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커피는 동서식품, 캡슐은 네슬레?…스타벅스 로고의 진실[맛잘알X파일]

정현진 2026. 5. 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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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 얼굴 담긴 초록 동그라미 로고
스타벅스 본사, 제품마다 국내 판매사 달리해
매장은 이마트 자회사 에스씨케이컴퍼니 운영
RTD는 동서식품, 캡슐커피는 네슬레코리아

"날이 더워졌잖아요. 목이 말라서 편의점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하나 사서 마셨거든요? 그러다가 커피 뒷면을 보게 됐는데 동서식품이 적혀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스타벅스 커피인 건가요, 동서식품 커피인 건가요?"

직장인 김다은 씨(가명·33)는 최근 스타벅스 로고가 있는 시원한 병 커피를 편의점에서 구매하다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스타벅스 최상위 등급 '골드' 회원인 그는 출근할 때마다 커피 한 잔 사 마시는 걸 즐기고 텀블러도 시즌마다 매장에서 구입하곤 합니다. 스타벅스 충성 고객층인데요. 그런 그가 편의점에서 초록빛 로고를 보고 산 커피에는 예상을 벗어난 제조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의 얼굴이 담긴 초록 동그라미 로고는 그야말로 한국에서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로고는 전국 매장은 물론 마트나 편의점, 집 한 켠의 홈 카페에도 자리를 잡곤 하는데요. 이번 맛잘알X파일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스타벅스 로고에 담긴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스타벅스 로고가 다양한 기업을 거쳐 어떻게 제품 패키지에 붙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지 파헤쳐보겠습니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제품은 형태에 따라 국내 판매 주체가 달라집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스타벅스 매장은 에스씨케이컴퍼니가 운영하고요.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병이나 캔 등에 담긴 즉석음용음료(RTD·Ready To Drink) 커피 제품은 동서식품이 제조합니다. 집에서 커피머신으로 손쉽게 내려 먹을 수 있는 캡슐 커피나 드립백 제품은 네슬레코리아가 담당합니다.

길에서 본 스타벅스 매장…이마트가 최대주주

우선 흔히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스타벅스 매장이 있죠. 스타벅스의 국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에스씨케이컴퍼니는 이마트가 지분 67.5%를 가진 국내 기업입니다. 2021년 이마트가 기존 지분 50%에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지분 17.5%를 추가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달라졌는데요. 같은 해에 기존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사명을 바꿨습니다.

에스씨케이컴퍼니는 스타벅스 본사와 브랜드와 로고, 레시피, 매장 운영 시스템 등에 대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매장 개발 및 운영에 관한 계약'과 '상표 및 기술 사용 계약'을 맺고 있으며 "이 계약에 따라 순매출액의 일정률에 상응하는 금액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정확한 로열티 비율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상당액을 미국 본사에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연합뉴스

폭넓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에스씨케이컴퍼니는 경영상의 결정 대부분을 직접 내릴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커피를 비롯한 음료와 함께 각종 빵 등 음식과 텀블러 등 굿즈를 판매하고 있죠. 매장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에스씨케이컴퍼니가 직접 기획해 여러 제조사와 계약을 맺고 유통하고 있습니다. 커피를 비롯한 매장에서 제조하는 음료의 레시피도 에스씨케이컴퍼니 내 음료 담당 부서에서 만들고요. 주스 등 병 제품도 기획은 에스씨케이컴퍼니에서, 제조는 계약 맺은 음료 제조업체에서 이뤄집니다. 일부 빵 제품은 이마트 완전 자회사인 에스씨케이컴퍼니가 '형제' 격인 신세계푸드와 계약 맺고 납품받아 판매하기도 합니다.

편의점서 접하는 스타벅스…동서식품이 등장한 배경

그렇다면 동서식품은 어째서 스타벅스 로고와 함께 등장한 걸까요? 동서식품은 2005년부터 스타벅스 미국 본사와 계약을 맺고 국내 RTD 제품 판매를 맡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는 세계 각국의 음료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고 RTD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음료 제조 공장을 보유한 현지 업체와 계약을 맺는 식이죠. 동서식품은 커피믹스인 맥심과 카누, 캔 커피 맥심 티오피 등 다양한 커피 음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입맛을 꽉 잡고 있는 동서식품이 RTD 제품 제조에 적절하다고 판단한 스타벅스가 20년 이상 계약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죠. 로고를 붙이는 값으로 로열티, 라이선스 비용도 치릅니다.

동시에 스타벅스 냉장 컵 커피 제품은 서울우유가 동서식품과 계약을 맺고 담당하고 있습니다. 상온 커피 제품을 주력으로 해온 동서식품 대신 우유 제조시설과 콜드체인을 보유한 서울우유가 역할을 대행하는 것이죠.

동서식품이 제조해 판매 중인 스타벅스 RTD 제품이 서울의 한 편의점에 진열돼 있다. 정현진 기자

다만 동서식품과 스타벅스의 계약 관계는 스타벅스 매장을 운영하는 에스씨케이컴퍼니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 제품을 제조, 유통한다고 해서 동서식품이 스타벅스 커피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품 레시피는 모두 스타벅스 본사에서 결정합니다. 스타벅스 매장 커피와 동일하게 100% 아라비카 원두를 활용합니다. 로고가 담기는 패키지나 관련 보도자료를 내는 것마저 스타벅스 본사가 결정합니다. 일부 국내 시장 트렌드에 맞춰 내놓는 특화 제품 정도만 동서식품이 함께 참여해 레시피를 제작한다고 합니다.

스타벅스 제품은 프로모션을 진행하더라도 본사나 아시아 지사의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스타벅스 RTD 제품에 대해선 가격 프로모션은 진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브랜드 가치를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서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1' 프로모션이나 가격 할인 등 가격 관련 정책은 펼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 판매가 어렵다 보니 가성비 측면에서 밀리고 물량도 붐업시킬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스타벅스 로고가 눈에 띄다 보니 스타벅스 브랜드에 로열티 있는 소비자가 꽤 찾는 편"이라고 합니다.

매장서 못사는 스타벅스 커피 캡슐…이유는?

스타벅스 로고가 찍힌 또 다른 제품인 캡슐 커피나 드립백도 국내에서 활발히 판매 중인데요. 쿠팡이나 컬리 등 각종 유통 채널에 속속 들어가 있죠. 이 제품도 스타벅스 매장을 운영하는 에스씨케이컴퍼니가 생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캡슐 커피에 일가견이 있는 네스프레소 브랜드 보유한 네슬레의 한국 법인인 네슬레코리아가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오픈한 서울 성수동 네스프레소 팝업공간에 배치된 스타벅스 바이 네스프레소 포 버츄오 제품. 정현진 기자

2018년 스타벅스 본사와 네슬레 본사가 71억5000만달러(약 10조5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커피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네슬레는 매장 밖에서 캡슐 등 스타벅스 커피 제품을 팔 수 있게 됐는데요. 캡슐 커피나 드립백도 RTD 제품과 마찬가지로 스타벅스가 직접 기획해 네슬레가 제조한다고 합니다. 이 제품들도 스타벅스 매장에서 사용하는 아라비카 원두를 100% 활용, 스타벅스 로스팅 기법을 사용해 제작된다고 합니다. 맛의 일관성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겁니다.

이렇게 제작해 수입한 캡슐 등 제품은 한때 네슬레코리아가 유통해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판매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판매가 중단됐고, 현재는 스타벅스 매장에선 이 제품을 구매할 수가 없습니다. 스타벅스 앱이나 홈페이지에서도 이 제품은 판매하고 있지 않아요. 네슬레가 운영하는 '스타벅스앳홈'이나 네스프레소 홈페이지에 들어가야 구매가 가능합니다. 마트 등 스타벅스 로고가 찍힌 캡슐 커피의 오프라인 판매는 국내 유통망을 보유한 농심이 지난 3월 네슬레코리아와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해 맡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로고 찍힌 제품에 정말 다양한 기업이 연결돼 있는데요. 이렇게 유통된 스타벅스 커피 맛은 동일할까요? 업계에서는 "매장에서 곧바로 내린 커피와 각종 공정을 거쳐서 만들어야 하는 RTD나 캡슐 커피는 맛이 같기는 어렵다"고 평가합니다. 최종 판단은 소비자들의 몫일 겁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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