만 정작 문제는 2011년 10월 독재자 카다피 사망 이후부터였다. 극심한 내란과 권력 공백 속에 국가 기능이 붕괴됐고, 2023년 대홍수 때는 중앙정부 부재와 재난대응 체계 미비로 민간인 수천 명이 사망했다. ‘포스트 카다피’ 전략 부재가 낳은 결과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후인 2016년 “리비아 개입을 가장 후회한다”고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은 리비아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폭압적 통치 체제, 반정부 시위대를 눈 하나 깜짝 않고 유혈진압 하는 광기 어린 정권 등. 하지만 이란은 리비아보다 훨씬 복잡한 나라다. 군사력과 중동 전역에 걸친 영향력, 얽히고설킨 지정학적 변수까지 실타래가 꼬이고 또 꼬인 구조다.
그런 이란을 상대로 미국은 군사 행동을 선택했다. 15년 전 리비아를 혼쭐낼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곁에 이스라엘뿐이다. ‘리딩 프롬 비하인드’가 아니라 사실상 ‘리딩 얼론(Leading Alone·나 홀로 나서기)’이라 할 수 있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6주면 끝난다”고 자신했던 전쟁은 어느새 두 달을 넘겼다. 명확한 출구 전략 없이 시작된 군사 개입은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는 전례를 미국은 리비아에서 봤는데, 그 교훈을 망각했던 걸까. 종전의 출구가 잘 안 보이는 이란 전쟁도 ‘시작보다 끝이 더 어려운 전쟁’ 목록에 추가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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