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주면 아이를 낳겠느냐?" 이 질문에 깔린 당연한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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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진 기자]
저출산 시대, 출산을 둘러싼 질문은 점점 더 직설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질문이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1억을 주면 아이를 낳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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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습관성 유산을 겪는 사람들에게 임신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켜낼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
| ⓒ solenfeyissa on Unsplash |
임신을 확인하고, 다시 잃고, 또다시 시도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확률성 도박과도 같은 시간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정서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아이를 갖기 위해 기울인 시간과 감정은, 아무 일 없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부부들과는 다르게 쌓여갔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들은 난임 환자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벼랑 끝까지 몰리는지 알지 못한 채 "포기하면 온다더라", "노력해봐"라는 말을 쉽게 건넸다.
의학적으로 난임은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이 정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임신 이후에도 유지되지 않는 경우, 나처럼 습관성 유산을 겪는 사람들에게 임신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켜낼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난임을 겪는 부부는 약 25만 쌍 이상으로 추산된다. 전체 부부 가운데 약 6~7쌍 중 1쌍이 난임을 경험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5년 사이 난임 환자 수는 약 30% 가까이 증가했고, 연간 난임 시술 건수 역시 50만 건을 넘어섰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같은 시간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그래서일까. "1억을 주면 아이를 낳겠느냐"는 질문을 듣고, 나는 그 문장 안에 숨어 있는 전제를 먼저 떠올렸다. 마음만 먹으면, 원할 때 임신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전제. 하지만 누군가에게 임신은 선택이 아닌, 시도였고, 기다림이었고, 때로는 포기와 다시 시작을 반복해야 하는 과정임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요즘 사람들이 그 질문을 다른 의미로 던진다는 것도 안다. 각자 살아가는 것도 버거운 시대에, 아이까지 책임질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인 물음일 것이다. 그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가볍게 들릴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이미 여러 번의 상실을 지나온 뒤에야 마주하게 되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같은 질문이라도, 모두 같은 자리에서 듣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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