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비주얼을 만든 작가들을 만났다

가장 낮은 곳에서 세계의 정점에 서기까지. 〈나 혼자만 레벨업〉이 일궈낸 궤적은 거대한 현대 신화가 됐다. 그 서사의 중심에는 레드아이스 스튜디오가 설계한 압도적 비주얼 공식 그리고 지금은 별이 된 작가 고(故) 장성락(Dubu)이 남긴 미학의 힘이 있다. 그의 감성은 이 작품을 흔한 성장 판타지의 범주에 가두지 않는다. 검은 그림자와 푸른 광휘가 충돌하는 찰나, 폭발적인 속도감으로 전개되는 액션, 고독한 침묵 속에서 완성되는 주인공 성진우의 서늘한 얼굴은 한 존재의 진화를 독자의 망막과 정서에 완벽히 각인된다.
우리가 성진우에게 몰입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장 보잘것없는 약자가 자신만의 시스템을 통과하며 세계의 인과율을 다시 써 내려가는 과정. 그 납작했던 존재감이 절대 위엄으로 뒤집히는 순간은 쾌감을 넘어선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그저 강해지는 남자의 연대기가 아니다. 자기 운명의 규칙을 스스로 재정의하는 이야기, 고(故) 장성락을 이어 작화 작가 ‘디사이플스(Disciples)’와 채색 작가 ‘지쳐버린 듀공’이 남긴 눈부신 이미지의 파편 속에서 웅장한 신화가 완성하기까지의 기록이다.

Q : 원작 웹소설을 기반으로 각색된 〈나 혼자만 레벨업〉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액션 비중이 높은 장면을 밀도 있게, 판타지답게 연출했다. 이 비주얼은 어디서 기인하나
A : DISCIPLES 시기마다 조금씩 다르다. 언제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피어나는 흥미 요소나 관심 매체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인상 깊었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속 캐릭터 이미지를 떠올리고 거기에 나만의 해석을 더해 캐릭터를 만든다. 특히 감정 표현이 중요한 장면에서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다양한 매체를 참고하면서, 그 안에서 좋은 요소를 조합하는 편이다.

Q : ‘지쳐버린 듀공’은 작품 채색을 담당한다. 채색은 인물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겠다
A : 지쳐버린 듀공 작업하기 전,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조명 연출을 참고한다. 장면의 전체적인 무드를 설정하기 위해서다. 채색 작가지만, 단순히 색을 채우는 게 아니라, 선화 속 인물의 표정과 심리에 맞춰 색조와 명도를 세밀하게 동기화하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Q : 고독하고 나약했던, 맨땅에서 세계 최고의 헌터로 성장하는 성진우의 여정을 보며 독자들도 묘한 희열을 느낀다. 현실에서 탈주하고픈 욕망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인물의 여정을 통해 없던 감정을 되찾기도 했나
A : 지쳐버린 듀공 그렇다. 사실 초반에 실력적인 한계와 채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 크게 좌절했다. 심리적으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성진우를 보며 마음을 다잡고, 부족한 부분을 한 단계씩 채워 나갔다. 정말 고통스러웠던 과정이 결국 나를 성장시켰고, 지금은 그 치열했던 시간이 내 작업의 자산이자 동력이 됐다. DISCIPLES 마찬가지다. 가장 크게 감각한 감정은 통쾌함이다. 성진우가 치열한 사투 끝에 성장해 가는 과정 자체가 카타르시스였다. 작품에 몰입하다 보니 해야 할 일이 있어도 스크롤을 못 멈추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고(웃음). 그만큼 강한 흡입력이 있었고, 성진우의 여정을 보며 나 역시 이렇게 시원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솟아났다.

Q : 오랜 기간 연재한 두 사람의 삶에 성진우가 깊게 배여 있는 것 같다. 삶의 동력일 수밖에 없겠다
A : 지쳐버린 듀공 성진우가 끊임없는 시련을 통해 ‘국가권력급’으로 각성했듯, 나도 그 치열한 시간을 성진우와 함께 거치며 채색 작가로서 단단해질 수 있었으니까. 이 인물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힘이 결과물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몸소 체험한 셈이다. DISCIPLES 한계를 두지 않고 고난을 통해 성장해 가는 성진우의 모습은 우리 삶과 많이 닮았다. 그런 점에서 이 인물에 깊게 공감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본편 그림 작가였던 장성락 님과 작업자들이 그 감정을 잘 표현해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진우가 내 인생에 큰 영감을 주는 인물이라는 사실은 오랫동안 변함없을 것 같다.
Q : 인물을 묘사할 때, 작가로서 강박적으로 섬세하게 그리는 부위나 꽂히는 부분이 있을까? 특히 액션 효과가 많은 장르적 특성도 고려해야 할 텐데
A : DISCIPLES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연기’가 가장 중요하고, 섬세하게 그리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연기는 단순히 인물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배경과 인물 배치, 동작의 개연성 등 기본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한다. 여기에 캐릭터의 성격에 맞는 손짓과 몸짓 같은 제스처를 더하되, 과하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쳐버린 듀공 그림 작가 님의 말에 동의한다. 채색은 시각적 서사의 완성이다. 때문에 화려한 묘사에 치중하기보다 전체적인 조명과 색조가 인물 표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함으로써 독자가 인물의 내면을 읽어낼 수 있도록 몰입감을 구현하는 데 비중을 둔다.

Q : 〈나 혼자만 레벨업〉은 약 3년간 본편을 연재했고, 완결 이후 선보인 외전도 마무리됐다. 완결과 함께 비로소 성진우를 떠나보냈을 때 밀려든 감정은
A : DISCIPLES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느꼈던 시기와 이 작품의 외전 연재가 겹쳤다. 개인적으로 이 외전을 완결한다는 건 굉장히 큰 관문이었다. 완결을 마쳤을 때는 거대한 벽을 넘은 기분이었고, 값진 경험으로 남았다. 한편으론 성진우의 이야기가 끝났다는 아쉬움과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했다. 지쳐버린 듀공 공감한다. 가장 부족했던 시절부터 함께하며 나를 좌절시키기도, 성장시키기도 했던 캐릭터였기에 그를 보내는 마음이 각별했다. 장성락 작가 님부터 디사이플스(Disciples) 작가 님, 레드아이스 스튜디오 팀이 함께 울고 웃고, 사선을 넘으며 체득한 건 딱 두 가지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단단한 결속력. 이 두 가지는 언제나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 같다. 무엇보다 성진우가 남긴 에너지는 나의 다음 레벨업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웃음).
Q : 〈나 혼자만 레벨업〉은 곧 드라마로 확장될 예정이다. 영상화 소식을 들었을 때 느낀 감정은
A : 지쳐버린 듀공 내가 정성껏 입힌 색채에 숨결과 움직임이 더해진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벅차다. DISCIPLES 팬으로서는 영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화 소식에 큰 설렘을 느꼈고, 장성락 작가 님께 배운 사람으로서 언젠가 나도 애니메이션화와 영상화가 이뤄질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Q : 현실과 비현실 사이, 앞으로 또 다른 세계를 만든다면 어떤 욕망을 가장 먼저 그려보고 싶나
A : DISCIPLES 중세 판타지 소년 만화에 도전해 보고 싶다.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우정과 유대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긴 여정과 모험을 그려내는 작품에 대한 욕구가 있다. 지쳐버린 듀공 SF 장르를 꿈꿔 본다. 거대한 세계관을 다루는 만큼 긴 여정이 되겠지만 천천히 준비해서 〈나 혼자만 레벨업〉처럼 몰입감이 강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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