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당국 골칫거리가 된 ‘가상자산’ 논란

신준섭 2026. 5. 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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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수단 악용 우려 여전
압류한 자산 관리도 쉽지 않아
전문가들 “지금은 ‘과도기’”

금융 생태계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은 가상자산이 규제 당국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일단 탈세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전통적인 자산과 달리 해외 반출이 손쉬운데다 추적하기도 까다로운 탓이다.

범죄 수익이나 세금 추징 차원에서 가상자산을 몰수해 보관하는 일도 만만찮기는 매한가지다. 정부가 방지 대책을 세웠지만 공직자들에게서는 관리 업무를 기피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의를 기울여도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길 수 있고 감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과도기’가 공직 사회를 괴롭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까다로운 가상자산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가상자산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자칫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지점이기도 하다.

수익을 가상자산으로 수취해 소득을 은닉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3일 세정 당국에 따르면 에어비앤비에 숙소를 올린 숙박 사업자가 탈세를 자행한 사례가 보고됐다.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는 고객이 숙박 시설 예약·결제를 하면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를 숙소 제공자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이 경우 숙소 제공자의 소득 확인이 손쉽지만 ‘장외 거래’를 하게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숙소 제공자가 투숙객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숙소를 제공하되, 대금은 가상자산으로 달라고 유도하는 경우다. 7채의 숙소를 운용하는 한 사업자는 3억원의 수익액 중 1억원을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USDT)로 수령했다. 이후 해외 거래소를 통해 콜드 월렛(암호화폐 지갑)으로 옮겼다. 국세청이 확인하기 어렵고 과세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는 행위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급여를 달라는 최근 수요들도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법적 통화 지급을 원칙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그럼에도 실제 사례가 나온다. 지난해 충북 음성군 한 자동차 부품 공장의 지급 사례가 대표적이다. 환차손도 적고 송금도 쉽다는 게 이유다. 문제는 이 경우 환율을 감안한 소득세 징수가 쉽지 않다. 고용보험료 등 4대 보험 지출 역시 사측 입장에선 복잡하기 그지없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며 “상당히 많은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리도 쉽지 않아
정부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일 자체도 쉽지 않다. 최근 검찰과 경찰, 국세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상자산 관리 문제가 불거졌다. 광주지검에서는 지난 1월 대법원 판결로 몰수한 비트코인 320.88개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몰수분을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에 접속한 게 문제였다. 서울 강남경찰서에서는 지난 2월 보관 중인 비트코인 22개가 유출된 사실을 4년 만에 파악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최근 보안카드 격인 ‘니모닉 코드’ 유출로 홍역을 앓았다. 현금화가 힘든 코인이라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공공분야 가상자산 보유·관리 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6일 기준 국세청(521억원), 검찰청(234억원), 경찰청(22억원), 관세청(3억원)의 가상자산을 압류·추징해 보유 중안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하지만 이 역시 허점이 있다는 평가다. 담당 인력이 문제다. 정부 관계자는 “공직자들이 혹시나 책임 소재가 생길까봐 해당 업무를 담당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그나마 국세청의 경우 최근 가동한 가상자산 관련 관리체계 고도화 태스크포스를 통해 위탁 관리라는 방식을 채택하기로 하면서 이 문제 해법을 찾았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과도기로 평가했다. 황 교수는 “범죄나 탈세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상당 부분 갖춰졌지만, 당분간은 과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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