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둔 영화계 “정책 전환 시급”…관객·지역·산업 구조 재설계 요구 [27th JIFF]

류지윤 2026. 5. 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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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영화 보고 경험 축적할 기반 마련돼야"
"영상 인프라 격차, 정책적 전환 필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화 정책의 방향을 다시 묻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역 기반 산업 구조, 글로벌 확장 전략, 관객 접근성까지 영화 생태계 전반의 재설계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조광수 감독·백재호 영화인연대 공동대표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부비전센터에서는 ‘넥스트 시네마: 2026 지방선거, 씬의 전환과 생태계 설계’ 포럼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김조광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백재호 영화인연대 공동대표(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를 비롯해 영화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발제자로는 서수민 한국영상위원회 팀장, 한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국제위원회 디렉터, 박채은 독립미디어연구소 공동대표, 최낙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회장이 나섰으며, 토론에는 양종곤 부산영상위원회 사무처장, 박준호 아드레날린픽처스 대표,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진유 ‘흐르는 여정’ 감독이자 정동진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참여했다.

백재호 영화인연대 공동대표는 영화인연대의 출범 배경에 대해 “2024년 윤석열 정부가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를 추진하면서 영화계의 위기의식이 커졌고, 이를 계기로 영화인들이 다시 모이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에는 ‘영화 산업 위기 극복 영화인 연대’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 위기라는 표현 자체가 너무 당연한 상황이 됐다고 판단해 ‘영화인연대’로 이름을 간소화했다”라며 “현재 약 22개 단체가 연대에 참여하고 있으며, 예술영화관협회, 프로듀서조합, 촬영감독조합, 제작가협회, 배우조합, 영화미술감독조합 등 다양한 직군이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영화인연대는 입장권 부과금 폐지 반대 운동을 계기로 출범했지만, 이후에는 영화제 포럼, 국회 토론회, 간담회 등을 통해 정책 제안과 대정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며 “예산 복원 요구나 추경 대응 등 영화 정책 전반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인을 위한 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체감되는 역할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전날 영화진흥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공개 질의에 대한 답변을 들었지만, 충분한 설명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향후 영화인연대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수민 한국영상위원회 팀장·한진 PGK 국제위원회 디렉터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지역 격차·산업 재편·글로벌 확장…영화 정책 전환 요구 본격화

세션 1에서는 지방정부와 영상위원회를 중심으로 영화산업 정책이 어떻게 설계되고 실행되어 왔는지 돌아보고, 영화영상 생태계와 AI가 가져온 변화의 흐름을 살폈다.

또한 국제 협력을 통해 산업이 확장되는 구조를 함께 짚어보며, 행정 주체의 변화 속에서 영화정책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서수민 한국영상위원회 팀장은 ‘생태계의 전환: 영화영상 생태계, AI, 지역 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제했다.

한국영상위원회는 전국 15개 지역 영상위원회와 영화·영상 관련 4개 단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국내외 영상물의 한국 촬영을 지원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영상위원회는 1998년 부산영상위원회를 시작으로 확대돼 2015년 10개에서 현재 15개로 늘어났지만, 대구·경북·울산·세종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공백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위원회의 역할은 시기별로 변화해왔다. 1990년대 후반에는 촬영 지원을 중심으로 시작됐고, 2000년대 후반에는 로케이션 유치와 인센티브 사업이 확대됐다. 이후 2010년대 후반부터는 ‘지역 영상 생태계’ 개념이 도입되면서 관련 사업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AI 관련 신규 사업까지 추가되며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

서 팀장은 “영상위원회는 촬영 지원에서 시작해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역 생태계, 최근에는 AI 사업까지 계속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직 형태 역시 지역별로 차이를 보인다. 부산·서울·인천 등 8개 지역은 영상위원회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나머지 7개 지역은 재단이나 진흥원 산하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은 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전반을 포괄하는 구조로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서 팀장은 지역 영상 사업을 제작, 유통·상영, 인프라 영역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제작 지원 사업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배급·유통·상영 관련 사업은 9개 지역, 영화제 개최 및 지원은 10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력 양성 등 인프라 사업은 9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어 “제작 지원은 대부분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유통·상영이나 인프라 사업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며 “사업 구조가 균일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지자체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와 세트 시설의 분포를 살펴본 결과, 일부 지역은 시설 밀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경북과 강원 등 일부 권역은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서 팀장은 이처럼 지역별로 사업 범위와 인프라 분포에 차이가 존재하며, 영상위원회의 기능이 촬영 지원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지역 영상 정책이 단순 촬영 지원을 넘어 제작, 유통·상영, 인력과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향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간 영상 인프라 격차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지역을 ‘촬영지’에 머무르게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콘텐츠 생산과 산업의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사업 영역이 확대된 현재 구조에 맞게 조직과 기능을 정비하고, 지역별 편차를 고려한 균형 있는 생태계 구축이 요구된다며 발표를 마쳤다.

한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국제위원회 디렉터는 ‘경계의 확장: 로컬을 매개로 한 국제 협력과 글로벌 연결 전략’을 주제로 영화산업의 확장 조건을 짚었다.

한 디렉터는 먼저 국내 영화산업이 놓인 환경을 시장 구조 변화 속에서 설명했다. 발제에 따르면 기존에는 국내 시장이 산업의 중심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비중이 확대되면서 산업 구조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영화산업은 여전히 국내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산업 확장의 한계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작비 상승과 투자 환경 변화 속에서 내수 시장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 구조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 디렉터는 “국내 시장 중심 구조로는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연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단순히 완성된 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인프라와 콘텐츠를 결합해 장기적인 산업 효과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봤다. 일본의 로케이션 관광 사례처럼 콘텐츠와 지역, 산업이 결합될 때 파급력이 확대된다는 점이 사례로 제시됐다.

또한 음악, 관광 등 타 산업과 결합한 K-콘텐츠 확산 사례를 언급하며, 영화 역시 독립된 산업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과 연결되는 구조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디렉터는 “로컬과 글로벌을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연결된 구조로 봐야 한다”며 “지역에서 생산된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글로벌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산업의 확장이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지역 인프라 구축과 정책 안정성, 산업 간 연계 구조를 함께 갖추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채은 독립미디어연구소 공동대표·최낙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회장ⓒ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상영 구조 한계 드러난 독립예술영화, 공공 인프라 확충 필요

세션 2에서는 독립예술영화 생태계를 관객과 상영 인프라의 관점에서 재구성했다. 수요 기반 정책 연구를 통해 관객의 위치를 다시 묻고, '100개의 스크린'과 같은 공공 상영망 전략을 통해 영화문화 접근권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박채은 독립미디어연구소 공동대표는 ‘시선의 전환: 수요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독립예술영화 생태계’를 주제로 발제하며 현재 구조를 ‘관객 부재’가 아닌 ‘접근 구조의 문제’로 규정했다.

박 대표는 먼저 독립예술영화 시장의 양극화 구조를 수치로 제시했다. 독립예술영화 전체 개봉작 가운데 관객 수 기준 상위 약 2.6% 작품에 관객이 집중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100개 이상의 스크린을 배정받은 약 20%의 영화가 전체 관객의 80%를 흡수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상당수 작품은 1000명 미만 관객에 머무르고 있다.

그는 “상업영화보다 더 심한 상위 쏠림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상영 기회의 분산과 재배분 없이 점유율만 개선하려는 방식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역 불균형 역시 핵심 문제로 제시됐다. 현재 독립예술영화관은 약 68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 중 약 60%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전국 58개 시·군에는 전용관이 없는 상황으로, 지역에서는 독립예술영화를 접할 기회 자체가 제한돼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이를 두고 “극장이 없으니 관객이 없고, 관객이 없으니 극장이 생기지 않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흥행작이 멀티플렉스를 통해 상영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지역 관객은 독립예술영화를 만날 경로가 거의 없는 구조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프랑스는 약 1290개의 예술영화 상영망을 기반으로 전체 극장의 62.8%가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영국 역시 약 574개의 공공 상영망을 통해 58.8% 수준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의 지원 없이 142개의 미니시어터를 중심으로 지역 단위 관객과의 접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는 상영 인프라 자체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 형성이 어려운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관객 점유율 1%대’라는 수치는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됐다. 그는 “관객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만날 조건이 없는 구조”라며 문제의 핵심을 ‘수요 부족’이 아닌 ‘접근성 부족’으로 짚었다.

박 대표는 정책 방향 역시 이에 맞춰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처럼 제작 지원 중심으로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관객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수요 중심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출판 산업 사례를 언급하며 “독서 역시 비독자를 독자로 전환하는 구조를 통해 시장을 유지해왔다”며 “영화 역시 관객을 개발하고 일상 속에서 접점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용관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수요를 만들어내는 거점”이라며 안동, 강릉 사례처럼 지역 기반 상영 거점이 관객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관객의 일상 속에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며 “지역에서 동일한 세금을 내는 시민에게도 동등한 문화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영화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낙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회장은 ‘플랫폼의 진화: 100개의 스크린과 공공 상영 인프라 전략’을 주제로 독립예술영화 상영 구조의 한계를 짚고 대안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먼저 현재 정책 구조를 해외 사례와 비교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프랑스는 관객이 적고 더 어려운 영화일수록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구조인데, 한국은 반대로 성과가 좋은 작품에 지원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량 중심 평가가 정책 기준이 되면서 결과 중심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가 독립예술영화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사례로 2025년 개봉작을 기준으로 보면, 일부 상위 작품은 수천 개 스크린을 확보한 반면, 평론가 선정 주요 작품인 '3학년 2학기', '여름이 지나가면', '봄밤', '홍이' 등은 100개 미만 스크린에 머무르는 극단적인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전체 스크린 수 대비 독립예술영화가 확보할 수 있는 상영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다. 약 3000개 이상의 국내 스크린 구조에서 독립예술영화가 실제 배정받는 스크린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상당수 작품은 2~3주 내 상영이 종료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를 “공급 중심 구조의 한계”로 규정했다. 그는 “지금까지 독립예술영화 정책은 공급 중심으로 운영돼 왔지만, 정작 관객이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관객이 영화를 보고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제시됐다. 우선 스크린 집중을 완화하는 제도 도입이다. 프랑스 사례처럼 멀티플렉스 내 특정 영화가 차지할 수 있는 상영 비율을 제한해 다양한 작품이 상영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둘째는 민간 독립예술영화관 운영 지원이다. 현재 예술영화관 상당수가 민간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지원 규모로는 지속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며, 현실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될 경우 참여 의지가 있는 민간 주체는 충분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셋째는 공공 상영 인프라 확충이다. 최 회장은 ‘100개의 스크린’ 전략을 제안하며, 인구 약 30만 명 단위로 공공 상영 스크린을 확보해 지역 관객이 일상적으로 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는 “극장을 새로 짓는 것보다 기존 스크린을 임대해 운영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며 단계적 접근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작은영화관’ 정책을 예로 들며, 공공 재원을 활용한 상영 인프라 구축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현재 구조는 작품이 만들어져도 관객과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급이 아니라 관객과의 접점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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