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선 넘었다"... 미국이 정동영·쿠팡 언급하는 진짜 속셈 모르나
[이영광 기자]
|
|
| ▲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 ⓒ 이영광 |
정 장관의 구성 지역 언급에 대해 짚어보고자 지난 4월 29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근처에서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만났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구성 발언·쿠팡 문제, 미국 정부의 한국 길들이기"
- 최근 정동영 장관이 북한 구성 지역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의원님께서는 이 발언의 사실관계와 정무적 적절성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단 정동영 장관 발언 때문에 그런 논란이 생겼다고 보지 않아요. 복합적이라고 할 수 있죠. 호르무즈만 파병 요청을 쉽게 들어주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고 또 미국에 대한 투자도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아직까지 어디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구체적인 게 발표 안 됐죠. 아마도 우리 쪽이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까다롭게 투자처를 고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트럼프 정권이 한국을 길들이고자 하는 것이죠."
- 압박용인가요?
|
|
|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4월 20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친 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도착, 미국과 정보공유가 일부 제한된 것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미 예전에 민간단체 연구 보고서에도 나왔던 내용을 얘기한 거니까 미국이 준 정보로 얘기했다는 근거가 전혀 없거든요. 근데도 시비 걸기 위해서 핑계로 삼은 거죠."
- 구성 지역을 얘기하는 게 안보에서 중요한 건 아니죠?
"그렇죠. 구성에 있다는 핵시설이 어느 정도 규모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인 건 아직 드러난 게 없어요. 거기 있다는 정도를 정동영 장관이 언급했을 뿐이기 때문에 그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가 없는데 공연히 트집 잡았다고 봐야죠."
- 트집 잡는 건 맞나요? 아니면 국민의힘에서 그렇게 몰아가는 건가요?
"국민의힘은 한미 관계에서 작은 불협화음만 들려도 미국 편을 들며 '한미 동맹이 흔들려 큰일 났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정부가 무조건 잘못했다는 식으로 몰아세우는 게 거의 습관이 된 수준이죠.
이건 분명 선을 넘었습니다. 유럽의 우파 정치인들조차 트럼프 정권의 행태와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 등 인권 침해에 대해 강력히 비판의 목소리를 냅니다. 그런데 이들은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조차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현재 우리 국민 대다수는 이란 전쟁 발발, 국제 경제를 위태롭게 만든 무책임한 태도, 그리고 우리를 향한 무역 전쟁과 무리한 요구 등으로 인해 트럼프 정권에 매우 비판적입니다. '미국이 예전 같은 동맹이 맞나' 하는 회의적인 여론도 높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불협화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안 된다며 사실상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라'고 압박합니다. 결국 그들의 안중에 우리 국민은 없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자주파-동맹파 갈등? '실용 외교'가 최선"
-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 요구했었잖아요. 그게 정말 파병이 필요하다기보다는 다른 걸 얻어내려는 속셈이었을까요?
"사실 파병해 주면 국제사회가 자기를 지지해 주고 있다는 명분은 얻을 수 있으니까 그걸 원하긴 했겠죠. 그러니까 사고는 자기가 쳐놓고 그 불을 끄는 건 남들이 도와줘야 한다는 억지 논리인 거죠."
- 그러면 지금 한미 관계는 문제가 없을까요?
|
|
| ▲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4월 16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순방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안보 라인 내부 사정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외교관 출신인 안보실장이 기자들 앞에서 굳이 갈등을 공식화한 의도는 의문입니다. 보통은 갈등이 있더라도 '대화로 해결 중'이라며 관리하는 게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이 정보를 주지 않아 정보 공유 시스템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일시적일 뿐 장기화될 수 없습니다. 우리도 미국에 제공할 독자적인 대북 정보가 있고, 미국 역시 위성이나 감청으로 수집한 정보의 정확한 의미를 분석하려면 우리 측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정보 교류 중단은 미국에도 큰 손해이기에 계속해서 우리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 그러면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란 시각은 어떻게 보세요?
"실제 내부 갈등의 실체나 정도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이념에 매몰된 외교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입니다. 대통령께서도 거듭 강조하시듯, 이념에 따라 국제 관계를 해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지금은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전 세계가 각자도생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철저히 실용적이어야 합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자주 외교'라 할 수도 있겠지만, 본질은 그때그때 우리 국익에 맞춰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대응하는 '실용 외교'입니다. 이념보다는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융통성 있는 외교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길입니다."
- 쿠팡 로비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보도된 대로라면 100만 달러라는 로비 자금이 우리 기준에서는 커 보일 수 있지만, 미국 대기업들의 통상적인 로비 규모를 고려하면 그리 큰 액수는 아닙니다. 따라서 쿠팡의 로비 자체가 미국 정부를 움직여 안보 문제까지 건드리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미국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길들이기' 하려는 차원에서 쿠팡 사례를 명분으로 활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향후 다른 미국 대기업들이 한국 정부와 갈등을 빚을 상황을 대비해, 미리 본보기식으로 대응하며 기선을 제압하려는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서 이스라엘을 비판해서 논란인데 어떻게 보세요?
"평소 대통령이 주요 현안을 SNS에 직접 올리는 방식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모든 사안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장관들이 자율적으로 일하기보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게 되고, 결과가 나쁠 경우 그 정치적 부담이 대통령에게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이스라엘 비판만큼은 지금까지의 행보 중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평가합니다. 원칙적으로 옳은 목소리를 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한국을 바라보는 눈을 완전히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과거 한국은 미국의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외교적으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나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결단으로 '한국 대통령도 할 말은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이는 북한을 포함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외교적 위상과 존재감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국민의힘은 외교 참사라고 하는데, 아닌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했던 이스라엘 비판 내용 중 틀린 게 없으니까, 미국도 강하게 반박 못 하지 않습니까? 사실관계가 맞는 얘기는 하더라도 미국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외교 참사는 우리의 국익에 손해 나는 일을 하는 거고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일이 외교 참사가 될 순 없죠."
"남북 관계 개선 가능성, 우리 정부의 대응 역량에 달려 있어"
- 다른 얘기인데 정 장관이 북한의 '대한민국' 호칭에 대응해 '조선'으로의 국호 변경을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공식화하려는 이런 시도가 향후 통일 담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저는 30여 년 전부터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분단을 먼저 인정해야 통일도 올 수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한반도에 두 개의 정부가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했기에 남북이 동시에 UN에 가입한 것입니다. 상대를 부정하며 갈등을 키우기보다, 일단 분단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됩니다.
현재 북한은 과거 남북 회담의 결과에 실망하여 '민족도 통일도 없다'며 두 개의 국가로 살자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이를 하루아침에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핵 동결을 전제로 '적대적 두 국가'를 '우호적 두 국가'로 전환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예요.
|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5년 10월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당초 북미 문제에 중국이 개입하는 것을 북한이 꺼릴 것이라 예상했으나, 북한도 현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듯합니다. 최근 왕이 외교부장의 방북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문밖까지 나와 배웅하는 장면이 북한 TV에 공개되었습니다. 이는 장관급 인사에 대한 최고 수준의 예우로, 양국 간 깊이 있는 대화와 실질적인 이해관계 교환이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주목할 점은 김 위원장이 남측과의 관계를 올해 안에 풀겠다는 의지를 비쳤다는 설이 중국 내에서 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최근 중국 방문을 통해 올해 남북 간에 어떤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예술단 교류나 정상회담 같은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이릅니다. 민간보다는 정부 차원의 물밑 접촉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북한은 이를 통해 우리 정부를 다시 한번 시험하려 할 것입니다.
이러한 기회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습니다.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도 있지만, 과거 문재인 정부 때처럼 큰 기대를 심어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관계가 단절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회가 오더라도 과거의 전술을 되풀이하지 말고 매우 신중하고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만나러 갈까요?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이 일단락되어야 합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대외 현안에 집중하느라 북한 문제에 깊이 관여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변화된 입장은 북한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오늘(4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빅터 차 교수조차 '전면적 비핵화는 어렵다. 단계적 핵 동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빅터 차 교수 역시 트럼프 정권의 기류를 파악하고 그에 발을
맞추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이처럼 현실적인 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는 만큼, 북한도 대화에 분명한 흥미를 느낄 것입니다. 현재의 이란 전쟁이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다면,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 올해는 북미 정상회담이 어렵겠네요.
"이란이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면 북미 협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재개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까지 가시적인 외교 성과를 내고 싶어 할 것이고, 북한 역시 지금의 기회를 놓치기 아깝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겉으로는 급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일지 모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릅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해 힘이 빠지거나 임기가 끝나버리면,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트럼프만큼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적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북한으로서는 '트럼프라는 기회'가 사라지기 전에 실질적인 협상에 나설 유인이 충분합니다."
- 남북 관계가 나아질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가능성은 열려 있으나 우리의 대응 역량에 달렸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선순환될 수도, 북측이 완전히 등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현재 북측은 이재명 대통령을 '능력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하면서도, 공언한 약속을 실천할 '뚝심'과 '추진력'이 있는지 관망하고 있습니다. 결국 대통령이 구상을 행동으로 옮길 의지를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남북 관계의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남역 잊지 않겠습니다" 21살의 메모는 31살의 공약이 됐다
- 이 대통령의 6년 전 이 말 "불법사금융이 피해입을까봐?... 헛소리"
- 주차장 '빗금 공간'의 정체, 몰랐다면 꼭 알아야 합니다
- '길맥'의 원조 베를린, 기차역의 '희한한' 변신
- "멋지게 그려줘" 주문 대신 이렇게, 소설가의 AI 활용법
- 대파 넣고 튀겼더니 '엄지 척' 날아옵니다
- "1억 주면 아이를 낳겠느냐?" 이 질문에 깔린 당연한 전제
- 역대 가장 많은 후보 공천한 민주당 대구시당, 본격 선거 돌입
- 민주 "오세훈, 주택공급 씨말려"… 국힘 "정원오, 부동산지옥 원인"
- '삼성 저격수' 박용진, 삼전 노사 겨냥 "끼리끼리 먹자판 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