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주문했더니, 의심스러운 5가지를 짚었다 [썼으면 고쳐야지]
시민기자가 쓴 글을 매일 고치고 다듬는 사람의 이야기. 인공지능(AI)이 쓰고 고치는 시대에, 인간이 쓰고 고치는 마음을 찬찬히 담아 봅니다. <기자말>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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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
| ⓒ 오마이뉴스 |
보는 방법을 달리한다는 건, 컴퓨터(PC)로 썼으면 핸드폰으로도 보고 태블릿으로도 보라는 말이고(출력해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웬만해서 그런 일은 없는 듯하다, 라고 썼는데 얼마 전에 출력해서 봤다, 긴 내용을 줄이는 데는 출력도 괜찮은 방법이다). 어느 글쓰기 모임에서는 낭독하고 합평하면서 자연스럽게 글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고 들었다.
편집기자의 눈으로 원고 보는 법
허나, 그냥 읽는 것만으로는 내면의 편집자를 만들 수 없다. 인공지능(AI)에게 묻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다음은 그럴 때 필요한 체크리스트로 정리해 본 내용.
1. 숫자 표기에 오류는 없나. 계산, 수치 확인 필요.
2. 이름 등의 고유명사, 날짜를 맞게 썼나. 의외로 책 제목, 저자 이름, 전시회 타이틀, 작가 이름, 일정, 지명을 틀리는 경우가 많다.
3. 시점이 일치하는가. 어제, 오늘, 내일, 지난주, 이번 주, 지난달, 이번 달이라는 표기를 많이 쓰는데 그냥 날짜를 언급하는 것이 좋다. 2026년도 4월 29일 이렇게.
4. 나의 경험이 구체적으로 담겼는가. 원고에서 두루뭉술한 표현을 찾아보고(경험하지 않아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혹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미문에 집착한 경우도 해당한다) 독자가 공감할 수 있게 좀 더 뾰족하게 다듬는 연습이 필요하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
5. 정확히 출처를 밝혔는가. 내 글에 필요한 내용을 인용하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그렇지 않다면 독서를 왜 하겠는가. 알맞은 곳에 정확히 인용하되 그를 둘러싼 내 생각을 충분히 밝히는 게 좋다. 인용이라면 문장 확인을 다시 한번, 쪽지 페이지 언급까지 신경 쓰자.
6. 내가 아는 걸 독자도 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내용은 없나. 내 연령대가 아닌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인지, 나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지 등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을 충분히 해야 나를 모르는 독자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7. 사실에 입각한 내용인가. 글을 위해 사실을 부풀리거나, 꾸며내거나, 축소하거나, 왜곡하지 않았는가.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봤는가.
스스로에게 하는 이런 질문은 형태를 바꾸어 AI 프롬프트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이렇게,
Q. 이 글은 사실을 전제로 썼지만 맥락상 구멍이 보이는 부분이나 의심 나는 대목이 있으면 알려줘. 좋다는 식의 칭찬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나를 모르는 사람도 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썼는지 봐주고 의견을 참고해서 내가 반영할 수 있게 검토 의견을 주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Q. 독자가 읽기에 '불친절한' 대목이나 내가 의도치 않게 정보를 감춰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알려줘.
Q. 내 경험을 충분히 구체적으로 썼다고 생각하는데, 직접 경험하고 쓴 것 같아 보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알려줘.
잘 알겠지만 프롬프트는 어떤 AI를 쓰느냐에 따라(유료 포함) 또 작성자의 취향이나 관점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위 내용은 그저 참고할 만한 수준이지 정답은 아니다. 글을 발행하는 매체의 성격과 쓰는 글의 종류에 맞게 나라면 어떤 질문을 통해 글을 더 나은 방향으로 다듬을 수 있을지 좀 더 면밀하게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하다.
AI는 모르는 의심과 심증
이날 AI와의 대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심증'이었다. AI는 데이터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화되지 않은 진실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시민기자에게 물었던 '직장인이라고 했는데 평일 낮에 도서관에 있던 게 맞느냐' 같은 질문을 AI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심증을 갖고 의심하고 확인하는 것은 내가 일을 하면서 나만의 데이터를 쌓아왔기 때문이라고.
그런가? 작은 테스트를 해봤다. 원문을 주고 '편집기자의 눈으로 엄격하게, 아부를 버리고 팩트와 맥락에 집중해서 글의 구멍을 찾아보라'고 주문했다. 아래는 내가 실제로 원문을 검토한 뒤 시민기자에게 쪽지를 보내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글이다.
저는 그간 기사를 보고 아직 현직 간호사로 일하고 계신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요? 주말에 도서관에 가신 뒤 쓴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사 본문에 '평일 낮 도서관의 주인은 단연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어른들이다'라고 해서 좀 헷갈리네요. 방문 날짜가 주말인지, 평일인지, 퇴직하고 평일에도 다닌다는 건지 알려주시면 검토에 참고하겠습니다.
AI는 어땠을까. 실제와 맥락에서 의심스러운 대목을 5가지 짚었다. 시점의 모순(평일-주말)을 지적한 건 나와 같았다. 어느 도서관인지, 무엇을 공부했는지, 동행인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아쉬움, 메시지의 진부함을 말했지만 실제 내가 반영하고 싶은 내용은 아니었다. 없어도 글의 내용,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어서다.
AI가 지적한 내용을 다 반영할 것인가, 50%만 반영할 것인가, 10%만 반영할 것인가, 반영하지 않을 것인가는 글쓴이가 정해야 한다. 그 기준을 뭐로 할 것인가. 어디선가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왜 쓰는지 물어라." 알아채는 분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몇 년 전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으로 유명해진 김영민 교수의 말을 패러디해 본 거다.
왜 쓰는가. 내가 이 글을 왜 썼나. 이것을 먼저 생각하고 의심하고 따져봐야 판단할 수 있다. '나는 그냥 AI 말대로 적당히 쓰고 말래' 하는 사람과 '는'이 나은지 '가'가 나은지, '확실'이 맞는지 '확고'가 맞는지 뜻을 하나하나 확인해 가면서 적확한 표현을 고민하고, 그 결과 독자에게 좋은 메시지를, 더 나아가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독자의 마음에 작은 파동을 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의 판단은 전혀 다르지 않겠나. 그 목적에 따라 AI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달라질 거라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김영민 교수가 쓴 책 <공부란 무엇인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공부는 결국 타인을 이기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자기 확신을 의심하고 타인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기 위한 연습'이라는. 나는 글쓰기도 당연히 공부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자기 확신을 의심하고 타인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공부는 글쓰기가 단연 최고라고 여긴다. 스스로는 결코 의심하지 않는 AI 대신, 나부터 내 글을 의심해 보자고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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