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독일 주둔 미군 5000명보다 더 많이 줄일 것”…균열 커지는 대서양 동맹
나토 “더 강력한 유럽으로 전환 지속”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 강화에 차질” 목소리
철군 ‘도미노’ 될 경우 주한미군에도 영향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독일 주둔 미군 병력 약 5000명을 철수하기로 하면서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본격화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예정된 감축이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유럽에서 독일 미군 기지가 중추적 역할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안보에 대한 타격이 우려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철수까지 예고하자 미국 내에서도 유럽 내 미군 감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기자들을 만나 독일 주둔 미군 감축에 대한 질문을 받자 “우리는 병력을 대폭 감축할 것이며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이 줄일 것”이라고 했다. 전날 미 국방부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독일에 주둔 중인 약 5000명의 병력 철수를 명령했다고 밝히며 “우리는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이내에 철수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국방부가 공식 발표한 병력 5000명 철수 이후에도 추가 감축도 검토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독일에는 미 유럽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 본부, 람슈타인 공군 기지 등 유럽 내 최대 규모의 미군 주둔지와 여러 대형 미군 기지가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독일에는 3만 6436명의 미군 병력이 배치돼 있다. 이 병력이 향후 3만1000명으로 약 14% 줄어드는 셈이다.
미국의 발표 이후 독일은 미국의 군사 지원을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병력을 철수할 것이라는 점은 예견된 일이었다”며 유럽이 이미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독일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2029년까지 유럽 최대의 재래식 군사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로 무기 조달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독일은 미국의 핵우산을 보완하기 위해 핵보유국인 프랑스와 유럽 자체 핵 억지 체계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5000명 감축은 트럼프 1기 당시인 2020년 7월 주독 미군 중 3분의 1인 약 1만20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가 무산된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나토 역시 성명을 내고 “이번 조정은 유럽이 국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공동 안보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분담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며 “더 강력한 나토 안에서 더 강력한 유럽으로 전환을 지속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억지력과 방위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서양 동맹의 갈등이 이어질 경우 유럽의 안보와 경제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은 유럽에 주둔한 8만5000명의 미군 병력의 중추적 거점이며 이곳의 촘촘한 기지 네트워크는 워싱턴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하며 특히 람슈타인 공군 기지에 대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이란에서의 미군 작전을 위한 핵심 물류 거점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엑스에 “대서양 공동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우리 동맹의 지속적인 해체”라며 “우리 모두는 이 재앙적 추세를 되돌리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적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감축은 러시아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배치될 예정이었던 토마호크 미사일 등 장거리 무기 배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감축은 트럼프가 이란 전쟁과 관련해 독일 정부를 비난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주독 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란 전쟁과 관련해 미국 전체가 이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발끈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 이후 유럽 동맹국들이 자신의 도움 요청을 사실상 거절한 것에 대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이번 병력 철수 결정이 미국의 안보에도 손해가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화당 소속인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과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유럽에서 미군의 전방 배치를 조기에 축소하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유럽 대륙에서 병력을 완전히 철수하기보다는 이 5000명의 미군을 동쪽으로 재배치해 유럽에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독일 주둔 미군을 시작으로 해외 미군 철수 ‘도미노’를 이어갈 경우 주한미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는 앞서 이란 전쟁 도중 기지 사용을 두고 갈등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도 미군 철수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다”며 “아마 감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북한을 상대로 한 한국 방어에 기여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란 전쟁에서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한 바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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