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잊지 않겠습니다" 21살의 메모는 31살의 공약이 됐다

이진민 2026. 5. 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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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후보는_없다 ③] 노서영 기본소득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 동행취재

유명 정치인도, 당선이 확실한 강성 후보도 아니지만 6·3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손을 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지만 큰 존재감이 있는 숨겨진 후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이진민 기자]

 지난 28일 <오마이뉴스>가 노서영 기본소득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동행취재했다.
ⓒ 이진민
"그때 현장에 메모를 남겼거든요. 강남역을 잊지 않겠다고요. 저는 그렇게 약속한 사람입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 '당신을 지키겠다'는 공약으로 자라는 데 10년이 걸렸다.

노서영(31) 기본소득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는 자신을 '세월호·강남역·이태원 세대'라 말한다. 그는 세월호 1주기 때 광화문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며 활동가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을 겪으며 여성 의제에 관심을 갖게 돼 범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를 창립했다. 정치에는 기본소득당 창당 멤버로 첫 발을 디뎠다.

노 후보는 사회적 참사를 목격할 때마다 같은 결심을 되새겼다. 참사를 잊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 그렇게 10년, 대학생 노서영은 정치인 노서영이 됐고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어느덧 10주기를 앞뒀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8일 퇴근길 인사 유세를 위해 강남역 11번 출구로 향하는 그의 발길을 따라갔다.

'높은 사람' 어딨냐고요? 그게 전데요
 지난 28일 <오마이뉴스>가 노서영 기본소득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동행취재했다. 해당 사진은 노 후보의 국회 출입증.
ⓒ 이진민
오후 4시, 노 후보가 국회 지리를 꿰뚫은 듯 익숙하게 지름길을 찾았다. 방금 전까지 당 대변인으로서 논평 내용을 고민하고 있었다던 그는 현재 당 최고위원, 서울시당위원장, 이번 지방선거 후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인 노서영'의 길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유세 팀장을 맡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노 후보에게 "소통할 수 있는 높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자신이 팀장이라고 소개해도 사람들은 후보자를 직접 찾아 말을 건네고는 했다. 그는 "유세 현장에서 늘 낯선 존재처럼 여겨졌다"며 "그럴수록 내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더 발로 뛰고, 더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난관을 패배의 경험으로 삼지 않는 건 노 후보의 오랜 지침이다. 2015년, 처음 대학에 입학해 마주했던 세상 앞에서도 그랬다. 대학교 1학년, 언론인을 꿈꿨던 그는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노 후보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물대포와 최루액을 맞는 무고한 시민들이었다. 그는 경찰 차벽 아래를 기어 유가족을 찾아다녔다. 가까스로 현장을 촬영해 여러 언론사에 제보했지만, 뉴스 한 줄로도 이어지지 못했다.

그때부터 그가 줄곧 믿어온 '중립'의 벽에 금이 갔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탄압받을 때 과연 중립적인 관점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지난 28일 <오마이뉴스>가 노서영 기본소득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동행취재했다.
ⓒ 이진민
다음 해 강남역에서 사람이 죽었다. 아니, 여자가 죽었다. 노 후보는 "사건을 나 자신과 동일시할 만큼 내 이야기 같았다"면서도 "이를 개인적인 기억으로만 남기지 않고 어떻게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회고했다. "나도 모르게 현장으로 가 있었다"던 21살 노서영은 역 출구 앞에 메모를 남겼다. '강남역을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해에는 친밀관계폭력 피해자 가족분들을 모시고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자꾸 강남역 생각이 나더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가 고통을 겪는 상황이 너무 닮아서…"

정치인이 된 뒤에도 노 후보가 가는 곳마다 또 다른 '강남역'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 많은 피해자와 유족,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선거에 나선다.

당신을 다정한 방식으로 지키고 싶습니다
 지난 28일 <오마이뉴스>가 노서영 기본소득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동행취재했다.
ⓒ 이진민
오후 6시, 신논현역에 도착한 노 후보는 피켓을 들고 천천히 강남역으로 걸어갔다. "한 사람이라도 더 읽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피켓에는 '피어나는 봄처럼 모두 이루어지는 하루를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퇴근길 유세를 한 번 할 때마다 최소 200번 인사하는 것 같다"는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약 11초에 한 번꼴로 그는 오가는 시민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시민 여러분, 다정한 저녁 보내세요." 인사말에 '다정한'이란 단어를 넣은 이유는 노 후보가 꿈꾸는 세상이 서로를 다정하게 지켜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사회적 참사를 겪으며 나를 비롯해 우리 세대 전체에게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감각이 생겼다"면서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서로를 다정하게 지켜주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시민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안전선으로 기본소득 개념을 설명했다. 노 후보는 "당신이 누구라도 괜찮고, 누구라도 잘 살아가야 한다는 희망이 담긴 것이 기본소득"이라며 "이를 통해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아 더 나답게 살아가고, 타인과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를 지키기 위해서 차별과 혐오에 단호해지고 세상을 다정하게 보는 사회적 렌즈가 필요하다"며 "이를 실현하는 것이 정치적 힘"이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그간 여성 의제뿐만 아니라 청년 극우화, 장애인 권리 보장 등에도 목소리를 냈다. 모든 시민들의 삶과 손잡을 수 있어야 진짜 정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 후보는 다정함을 제도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기본소득을 보장한 첫경력보장제, 청년안식년제를 비롯해 AI 기본교육 시스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AI 대전환 시대, 기후 위기 등 다가올 시대적 변화 속에 홀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가가 나를 보호하는 사회의 기초 닦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오마이뉴스>가 노서영 기본소득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동행취재했다.
ⓒ 이진민
오후 7시 10분, 1시간가량 이어진 퇴근길 유세 속에서 그는 지치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 유세를 앞두고 노 후보에게 물었다. 오늘의 인사는 누구에게, 어떤 마음으로 하는 것이냐고.

"저는 모든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든 다 자기 몫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당신께 정말 수고했다고, 당신이 누구여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인사하고 싶어요."

혐오정치와 정치 혐오가 맞붙는 시대에 노서영은 다정하게 싸우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도 강남역 출구 앞에서 인사한다. 당신과 우리의 안부를 묻기 위해.
 지난 28일 <오마이뉴스>가 노서영 기본소득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동행취재했다.
ⓒ 이진민
 지난 28일 <오마이뉴스>가 노서영 기본소득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동행취재했다. 해당 사진은 노 후보가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기본소득당 중앙당사에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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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오마이뉴스>가 노서영 기본소득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동행취재했다. 해당 사진은 노 출마예정자의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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