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 ‘총격’ 헤드라인 일상…트럼프 2기, 정치가 전쟁 됐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행사장에서 총성이 울렸다. 순식간에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비밀경호원들은 즉각 단상으로 달려가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를 둘러싼 뒤 신속히 행사장을 벗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격 위협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24년 7월 대선 유세 기간 중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발생한 총격, 같은 해 9월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 골프장에서의 총격 테러 미수에 이은 것이다.
주요 외신 헤드라인에서 미국 정치와 관련해 ‘피습’ ‘총격’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표적은 대통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9월에는 공화당·우파 성향의 청년 보수 운동가 찰리 커크가 유타밸리대학교 연설 도중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같은 해 4월에는 민주당 잠룡 중 하나로 거론되는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관저에 화염병이 투척됐고, 6월에는 미네소타주에서 민주당 소속 주의원과 배우자가 총격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7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에서 정부 기관 및 인사를 겨냥한 공격과 테러 모의가 20건으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이 중 극좌 성향이 10건, 극우 성향이 8건으로 분류됐다.
로버트 페이프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인들이 정치에서의 폭력 사용에 대해 점차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념적 상대를 물리적으로 공격하거나 심지어 살해하는 생각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는 우리 생애 가장 위험한 선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전문가를 인용해 “상대 진영에 대한 분노를 부추겨 수익을 창출하는 ‘갈등 사업가’로 가득 찬 유해한 정보 환경”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활동하는 좌우 진영 ‘스피커’들이 상호 비난을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대중의 인식과 감정이 함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 총격 사건 이후에도 SNS에서는 상대 진영을 향한 비난 공세가 이어졌다. 이번 총격 사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고 백악관 연회장 건설 등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이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민주당을 총격 사건 배후로 몰아세우는 주장이 쏟아졌다. 페이프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존재가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 내 과격한 수사(레토릭)가 확산되면서 지지층 역시 그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NBC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요 정치 폭력 사건의 원인을 ‘극단적인 정치적 수사’로 보는 비율은 2011년 24%에서 2024년 54% 그리고 지난해 61%까지 증가했다. 특히 찰리 커크 사망 사건에서는 민주당 지지자의 54%, 공화당 지지자의 73%가 정치적 수사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CNN은 “양 진영 모두 그 책임을 상대 진영의 발언에 돌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미국은 서로를 위험한 수사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그 수사가 실제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믿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는 긴장을 완화하기는커녕 정치가 점점 더 어두운 방향으로 치닫게 만드는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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