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서 사진 찍을 때 외치는 음식, 아는 맛이 나네

백종인 2026. 5. 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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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여행기 ①] '타진'으로 시작한 낯선 문명 탐험... 화려한 타일 공예도 곳곳에

지난 4월 2일부터 16일까지 15일 동안 모로코를 방문했습니다. <기자말>

[백종인 기자]

▲ 카사블랑카의 상징인 하산 2세 모스크 모스크를 알리는 첨탑의 높이는 무려 210m이고 내부 예배당의 수용 인원만 2만 5천 명으로 외부 광장까지 포함하면 동시에 10만 명 이상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이다
ⓒ 백종인
모로코의 최대 도시 카사블랑카(Casablanca)에서 험프리 보가트와 잉글리드 버그만이 나오는 영화 <카사블랑카>의 로맨틱한 낭만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카사블랑카는 영화의 촬영지가 아닐 뿐 아니라 모로코의 진정성을 나타내지도 않는다. 그저 거칠고 바쁜, 좋게 말하자면 경제적으로 꿈을 이룰 수 있는 자유롭고 세속적인 도시일 뿐이다.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하룻밤 묵을 호텔로 가는 길에서 느낀 첫인상은 빡빡한 교통 체증과 고층 빌딩이 즐비한 것이 여느 대도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매연으로 가득한 도로 위를 자동차들이 곡예를 하듯 달리는 모습은 40여 년 전 서울의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 모로코의 대표 음식인 타진 타진은 원뿔형 흙 그릇에 고기, 채소, 과일 등을 넣고 저온에서 오랫동안 익히는 요리로, 모습이나 맛이 한국의 갈비찜과 비슷하다
ⓒ 백종인
오후 여섯 시, 여행 리더를 포함한 12명의 인원이 모임으로써 15일 간의 모로코 여행이 막을 열었다. 모로코 탐험은 모로코 음식을 대표하는 '타진'(Tajine)을 먹는 것으로 시작했다. 타진은 원뿔형 흙 그릇에 고기, 채소, 과일 등을 넣고 저온에서 오랫동안 익히는 요리로, 모습이나 맛이 한국의 갈비찜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여행하는 동안 타진은 민트 티와 더불어 모로코에서 가장 익숙한 맛이 되었고, 이곳 사람들은 사진 찍을 때 우리가 "김치"라고 외치듯 "타진"이라 소리쳤다.

카사블랑카의 상징인 하산 2세 모스크(Hassan II Mosque)는 카사블랑카에 오면 누구나 방문하는 곳이다. 1961년부터 38년 동안 모로코를 통치했던 하산 2세는 대서양을 바라보는 연안에 거대한 모스크를 세웠다. 하산 2세 모스크는 모스크를 알리는 첨탑의 높이가 무려 210m이고, 내부 예배당의 수용 인원만 2만 5천 명으로 외부 광장까지 포함하면 동시에 10만 명 이상이 예배 드릴 수 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모로코의 삶을 이해하고 싶다면, 꼭 들어가봐야 할 곳
▲ 하산 2세 모스크의 화려한 내부 천장 천장과 벽면 모두 정교한 조각과 타일 모자이크로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 백종인
본격적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을 피하려고 우리는 개장 시간에 맞춰 오전 9시에 모스크 안으로 안내 되었다. 드물게도 기본적인 복장 규정만 준수하면 이슬람 신자가 아니어도 내부 관람이 허용된 곳이었다. 신발을 벗어 신주머니에 넣고 내부로 들어서니 천장과 벽면 모두 정교한 조각과 타일 모자이크로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모스크 해설자는 약 7년에 걸쳐 2500명의 건설 노동자와 1만 명의 예술 장인들이 동원되어 이룬 걸작이라 설명하였다. 특히, 젤리주(Zellij)라는 모로코 전통 타일 공예 기법은 며칠 후 방문한 페스(Fes)의 타일 예술학교에서 기초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자세한 과정과 정교한 예술성을 알게 되었는데, 젤리주는 이곳 모스크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
▲ 44m의 높이에서 멈춰 선 하산 타워와 209여 개의 대리석 기둥 잔해 1146년 알모하드 왕조의 국왕 야쿠브 알 만수르는 이곳을 제국의 새로운 수도로 삼으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당대 세계 최대 규모의 모스크인 하산 타워를 착공했으나,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으로 거대했던 모스크 건설은 중단되었고 수도 이전 계획도 함께 무산되었다
ⓒ 백종인
이제 '하얀 집'이라는 의미와 어울리지 않는 카사블랑카를 뒤로 하고 정말 하얀 색이 상징인 현재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Rabat)로 향했다. 2500년 역사의 라바트는 12세기 수도로 지정 되려던 계획이 무산된 후,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 보호령 시절인 1912년 공식적으로 수도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1146년 알모하드 왕조의 국왕 야쿠브 알 만수르는 이곳을 제국의 새로운 수도로 삼으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당대 세계 최대 규모의 모스크인 하산 타워를 착공했으나,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으로 거대했던 모스크 건설은 중단되었고 수도 이전 계획도 함께 무산되었다. 그 흔적이 44m의 높이에서 멈춰 선 하산 타워와 209여 개의 대리석 기둥 잔해이다.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인 라바트는 카사블랑카에 비해 도로가 넓고 한적하며 녹지가 많아 쾌적한 느낌이었다. 지역 해설가에 따르면, 라바트는 프랑스풍의 현대적 지역, 주요 정부 부처와 의사당 등이 있는 행정 지역, 그리고 17세기 스페인에서 쫓겨 온 무어인들이 정착한 모로코의 전통 가옥과 시장이 있는 특유의 미로 같은 메디나(Medina)로 나뉜다고 했다.
▲ 라바타 메디나 내부의 전통 시장인 수크 이슬람의 휴일인 금요일이라 시장은 한가하다
ⓒ 백종인
메디나는 아랍어로 도시를 뜻하는데, 모로코에서 메디나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으로 중세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성문을 통해 메디나 안으로 들어서면 여전히 현지인들이 먹고 자는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 같은 골목길 안에 집을 짓고, 물건을 만들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학교에 다니고, 기도를 드리며 생활한다. 모로코의 삶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한 번은 들어가 봐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드디어 그 유명한 모로코의 메디나로 들어갔다. 다른 도시에 비해 라바트의 메디나는 정돈되었다고 하나, 처음 보는 나에게는 신기한 것이 많았다.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수크(Souq)라 불리는 전통 시장이었고, 남녀가 철저하게 분리된 함맘(Hamman)이라는 공용 목욕탕, 그리고 집에서 가져온 반죽을 구워주는 공용 빵집이 보였다. 이 빵집 주인은 빵을 구우러 들락거리는 집안 사람들의 혼사를 맺어주는 중매 역할도 한다고 했다.

모로코 전통 가옥에서 묵은 하룻밤
▲ 우다야 카스바 12세기에 부레그레그 강이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절벽 위에 세워진 군사 요새이다
ⓒ 백종인
▲ 우다야 가스바에서 내다 본 대서양과 부레그레그강이 만나는 곳 넓은 모래사장과 강 건너편에 위치한 도시인 살레가 보인다
ⓒ 백종인
메디나를 나와 우리는 우다야 카스바(Kasbah of the Udayas)로 갔다. 12세기에 부레그레그 강이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절벽 위에 세워진 군사 요새였는데, 거대한 성문 안으로 들어서면 20세기에 프랑스가 조성한 안달루시아풍 정원이 나왔다. 카스바 구경을 마치고 라바트의 상징인 하산 타워와 하산 타워와 마주하고 있는 무함마드 5세 묘의 건축미 감상을 끝으로 라바트 관광을 마쳤다.
▲ 거대한 인공 저수지, 아그달 바구 아구달 바구는 가뭄에 대비한 비상 용수 공급과 왕실 정원에 물을 대기 위해 조성되었으며, 뒤편에 보이는 거대한 성벽 건물은 과거 술탄의 군대를 위한 곡물 창고와 마구간이었다
ⓒ 백종인
이제 하루의 마지막 여정이며 하룻밤을 보낼 또 다른 고대 도시인 메크네스(Meknes)로 갔다. 메크네스는 17세기 알라위 왕조 시절의 수도였다. 세 곳의 도시를 관광하기에는 체력과 기억력이 한계에 다다랐던 모양이다.
메크네스에서는 메디나 안의 리아드(Riad)에서 잠만 잤다고 기억했건만, 사진을 보니 아그달 바구(Agdal Basin)라는 거대한 인공 저수지와 곡물창고, 그리고 그곳 지하에 있었던 감옥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은 것이 생각났다. 또한, 바브 만수르 (Bab Mansour)라는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대문도 보았다.
▲ 엘 헤딤 광장 엘 헤딤 광장은 메크네스의 심장부이자 가장 활기찬 광장으로, 정면에 보이는 거대하고 화려한 문은 모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밥 만수르'이다. 금요일이라 광장은 한산하다.
ⓒ 백종인
우리가 하룻밤을 묵은 리아드는 모로코의 전통 가옥으로, 밖에서 보면 창문도 없는 답답한 모습이지만 일단 내부로 들어가면 형형색색의 타일 공예와 석고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우리는 리아드에서 짐을 풀고 메디나 골목길의 한 가정집으로 가 전날 식당에서 먹은 것보다 소박하고 정성스러운 타진을 먹었다.

숙소와 가정집을 오가는 사이 밤거리의 메디나와 그 안에 자리 잡은 광장 모습을 경험하였다. 원래 밤의 광장은 일반적인 도시의 광장이 그렇듯 소란스럽고 북적거린다고 하는데, 마침 그날은 이슬람의 휴일인 금요일이라 한산했다.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던 나라들과는 다른 모습을 한 아직도 중세 시대의 생활과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북아프리카 대륙 이슬람 국가에서 보낸 긴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 리아드 내부 리아드는 모로코의 전통 가옥으로, 밖에서 보면 창문도 없는 답답한 모습이나 일단 내부로 들어가면 형형색색의 타일 공예와 석고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 백종인

덧붙이는 글 | 아프리카 대륙 북서쪽, 대서양과 지중해를 끼고 있는 모로코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알까? 카사블랑카라는 도시가 있는 나라, 축구가 좀 강한 나라,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이 사는 나라, 영화 <글래디에이터>, <왕좌의 게임> 등 고대 로마 시대부터 <스타워즈>, <인터스텔라> 등 외계 행성까지 품을 수 있는 특이하고 다양한 자연 환경 덕에 수많은 영화가 촬영된 나라. 모로코는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나라이다. 15일 동안 모로코 곳곳을 찾아다녔다. 페스와 마라케시 등의 고대 도시부터 사하라 사막. 고도 4000m가 넘는 아틀라스 산맥 기슭의 마을까지 다니며 그들의 독특한 문화와 삶의 지혜를 보고 듣고 배웠다. 이렇게 습득한 모로코의 면면을 앞으로 6회에 걸쳐 정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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