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법적 허용치 초과 불법대부는 무효”…이번엔 금융 정조준

오현석 2026. 5. 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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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일 “법정 허용치를 초과하는 불법대부는 무효”라며 “즉, 갚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다주택자 등 부동산 투기 세력과의 전면전에 나선 이 대통령이 이번엔 소득이 낮을수록 이자를 더 내는 대출 관행 개편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노동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의 문턱을 낮추는 내용의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 소식을 전한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메시지를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이 위원장은 해당 게시물에서 “연 60%를 넘는 대부계약은 원금도, 이자도 모두 무효다. 법은 이미 피해자 편에 서 있다”며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를 독려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취약 계층에 불리한 금융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선 최저신용자 보증부 대출금리가 15.9%라는 보고에 “너무 잔인하지 않으냐”며 “경제성장률 1% 시대에 성장률의 10배가 넘는 이자를 주고 서민들이 살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선“현재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등 이른바 ‘금융계급제’가 된 것 아니냐”며 “기존 사고에 매이지 말고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당시 회의에선 6대 개혁 분야 중 하나로 ‘금융’을 선정했다.

청와대와 금융 당국도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낸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3일 페이스북에 ‘금융의 구조’ 시리즈로 이름 붙인 3편의 글을 올려 “가계 대출이 고신용자라는 안전한 온실 속에만 갇혀 있지 않도록 대출의 구성을 흔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상위 등급은 낮은 금리로 안온하게 자금을 조달하지만, 그 아래는 깎아지른 듯한 고금리의 절벽이 기다린다. 문제는 그 두 지점 사이가 크게 비어 있다는 것”이라며 “양극단에는 (저금리·고금리) 시장이 존재하지만, 정작 가장 많은 사람이 머물러야 할 허리춤은 외면당한 채 방치되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금리 시장 공백의 주범으론 금융권의 ‘회피 전략’을 지목했다. 김 실장은 “데이터가 깨끗한 우량 고객을 기계로 걸러내는 건 쉽고 싸다. 반대로 아주 높은 이자를 물려 리스크를 상쇄하는 고금리 시장도 나름의 수익 모델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 사람이 정말 갚을 의지가 있는지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금리를 조정해야 하는 구간은 품이 많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스크는 관리해야겠고 비용은 쓰기 싫으니, 그 구간을 다루지 않는 선택이 더 합리적으로 작동해 온 셈”이라고 꼬집었다.

향후 정책 방향은 가계 대출 구성의 변화와 신용평가제 개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특정 구간을 비워두고서는 성장이 어렵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한다”며 “그때서야 은행은 거절할 명분을 찾는 대신 어떻게든 ‘튀는 리스크’를 세밀하게 쪼개고 선별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또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건가. 사람들은 이미 매일의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을 통해 수많은 삶의 신호를 만들고 있다”며 “이 데이터들은 중요한 신호다. 특히 인터넷은행들에게 이 숙제를 엄중히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왼쪽부터), 이억원 금융위원장,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이 지난 3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금융위 사무처장과 부위원장 등 핵심 요직을 지낸 김 실장은 지난 1일 올린 첫 글에선 “나는 이 잔인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작동시키고, 정당화해 온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명백한 공범”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글은) 처절한 성찰이자, 어떻게든 바꿔보자는 몸부림”이라며 “단순히 금리를 낮춰주자는 동정론이 아니고, 위험을 무시하자는 무책임한 이야기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현 금융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대통령 의지는 명확하다”며 “김 실장이 정책 추진에 앞서 직접 공론화와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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