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지로 포차’ 나타난 벤츠…콧대 높은 수입차 ‘K마케팅’ 톡톡 튄다
포장마차와 노래방, 커피숍 간판이 번쩍이는 서울의 밤거리. 삼각별 엠블럼을 단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벤츠의 전기차 ‘디 올 뉴 일렉트릭 C클래스’가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80여명의 기자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지난 4월 20일 서울 성동구 복합문화공간 XYZ에서 열린 행사는 벤츠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신차 세계 최초 공개 행사)였다. 이날 행사가 특히 주목받은 건 한글 간판이 가득한 밤거리 풍경을 배경으로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벤츠 독일 본사에서 온 임원들은 무대 한쪽에 재현된 한국식 포차 테이블에 앉아 소주잔을 들고 새로운 차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무대는 한국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독일 본사 측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벤츠 관계자는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세계 곳곳의 젊은 고객층을 위해 전통문화보다 홍대나 을지로 같은 거리 문화를 무대에 올리자고 계획했다”며 “‘힙지로’라고 불리는 을지로 호프 거리를 본떠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전동화 C클래스의 핵심 타깃인 젊은층에게는 한글 간판이 가득한 거리 풍경이 유행에 앞서가는 트렌디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에 ‘K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전엔 수입차가 독일, 일본 등 브랜드 출생지 문화를 강조했다면 최근엔 한국 문화와 융합을 내세우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K마케팅에 힘쓰는 이유는 시장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침체기인데도 한국은 수입차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어 완성차 업체들이 가장 주목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렉서스는 최근 렉서스를 타고 경주를 찾아 박물관 도슨트(전시물 설명) 투어를 하고 교동법주를 체험해보는 문화 행사를 기획했다. 지난해엔 서촌 문화체험을 하는 ‘서촌풍류’ 행사를 열기도 했다. 렉서스 관계자는 “한국 전통과 현대 문화, 아웃도어와 럭셔리를 연결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BMW는 지난해 미니코리아 20주년을 맞아 한국적 요소를 담은 ‘미니 JCW 어센틱스’ 한정 모델을 선보였다. 특히 미니 특유의 엠블럼에 빨간색과 파란색의 태극 문양 색을 입혔고 영어 대신 ‘미니 이십(20)’이라는 한글을 써넣었다. BMW 관계자는 “브랜드의 상징인 엠블럼을 바꾸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BMW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엠블럼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콧대 높은 럭셔리카 브랜드들도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르쉐는 2024년 한국의 디자인 요소를 활용한 ‘타이칸 터보 K에디션’ 한정판을 내놨다. 타이칸이라는 이름을 한글로 표기한 인장 디자인을 사용했고 광화문, 서울타워 등을 중심으로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선으로 표현해 차량 곳곳에 도입했다.
포르쉐는 올해 초 한국 고객만을 위한 ‘파나메라 레드’ 한정판을 내놓기도 했다. 페라리도 연초 한국적 디자인 요소를 담은 ‘12칠린드리 테일러메이드’를 선보였다. 한국의 예술가 4명과 협업해 고려청자와 서울의 네온사인에서 영감을 얻은 색을 사용했고 말총 공예와 옻칠 기법을 곳곳에 적용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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