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 정부가 철회한 ‘금융위 해체론’, 금감원 학술지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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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발행하는 학술지에 금감원을 금융위원회의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감독기구로 재편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문이 실린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지난해 일단락된 바 있지만, 금감원은 요소요소에서 금융위의 간섭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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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발행하는 학술지에 금감원을 금융위원회의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감독기구로 재편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문이 실린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지난해 일단락된 바 있지만, 금감원은 요소요소에서 금융위의 간섭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학술적 명분을 앞세워 금융위를 압박하면서 장기적으로 의제를 가져가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이 최근 발행한 학술지 ‘금융감독연구’ 제13권에 ‘금융 안정성 강화를 위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안재환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가 주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안 교수는 금감원에서 13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고, 금융위가 금융정책을 수립하면서 감독 기능까지 가져서는 안 된다고 꾸준히 주장해온 인물이다.
안 교수는 논문에서 금융감독정책과 집행 기능을 금감원에 통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산업정책은 규제 완화와 자금 지원을 주요 수단으로 삼고, 금융감독정책은 규제와 제재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만큼 그 기능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가 상반된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집행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의미다. 안 교수는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금융위의 역할 재정립과 금융위-금감원의 수직적 이원화 구조를 해소하는 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보유한 현 구조에서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견제할 장치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안 교수는 “2008년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후 금융위의 금감원에 대한 지시·감독 체계가 공고화되면서 금감원의 독립적인 견제 기능은 사실상 상실됐다”며 “금융위가 감독과 금융산업 육성을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에서는 감독 기능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견제 기능 약화는 금융 안정 훼손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무총리 산하에 상설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가칭)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금안위는 금융 안정성 관련 주요 의제를 심의하고 정책 의결, 정보 공유, 정책 조율을 하는 총괄 컨트롤타워를 뜻한다. 금안위에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한국거래소, 금융협회 대표 및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안이 거론됐다. 안 교수는 “현재 국내에 금융 안정 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상설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위기 징후가 감지되거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금융 이슈가 발생한 경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가 열려 대응 방안이 논의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논문은 학계 인사들이 작성했지만, 금감원이 발간하는 학술지에 게재됐다는 점에서 학술적 제안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술지 편집위원회에 금감원 고위직 인사가 간사로 참여하는 등 심사 과정에서 기관의 문제의식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금감원 학술지라고 해서 금감원에 우호적인 논문만 실리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양 기관 간 갈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번 게재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 공개를 계기로 금감원과 금융위의 힘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금융위를 사실상 해체하는 수준의 감독체계 개편안을 논의하면서 금융위는 출범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거센 반발 속에 개편안이 철회돼 한숨 돌렸다. 또 금감원은 최근 특별사법경찰 인지수사권 확대 등 실질적인 권한 확보에 주력해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논문 내용은 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닌 집필자의 개인 의견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이미 지난해 끝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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