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단톡방보다 낫다”…Z세대 1시간마다 ‘2초 일상’ 찍는 이유

1시간마다 알림이 울린다. 단 2초짜리 영상을 주고받는다. 친구들끼리 꾸밈 없는 일상을 담는다는 조건에서다. 10·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애플리케이션(앱) ‘셋로그’의 사용법이다.
셋로그는 2~3초짜리의 짧은 영상을 찍어 실시간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방식의 소셜미디어(SNS)다. 3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하며 빠르게 이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화려함 빼고 솔직함은 더하고… “카톡 단톡방보다 낫다”
셋로그의 인기 비결은 화려한 연출이나 편집이 필요 없는 단순함이다. 취업준비생 유은비(26)씨는 “셋로그를 통해 친구들과 가감 없이 일상을 공유하다 보니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선 말이 줄었을 정도”라며 “가끔 하는 술자리 대화보다 더 솔직하고 자세하게 근황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유씨는 대학교 동기, 고등학교 동창 등 3개의 셋로그 방에 참여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이색적인 테마로 앱을 즐기기도 한다. ‘무지개 챌린지’처럼 친구들끼리 옷이나 사물의 색깔을 맞추거나, 먼저 업로드한 사람의 행동·몸짓을 따라하는 식이다. 이렇게 모인 영상을 엮어 하루치 단체 브이로그를 제작해 서로 소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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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형 SNS’ 피로감에 지친 Z세대… 소소한 일상으로 위안
전문가들은 셋로그의 흥행 이유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점점 ‘과시형 SNS’에 대한 피로감이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카카오톡이 프로필 변경 내역을 공개하는 업데이트를 했다가) 이용자의 근황이 다른 사람에게 원치 않게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이용자의 불만이 잇따른 적이 있다”며 “특정 범위의 사람과 일상을 나누고 싶은 심리가 셋로그 같은 ‘폐쇄형 SNS’를 찾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업계 종사자 한상현(27)씨는 “불규칙한 일상으로 옷도 편하게 입고 늦잠을 잘 때도 잦은데, 비슷하게 빈둥대는 친구들 모습을 보며 서로 위안을 받기도 한다”며 “가장 빛나는 순간만 공유해야할 것 같은 인스타그램 같은 기존 SNS와는 구별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꾸밈없는 일상 공유가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한 X(옛 트위터) 이용자는 “(다들 뭔가 하고 있는데) 나만 계속 방에 누워 ‘천장 뷰’만 찍어 올리는 게 머쓱했다. 괜히 커피도 사 오고 빨래라도 돌리면서 ‘갓생’을 살기 시작했다”며 앱의 순기능을 언급했다.
“1시간마다 일상 보고?”… ‘상호 감시’ 피로감과 개인정보 우려도

1시간마다 상황을 전달하는 형식이 일종의 ‘상호 감시망’같이 작동할 수 있다는 불만도 고개를 들고있다. 대학생 박지호(23)씨는 “신선해서 시작했는데 몇 주 하다 보니 일주일 패턴이 반복돼 이제는 의무감에 찍어 올릴 때도 많다”고 했다. 이전에 유사한 방식의 앱 ‘비리얼’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비리얼은 2020년 처음 출시되어 2022년 전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누적 다운로드 1억1천만회 이상을 올렸지만, 이후 이용자의 피로감 등 이유로 성장세가 멈췄다.

영상 공유에 따른 민감정보 수집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이용자는 SNS에 “혹시 모르니 민감한 정보는 올리지 마라. 개인정보를 잘 보호하고 있다는 기대 안 한다”는 글을 적었다. 셋로그 측은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그룹 멤버 외에는 누구도 영상과 메시지를 볼 수 없도록 설계했다”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일상이 노출되면서 본연 기능을 잃은 기존 SNS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인 간 관계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의도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찬우 기자 han.cha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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