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시모·장애 남편’ 홀로 간병… 지친 며느리에게 휴가 드려요

유경진 2026. 5. 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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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 현장에 가다]
<2부> 돌봄의 이유
⑧ ‘老老부양’ 급증


이선미(가명·72)씨는 홀로 중증 치매 환자인 98세 시어머니와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남편을 돌보고 있다. 이씨는 40년 가까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러다 4~5년 전부터 시어머니에게 이상 징후가 발견됐고, 치매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고, 고령인 점을 고려해 주변에서 요양병원 입소를 권유했지만 시어머니는 ‘집에서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이씨는 홀로 집에서 시어머니의 치매 병간호를 도맡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불황으로 남편의 사업까지 기울면서 가족의 경제적 기반도 흔들렸다.

이씨는 3일 “나도 70세가 넘어 내 몸 하나 돌보기 힘든데, 치매 간병까지 하려니 몸이 남아나지를 않는다”며 “내가 쓰러지면 집안이 바로 무너질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간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적·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가족과 갈등이 부쩍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이씨처럼 60세 이상 자녀가 더 나이 든 부모를 간병하는 ‘노노(老老)케어’ 가정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펴낸 ‘비공식 노인 돌봄 제공자의 노동시장 참여와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80~84세 이상 노인을 돌보는 사람 중 87%는 가족이다. 상당수는 60세 이상 자녀가 고령의 부모를 돌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가족 구성원에 대한 돌봄 시간이 주 50시간을 초과한다는 응답이 22.9%에 달했다. 별도의 생업에 종사할 수 없고 가족 케어에만 매달려야 해 ‘돌봄 지옥’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 3월부터 통합돌봄을 본격 시행한 것도 더 이상 개별 가정이 이런 부담을 혼자 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통합돌봄은 집에서 노인을 돌보다 일과 소득을 포기한 가족에게 병원 동행, 방문 요양, 식사 지원, 단기 보호 등과 같은 서비스를 한꺼번에 엮어 제공해 개인이 지는 부담을 최소화한다.

기존에도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이 장기요양 등급을 받으면 요양시설 입소뿐 아니라 다양한 재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에 몇 시간 방문 요양만으로는 24시간에 가까운 돌봄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병원에서 막 퇴원했지만 6개월 이상 상태가 지속해야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등급 전’ 노인이나 등급 심사·재심사 대기 중인 노인들은 기존 제도만으로는 도움을 받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통합돌봄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설계된 제도다. 지자체가 시행 중인 각종 재가 서비스와 재택 의료, 주거 개선, 식사 지원, 이동 지원, 심리·상담 서비스 등을 한데 묶어 ‘맞춤 패키지’로 설계해주는 것이 목표다.

통합돌봄 서비스를 받으려면 먼저 동주민센터(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시·군·구청 안에 있는 통합돌봄 창구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신청되면 전담 인력이 대상자 가정을 방문해 건강 상태와 일상생활 능력, 가족의 돌봄 여력, 소득·재산, 주거 환경 등 전반을 평가한다.

장기요양 등급이 있거나 새로 인정되면 해당 등급의 재가급여 월 한도액 안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해 돌봄을 설계하는데,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돌볼 수 있는 시간대와 주야간 보호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요일·시간을 배치한다. 기본 틀을 정한 뒤 부족한 돌봄 공백을 통합돌봄 서비스로 보완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데 버스나 지하철 타기가 힘든 노인에게는 통합돌봄을 통해 병원까지 태워다주는 이동 지원과 집에서 받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만약 이씨처럼 가족 한 사람이 오랫동안 간병을 도맡아 몸과 마음이 지친 경우에는 장기요양보험에서 제공하는 단기 보호·가족 휴가제와 통합돌봄의 긴급돌봄·가족지원 프로그램 등도 사용할 수 있다. 이씨는 “그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 요양사가 2~3시간 방문해 봐주는 게 전부여서 그 외의 시간엔 혼자 모든 걸 해야 했다”면서 “(통합돌봄 서비스를) 통해 방문간호나 목욕 서비스, 상담도 받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합돌봄의 핵심은 장기요양, 건강보험, 장애인 서비스, 지자체 사업 등 흩어진 자원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것”이라며 “각 제도를 따로 신청하던 구조를 통합돌봄을 통해 한 번에 연계해 장기요양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틈을 지자체가 운영 중인 복지 서비스 등으로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 부담이 큰 가정일수록 제도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어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고 견디는 경우가 많다”며 “통합돌봄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현장의 위험 신호를 포착해 고위험 가구를 찾아 나가는 체계도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기관에 흩어진 건강·소득·가족 상황 정보를 연계해 병간호로 위기에 놓인 가정을 조기에 가려내는 기반이 마련돼야 ‘통합’된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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