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명이 빠지면 안 돼” 산길 걸어온 은사…李, 수학여행 진심인 이유

하준호 2026. 5.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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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선 학교의 현장체험학습 위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공론화 절차에 돌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학교에서 안전 문제로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풍조를 지적한 뒤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비판이 제기되자, 교사·학부모·전문가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공개적인 토론으로 수렴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 겸 제6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요새 소풍도 잘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간다고 한다.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아닌가”라며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단체 수업·활동에 문제가 있으면 교정하고, 안전 문제면 비용을 지원해 안전요원을 보강하든지, 선생님 수업이나 관리에 부담이 생기면 추가 인력을 채용해 데리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저도 학교 다닐 때 좋은 추억만 있는 건 아닌데, 초등학교 5학년 때 경주 수학여행 간 게 평생의 기억으로 남아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운 것도 참 많다”며 “이게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한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건데,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혹시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같은 날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가 이 같은 발언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면서 논란이 일었다. 전교조는 “현장체험학습 위축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고 있어 심히 우려를 표한다”며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사고 발생 시 모든 법적 책임을 교사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체험학습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 발언에 관해 “현장학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로부터 교사를 두텁게 보호하고, 교원이 가진 과중한 업무로부터 본연의 의무를 보장해 주자는 게 대통령 말씀에 부합한다”고 부연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이 대통령은 학교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해 교사, 학부모, 전문가 등 각계각층 의견을 공개적 토론 과정을 통해 수렴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말한 것처럼 이 대통령은 경북 안동 삼계초교 재학 시절 다녀온 경주 수학여행에 관해 각별한 추억을 갖고 있다. 13살 나이에 경기도 성남으로 이주해 소년공 생활을 한 이 대통령에겐 유일한 학창시절인 데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수학여행이라는 단체 활동에서 열외가 되는 일이 없도록 배려했던 초교 시절 은사에 관한 기억 때문이다.

이 대통령 인터뷰 등을 토대로 그의 일대기를 다룬 책 『인간 이재명』에는 당시 일화가 자세히 적혀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초교 5학년 때 수학여행 참여 여부를 묻는 가정통신문을 받아들고 홀로 힘겹게 가족을 부양하는 어머니 걱정에 스스로 ‘X’를 적어 제출했다. 이를 본 담임선생님이 2시간이 소요되는 산길을 걸어 도촌리 산골 지통마을에 있던 이 대통령의 집까지 찾아와 “모두가 가는 수학여행인데 재명이만 빠지면 안 된다. 수학여행비는 어떻게든 해결해보겠다”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당시 수학여행비는 1300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유일한 학창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는 경북 안동 예안면 삼계리 월곡초 삼계분교장(옛 삼계초교)의 지난해 3월 19일의 모습. 삼계분교는 지난해 9월 월곡초에 흡수되면서 폐교했다. 안동=하준호 기자


이후 학교는 이 대통령에게 학교에 딸린 밭의 돌을 골라내는 일을 시켰다. 당시 교장 선생님은 일당으로 200원을 줬고, 이 대통령은 이 돈을 모아 수학여행비를 댈 수 있었다. 수학여행을 앞둔 이 대통령에게 어머니는 운동화를 사줬다. 이 대통령은 1980년 1월 9일 일기장에 당시를 “수학여행 간다고 학교에서 우리 집에 선생님이 찾아오셨다(난 못 간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날 몇 시간 동안 이야기하다가 결국은 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운동화를 신어봤다. 신발이 닳을까 봐 구석에 몰래 숨겨 놓고 신었다”고 회고했다.(『이재명의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

이 대통령은 6학년 때 담임선생님과도 특별한 기억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은 반 친구들이 선생님을 위해 과일 등 선물을 마련한 사은회에 돈을 내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선생님의 권유에도 과일을 먹지 않다가 아무도 없는 사이에 몰래 훔쳐 먹었다. 선생님은 이런 이 대통령을 크게 혼낸 뒤 같은 과일을 사다줬고, 이때의 경험으로 이 대통령은 잠시나마 교사라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품었다. 당시 선생님이었던 박병기(74)씨와는 지난 대선 당시 안동 유세 때 재회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1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북 안동시 웅부공원에서 유세하기 전 삼계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었던 은사 박병기(당시 73)씨로부터 성적표 패널을 받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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