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미국 논리에 쏠려…중동 목소리도 담길
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 금융경영학과 교수 =21일자 1면 ‘안전 놔두면 중처법, 안전 챙기면 노봉법’ 기사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 사이에 끼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기업의 상황을 잘 보여줬다. 최근 보도가 잇따르는 삼성전자 임금 투쟁 관련해서도 생각해 볼 지점이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큰 영업이익이 나면 이를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그 기준이나 규범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노동·철학·정치 전문가들이 모여서 대담하는 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일자 B1면 ‘여성 고용률 M자 커브(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면서 30대 여성의 고용률이 20·40대에 비해 낮아지는 현상) 사라졌다’는 기사도 좋았다. 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성들의 취업·출산·육아가 늦어지며 고용률이 낮아진 연령대가 그래프 상 오른쪽으로 옮겨간 느낌도 있다. ‘사라졌다’는 표현은 다소 이르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수용자들의 미성년 자녀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깊이 있게 다룬 4월 13·14일자 ‘부모 형벌 나눠지는 자녀’ 기획이 돋보였다. 다만 오히려 기사에 미성년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내용도 있었다. 예를 들어 “수용자의 자녀를 배우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2%대에 불과했다”는 등의 설문조사(초록우산어린이재단) 내용은 오히려 미성년 자녀들에게 낙인을 내면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13일자 12면 ‘수시 납치 없애겠다는 중앙대’ 기사의 경우, 공교롭게도 보도가 지면에 실린 날 중앙대가 해당 입시 전형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지면에 비중 있게 할애한 내용인 만큼 후속 보도도 간단하게라도 싣는 게 좋았을 것이다. ‘노란봉투법’ 관련 보도는 대부분 원청 책임을 확대하고 근로 조건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소비자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늘어난다는 논리가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하청노동자들의 발언은 “언제 파업을 할 예정이다” 같은 발표를 빼면 거의 없었다. 언론 윤리 측면에서도 이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20일자 장애인의 날에 실린 장애를 극복한 이들의 인터뷰 기사들을 보고 많이 불편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장애나 소수자의 문제를 개인화하고, 이를 극복하는 미담으로 소모하고 있다. 법, 제도, 사회적 인식 등에 대해 미비한 점을 지적하는 것도 필요하다. 17일자에 일하는 60대의 이야기를 보도한 ‘영 식스티’ 기획도 재밌었다. 다만 40대 남성을 조롱하며 쓰이는 ‘영 포티’라는 단어와 겹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용어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 정치 부문 기획 기사 중에서는 14일 자에 실렸던 ‘20대, 정당과 이별 중’ 기획 기사가 좋았다. 다만 젊은 층들이 정치에서 멀어지는 건 세대 속성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없는 구조에서 기인하는 문제란 점을 짚었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20대, 정당과 이별 중’ 기사에 1년 전보다 무당층 비율이 뛰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지난해는 계엄 직후라 모든 연령층에서 당파성이 최고조였을 때다. 지금 통계와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28일자엔 출장비 부정 걸려도 출마하는 의원들이 부산에만 35명이라는 기사가 나왔는데, 정작 문제를 저지른 의원들의 당명은 밝히지 않았다.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내용인데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히지 않아 아쉬웠다. 올해 중앙일보 지면 개편으로 스포츠나 문화 지면이 경제 섹션으로 옮겨간 것은 조금 아쉽다. 특히 2시간 기록을 깬 마라톤 선수의 이야기나 안세영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배드민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는 등의 뉴스는 좀 더 키워서 보여주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유재연 한양대 글로벌사회혁신단 겸임교수=“보수는 실패를 인정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명박 회고록’ 시리즈는 단연 돋보였다. 그간 중앙일보는 보수 세력으로 대표되는 ‘국민의힘’에 대해 다각도로 우려를 표해왔는데, 이를 보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의 말로 선언했다. 1일자 12면, 여직원과 칸쿤 출장을 다녀온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 보도는 대한민국 성인지 감수성이 여전히 취약한 지점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유사한 보도에서는 공적 기준에 기반한 검증이 중심이 돼야 한다. 6일자 ‘청춘들의 이유 있는 투자 광풍’, 23일 ‘2030의 이유 있는 거지 선언’ 등의 기사는 청년층이 처한 주식투자 세태를 깊이 있게 취재한 점이 돋보였다. 이제 필요한 건 대책이다. 주의를 기울이라는 경고성 코멘트를 넘어선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한반도안보연구실장=최근 미국과 이란 전쟁 관련 기사 제목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인용한 보도가 많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되지 않거나 신뢰성이 다소 떨어지므로 직접 인용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인도와 베트남을 방문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다. 중앙일보가 이런 내용을 다루긴 했으나 왜 대통령이 이들을 만났고 한국과 해당 국가들 사이에 어떤 합의가 도출됐는지에 대한 심층 보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
▶지철호 법무법인 세종 고문=길게 쓴 문장보다 사진 한 컷이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영향으로 조업을 못하는 부산지역 어선들과 운행하지 않는 의왕 컨테이너 기지의 대형 화물차들(1일자 6면), 검찰청 폐지로 사직이 잇따르면서 남은 검사들에게 업무가 늘어나는 실상을 보여주는 사건 기록 서류들(20일자 1면) 등을 담은 사진 기사가 그랬다.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을 맞이한 가운데 우리 기업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전문가에게 듣는 ‘반도체 구루의 고언’ 기사 역시 시기적절하고 의미가 큰 보도였다.
▶하태헌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최근 학교에서 체육대회, 수학여행 등을 안 가는 분위기라는 말을 들었다. 자녀수가 줄어들고 부모들의 관심과 간섭이 너무 증가하면서 학교측도 어쩔 수 없이 아무 것도 안 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기획 기사(중앙 선데이 25일자 14면, ‘소풍X, 운동회X…고소당할까 움츠린 학교’)로 잘 짚어준 것 같다. 22일자 경찰의 방시혁 하이브 의장 구속영장 신청 보도에서는 방 의장의 혐의가 ‘1900억원대 부당 이득 혐의’라고만 적혀있어 구체적인 사안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피의사실공표죄 등 제한이 있으나 기존 다른 언론사를 통해 보도된 내용 수준으로 설명하면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지혜 오픈갤러리 아트디렉터=지난달 독자위원회에서는 문화예술 기사가 지나치게 ‘K헤리티지’ 흐름에 집중돼 단편적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드렸다. 4월 지면은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 다층적으로 조명하려는 시도가 보였다. 특히 15일자 22면 이재상 하이브 대표이사 인터뷰는 K팝의 성공을 단순 유행이 아닌 음악, 팬덤, 비즈니스 모델이 결합한 구조적 경쟁력으로 해석했다는 내용이 돋보였다. 22일자 14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지는 신분증 위조 범죄 보도의 경우 범죄 수법이 자세하게 소개됐다. 이런 생활밀착형 범죄에 대해서 보도할 때는 범죄에 관한 처벌, 대응 매뉴얼 등을 세트로 함께 구성하는 룰이 필요하다.
▶오세정 위원장=반도체 성과급 문제는 복잡한 이슈가 걸려있다. 회사와 종업원뿐 아니라 인프라와 교육, 지금까지 쌓여온 경험 등 여러가지 공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느냐에 대해 학자나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 논리를 전개할 장을 마련해줘야 합리적 해법이 생길 것이다. 신문의 역할이 이런 것이 아닐까. 미국과 이란의 전쟁 국면에서는 중앙일보의 논조가 지나치게 서양의 논리에 편중돼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랍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 논리에 대해서도 서술해서 균형을 맞추는 게 좋겠다. 일부 제목은 지나친 생략으로 정보를 왜곡하는 문제가 발견됐다. 28일자 1면에 보도된 ‘김일성대학서도 공개총살’ 제목은 총살이 일어난 곳을 김일성종합대학으로 잘못 인식 할 수 있다고 느꼈다. 실제로 총살이 이뤄진 곳은 김일성정치대학인데, 우리나라로치면 육군사관학교같은 곳이다.
정리=최민지 기자·전보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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