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고과도 노조 동의 받아라"…삼성바이오 전면 파업 사흘째

정동훈 2026. 5. 3. 10:2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일 부터 이어지는 파업에 손실 눈덩이
사측 "1500억 이상 이미 손실"
노측 "신규 채용·인사·M&A도 관여하겠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의 전면 파업이 3일로 셋째 날을 맞은 가운데, 노사 간 갈등이 임금 협상을 넘어 인사 및 경영권 개입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안에 대한 이견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노동조합이 단체협약 요구안에 신규 채용과 인수합병 등 회사의 핵심적인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포함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생산 차질과 노동조합 지도부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겹치면서, 이번 사태가 글로벌 위탁개발생산 시장에서 회사가 쌓아온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규채용·인사고과·인수합병도 노조 동의 받아라"

현재 노사 간 교섭을 가로막고 있는 쟁점 중 하나는 노동조합이 제시한 단체협약 요구안에 명시된 경영 관련 조항들이다. 노동조합은 신규 채용, 인사 고과 기준 설정, 그리고 향후 기업의 인수합병 등 중대한 경영 사안을 결정할 때 사전에 노동조합의 동의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과 업계에서는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자 책임 영역인 인사 및 경영권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 제약 산업은 시장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적재적소의 인재 채용과 유연한 조직 운영, 시의적절한 인수합병 전략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인사 및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보호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역할이지만, 채용이나 경영 전략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기업의 시장 대응력을 현저히 떨어뜨려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금 및 복지 관련 교섭 역시 양측의 입장 차이가 확연해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3월부터 총 열세 차례에 걸쳐 실무 교섭과 대표이사 면담을 진행하며 협상에 임해왔다. 회사는 현재 지불 여력을 고려해 기본급 6.2% 인상과 일시금 600만 원 지급이라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동조합 측은 기본급 14% 인상과 3000만 원의 격려금 지급을 요구하며 사측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양측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갈등은 결국 조업 중단이라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의 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 노동조합 깃발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당초 노동조합은 이달1일을 전면 파업 기일로 예고했으나,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부터 일부 공정에서 파업에 돌입했다. 이러한 일정 단축은 생산 현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의약품 제조 공정의 핵심 중 하나인 소분 공정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체 생산 라인의 흐름에 연쇄적인 차질이 빚어졌다.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상 엄격한 품질 관리와 납기 준수가 필수적인데, 하나의 공정이 멈추면 완제품 생산 일정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사측은 이번 일부 공정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금전적 손실 규모를 약 1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수주 산업의 특성상, 조업 중단이 길어질 경우 단기적인 매출 손실을 넘어 향후 신규 수주 등 미래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원장은 해외 여행 中…정부 중재도 노조 몽니에 무산

노조의 이러한 행보에 더해, 파업을 이끄는 지도부의 태도 역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면 파업을 선언하고 현장 상황을 진두지휘해야 할 노조위원장이 예정된 일정을 앞당겨 기습 파업을 단행한 뒤, 정작 파업이 진행되는 기간에 해외여행을 떠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회사에 막대한 경제적 영향이 발생하고 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조직의 수장이 자리를 비운 것을 두고, 노조 내부에서조차 "어불성설이다"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태 수습을 이끌어야 할 지도부의 도덕성 결여와 부재는 향후 교섭 재개와 문제 해결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중재 시도 역시 노조의 완강한 태도에 가로막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주관으로 열린 노사정 간담회에 위원장은 해외여행을 이유로 불참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노조 집행부는 "사측 교섭위원을 전원 교체하라"는 수용 불가능한 조건을 대화의 선결 과제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대화를 거부하기 위한 '몽니'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파업 중에도 노동부의 중재에 응한 것은 대화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의 일환이었다"며 "노조는 비상식적인 요구와 강압적인 파업 강요를 중단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대화 테이블로 즉각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