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드가 돌연 꺼낸 이름 ‘M’…이란전 발단 ‘스파이 보트’ 실체

이근평 2026. 5. 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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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8일 이탈리아 북부의 휴양지 마조레 호수. 수면 위로 돌풍이 몰아쳐 관광용 보트 한 척이 전복됐다. 승객 21명과 승무원 2명이 탑승한 이 배에서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겉보기엔 평범한 관광객들이 참변을 당한 것 같았다. 정원 초과 등 안전 불감증이 원인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탈리아 경찰과 소방대가 2023년 5월 29일 마조레 호수에서 발생한 관광용 보트 침몰 사고의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관광 참변인 줄 알았는데…드러난 스파이 보트의 실체


하지만 시신들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사고 발생 수일 뒤 현지 언론은 사망자 4명 중 2명이 이탈리아 현직 정보요원이었고 한 명은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의 전직 요원이었다고 보도했다. 나머지 한 명은 배를 몬 선장의 러시아인 아내였다. 승객 중 13명이 모사드의 전·현직 요원이었고 8명은 이탈리아 정보기관 요원이었다는 구체적인 보도도 나왔다.

양국 요원들은 사고 전날 만나 정보와 문서를 교환한 뒤 헤어질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이스라엘 요원들이 귀국 비행기를 놓치면서 체류 기간이 연장됐고 예정에 없던 마조레 호수 관광이 추진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단순 친목 모임이 아닌, 작전 수행 중 벌어진 사고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양국 정부가 철저한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사건은 점점 잊혀갔다.


3년 만에 소환된 코드명 'M'…이란전 타격의 밑그림


3년 후 이 사건은 이스라엘에서 다시 떠올랐다. 사망자의 신원을 유추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 당국이 직접 화두를 던졌다. 이란전쟁의 전시 상황에서 자국 정보기관의 막후 역할을 부각하고 협상보다 대이란 강경 기조를 뒷받침하려는 고도의 기획으로 풀이된다.
데이비드 바르네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 AFP=연합뉴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데이비드 바르네아 모사드 국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충일 추모식에서 “코드명 'M'으로 불린 요원이 국경 밖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전사했다”며 “그가 이끈 공작은 대(對)이란 작전의 성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M이 창의성, 정교한 기만전술, 첨단 기술을 결합한 공작을 펼쳤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바르네아 국장은 요원의 실명이나 정확한 사망 장소를 명시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언론들은 M을 마조레 호수의 사망자와 연관 지었다.

그러자 사건의 맥락이 재해석됐다.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은 즉흥적인 무력 과시가 아니라 모사드 요원들의 헌신과 수년에 걸친 물밑 작업이 함께 빚어낸 결과물로 읽혔다. 실제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이들 요원이 이란의 대량살상무기 입수를 막는 임무를 수행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휴전 연장한 그날…모사드 전·현직 수장의 역할 분담


바르네아 국장의 발언 시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해당 발언이 나온 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외교적 해법을 찾겠다는 유화 기조로 해석됐다.
요시 코헨 모사드 전 국장.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M의 이름을 꺼낸 건 이에 대한 맞대응일 수 있다. 전날인 20일 요시 코헨 전 모사드 국장은 “어떤 합의나 휴전도 이란의 근본적 야망을 바꾸지 못한다”며 미국의 대화 재개 움직임에 정면으로 회의론을 제기했다. 전직 수장이 협상 무용론을 띄우자 다음 날 현직 수장이 과거의 비밀 공작 성과를 언급한 것이다. 휴전 상황에서도 대이란 강경 기조를 강조하기 위해 역할 분담에 나섰고, 이 같은 외교전에서 M을 다시 끌어낸 것 아니냐는 의미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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